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은 무슨 쓸모가 있는가?
- 작성일
- 08-12-29 03:35
"'자신을 설명하는' 일은 --가령 인터뷰나 대화, 대담을 통해-- 아주 어렵습니다.
대개 질문을 받을 때 설혹 그 질문이 나와 관련된 것이라 해도, 내가 할 말은 엄밀하게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이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꾸며지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여기저기 아무 데서나
수집한 자료로 질문을 꾸며낼 수 없다면, 혹은 역으로 당신이 사람들로부터 그런 꾸며진
'질문을 받는다'면 실제로 당신은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를 구성하는 기술 --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해답이 구해지기 전에 문제, 문제설정이
고안되니까요. 인터뷰, 대화, 토론에서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 한두 가지혹은 그 이상에 대해
성찰하는 일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찰로는 불충분해요.
반론 --- 이것은 더 나쁩니다. 누군가 내게 반론을 제기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래요, 그래. 자, 다른 것으로 넘어갑시다."라고요. 반론으로는 이제껏 아무 소득도 없었답니다.
일반적인 질문을 받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목적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벗어나는 것,
그 질문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오직 질문을 지겹게 되풀이함으로써만 그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철학은 죽었습니까? 우리가 철학을 넘어서게
될까요?" 정말 골치아픈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질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으로 되돌아 올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움직임은 항상 사유하는 이의 등 뒤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납니다.
'벗어나기' --- 이것은 벌써 이루어졌거나, 아니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질문은 일반적으로 미래(혹은 과거)를
향해 있습니다. 여성의 미래, 혁명의 미래, 철학의 미래, 등등. 하지만 여기서는 이미 소리 없이 작동하는, 거의 지각할수
없는 생성/되기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역사를 매개로 생각합니다. 그 역사가 개인적인 것이거나
보편적인 것이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생성이란(역사학이 아니라) 지리학에 속하며, 길찾기. 방향, 출입구에 속합니다. 가령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과거나
미래와 혼동하지 말아야 할 여성-되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미래, 자신들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이 여성-되기라는 생성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혁명적으로 -되기도 있습니다. 이것은 혁명의 미래와는
다른 것이며, 투사라고 해서 반드시 혁명적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철학자-되기도 있습니다. 이것은
철학사와는 하등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철학사가 부류하지 않은 것들을 다룹니다."
<디알로그> 중 7~8쪽의 글을 인용해 봤습니다.
질 들뢰즈와 클레르 파르네와의 대담을 적은 책입니다.
인용된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무슨 말인지 얼른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토론과 대담등과 같은 '소통'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그는 (작성자의 미리 전제된 지식과 선입견으로 구성된) 질문과 답변 (질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구성되는 답변)이라는 것이 하나의 무의미한 반복일 수 있다고 보고 보다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벗어나기'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토론과 같은 소통조차도 기존의 관념들에 대한 틀에 박힌 강박에 지나지 않는다면
"토론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문제제기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토론은 그자체로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고 '벗어나기'가 가능할 때에만 의미가 있지만
이것조차도 의식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이는 그의 생성/되기(becoming)의 존재론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버마스식의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의 합리성보다는 진리라는 존재 혹은 생성이라는 것의 우연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의 입장인 것이지요. 그것도 아주 거칠게 기계Machine 처럼 연결접속되면서 말이지요..
엠팍이나 불펜에서 수많은 분들이 수많은 글들을 접하고 댓글을 달고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소통들을 통해서 각자가 상대방에 대해서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인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들뢰즈의 저 인용구는 이런 쉽게 인정하기 힘든 근본적 소통 불가능성의 지점들을 지적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개 질문을 받을 때 설혹 그 질문이 나와 관련된 것이라 해도, 내가 할 말은 엄밀하게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질문이란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꾸며지는 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여기저기 아무 데서나
수집한 자료로 질문을 꾸며낼 수 없다면, 혹은 역으로 당신이 사람들로부터 그런 꾸며진
'질문을 받는다'면 실제로 당신은 별로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문제를 구성하는 기술 -- 이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해답이 구해지기 전에 문제, 문제설정이
고안되니까요. 인터뷰, 대화, 토론에서는 이런 것이 없습니다. 한두 가지혹은 그 이상에 대해
성찰하는 일도 충분하지 않습니다. 성찰로는 불충분해요.
