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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회사에서 팀장님이 조용히 부릅니다.

"회사가 합병했지만, 회사는 1사 1노를 주창하고 있다. 노조활동을 막진 않겠지만, 행여라도 노조 간부 같은 게 되면 안된다. 혹 관심 있나?"

"... 아뇨. 딱히..."

"나도 이런 말 하기 싫지만, 노무 관리라는 게 있어서 잘못하면 팀장들이 다 모가지다."

"... 근데 어차피 복수노조는 허용되지 않지 않나요?"

"아, 그런데 합병한 건에 대해서는 일부 예외 적용이 되는가보더라. 어차피 이리 되었으니, 적응해야 하지 않겠나"

"... 네."

"그리고 이런 말 한거에 대해서 전화가 오거나 친한 사람이 은근히 물어보는 등의 점검이 있다고 하니 알아서 잘 하거라."

"..."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건, 노조가 진정 살아남기가 어려운 곳이구나... 하는 점입니다.

우선 경영자들이 노조를 인정을 안해요. 노조는 회사 경영에 비효율을 초래하는 일종의 장애물 정도로 인식합니다. 그런 상태로 노무관리를 하기 때문에 노조에서 활동을 한다는 건 암묵적으로 '회사에서의 성공'을 포기하는 게 되죠.

그냥 튀지 말자... 이게 우리나라의 회사생활의 기본임을 인식한다면, 노조 활동은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길인 셈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노조는 노조대로 특화될 수밖에 없겠죠.
노조위원장이라도 된다치면, 그 다음은?
당연히 자기 먹고 살 길을 마련해두어야 할 겁니다. 간혹 위원장이 임기 끝나고 회사에서 뭐 받아서 나갔네 하는 말들 들어보면, 안타깝지만 한편으론 저 길 외 방법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구요.


마치 이런 거 같습니다.

예전 70~80년 시대... 민주화는 매우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민주화의 길은 어느정도의 완성을 이루지 않았는가. 이제는 효율을 말할 때다. 지금이 어느시대인가. 이제는 오히려 민주화 과잉의 시대가 아닌가.

어디서 많이 들은(리는) 말.

이명박의 모토입죠. 예. 민주화 대신 노조(혹은 노조의 활동)으로 바꿔도 그대로 적용되는 논리가 바로 회사 내에 횡행 합니다.
신자유주의 시대라고들 하죠. 효율성을 최고의 모토로 삼고, 규제와 제약을 풀어해치는 것. 그리고 모든 것을 경쟁의 원리에 맡겨 더 나은 결과를 낳는 것. 일부의 피해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해버리는 것.


이역만리 세계는 이 원리가 실패했음을 뼈아프게 인정하기도 하고, 실패의 원인을 처절하게 분석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볼 수 있구요.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의 지배계층은 시민들의 눈을 흐리기에 바쁩니다.
이탈리아의 베총리처럼, 오히려 지금의 잡음은 언젠가 좋은 결과물을 통해 다 없어질 것이라며 왜곡하고 감추고, 가리고, 오도하는 데 여념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실제 그런 행태가 효과가 있기도 하구요.


쓰다보니 길어졌지만, 교육과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낍니다. 끝없이 반복되는 "너는 노동계층이 아니야." "노동계층에서 탈피하여 더 나은 계층으로 가야지." 라는 둥의 선전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요.
계층에 맞는 정당을 지지하고, 그 정당을 통해 대의를 전달하는 것. 이 간단한 공식이 계층에 맞는 정당을 지지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는 겁니다.

나의 실제 층위와 상관 없이 인물만 보거나, 정당만 보거나, 지역만 보는 등의 행위로는 이 사회의 어떤 변화도 이끌어낼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층위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과 언로가 정확하고 풍부해야 하지요.


그러니 지금 저러는 겁니다. 미디어법을 구상하고, 교육개혁을 한답시고 모든 규제를 없애버리거나 선생들의 집단적 의사표현을 막아버리죠. 무언가 아는 것을, 깨닫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죠.

조지오웰의 1984를 보셨는지요? 지금의 우리 사회가 과연 그가 예견한 전체주의 사회와 얼마나 다른가... 우리는 그나마 조금 나은 중간층이기 때문에 더 큰 불편한 진실을 눈감고 있는건가... 주인공(윈스턴인가요... 기억이.. -_-;)이 사회와 부딪쳐 결국은 개조당해버리고 마는 무서울정도로 현실적인 결론으로부터 우리는 자유로운가...

어떤지요. 우리는 기실 유사 전체주의 사회나 다름 없는 겁니다.(진중권 선생의 말 인용)


연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나 스스로가 실은 노동자임을. 그리고 그 노동자로서의 위치가 함께함으로 인해 큰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머리로는 인지하면서도, 현실의 거대한 벽 앞에서 오돌오돌 떨고 마는 저의 이 치졸함에 짜증이 나네요.

모래알같이 흩어지는 노동자들.

이 정부가 이후에는 어떻게 할까요? 모두를 비정규직화 할까요. 아니면 3S 산업을 확 일으켜 모든 불만을 뒤로 잠가둘까요?

이 땅에 사는 노동자로서, 서글프고 서글프고 또 서글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