반론 --- 이것은 더 나쁩니다. 누군가 내게 반론을 제기할 때마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래요, 그래. 자, 다른 것으로 넘어갑시다."라고요. 반론으로는 이제껏 아무 소득도 없었답니다.
일반적인 질문을 받을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목적은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 아니고 벗어나는 것,
그 질문에서 벗어나는 것이죠. 많은 사람들이, 오직 질문을 지겹게 되풀이함으로써만 그 질문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지금 어떤 상태입니까? 철학은 죽었습니까? 우리가 철학을 넘어서게
될까요?" 정말 골치아픈 질문입니다. 사람들은 질문에서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으로 되돌아 올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결코 벗어날 수 없습니다. 움직임은 항상 사유하는 이의 등 뒤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납니다.
'벗어나기' --- 이것은 벌써 이루어졌거나, 아니면 결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질문은 일반적으로 미래(혹은 과거)를
향해 있습니다. 여성의 미래, 혁명의 미래, 철학의 미래, 등등. 하지만 여기서는 이미 소리 없이 작동하는, 거의 지각할수
없는 생성/되기들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지나치게 역사를 매개로 생각합니다. 그 역사가 개인적인 것이거나
보편적인 것이거나 상관없이 말이죠.
생성이란(역사학이 아니라) 지리학에 속하며, 길찾기. 방향, 출입구에 속합니다. 가령 여자들 그리고 그들의 과거나
미래와 혼동하지 말아야 할 여성-되기가 있습니다. 여자들은 자신들의 과거와 미래, 자신들의 역사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이 여성-되기라는 생성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혁명적으로 -되기도 있습니다. 이것은 혁명의 미래와는
다른 것이며, 투사라고 해서 반드시 혁명적으로 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 철학자-되기도 있습니다. 이것은
철학사와는 하등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철학사가 부류하지 않은 것들을 다룹니다."
<디알로그> 중 7~8쪽의 글을 인용해 봤습니다.
질 들뢰즈와 클레르 파르네와의 대담을 적은 책입니다.
인용된 부분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무슨 말인지 얼른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토론과 대담등과 같은 '소통'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반대로 그는 (작성자의 미리 전제된 지식과 선입견으로 구성된) 질문과 답변 (질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구성되는 답변)이라는 것이 하나의 무의미한 반복일 수 있다고 보고 보다 중요한 것은 그로부터 '벗어나기'에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토론과 같은 소통조차도 기존의 관념들에 대한 틀에 박힌 강박에 지나지 않는다면
"토론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문제제기할 수 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지요.
토론은 그자체로서는 의미가 없는 것이고 '벗어나기'가 가능할 때에만 의미가 있지만
이것조차도 의식적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눈깜짝할 사이"에 일어난다는 것이지요.
이는 그의 생성/되기(becoming)의 존재론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하버마스식의 대화를 통한 의사소통의 합리성보다는 진리라는 존재 혹은 생성이라는 것의 우연성을 강조하는 것이
그의 입장인 것이지요. 그것도 아주 거칠게 기계Machine 처럼 연결접속되면서 말이지요..
엠팍이나 불펜에서 수많은 분들이 수많은 글들을 접하고 댓글을 달고 많은 분들과 대화를 합니다.
그러나 정작 이러한 소통들을 통해서 각자가 상대방에 대해서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확인했던 것들은 무엇이었을까요?
들뢰즈의 저 인용구는 이런 쉽게 인정하기 힘든 근본적 소통 불가능성의 지점들을 지적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