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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펌글을 보면 플라톤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비교하는 가운데에 전자를 이원론으로 규정하는 근거를 주로 인식론적 차원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이더군요. 즉 플라톤의 설명항목 중 1에서처럼 "idea와 현실세계를 구분하였다" 나 2에서처럼

  

그런데 잘 읽어보시면 여기서 "구분"되는 것은 "감각적 인식"이나 "개념적 인식"과 같은 인식이지 존재 그자체 혹은 세계 그자체가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습니다. 감각적 인식의 대상인 "현상계"나 개념적 인식의 대상인 변화하지 않는 "idea"는 인간의 인식이 어떠한가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인식의 외부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만약 플라톤 철학을 세계를 보는 인식의 방법을 묻는 것으로서만 정의한다면 그것은 이원론이라고 할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인식론적 방법의 차원에서 획득된 인식의 방식에 대한 의견일 따름이지 결코 존재에 대한 학문 즉, 존재론이라고 볼수는 없는 것입니다. 

플라톤의 idea 다시말해 형상eidos는 어디까지나 '사물 그 자체'입니다. 단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현상계에서 우리가 감각적으로 인식하는 물체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현상계에 질서를 부여하는 근원적 '실재'로서 작동하게 됩니다. 플라톤의 형상이론에 대한 자세한 논증은 자세히 설명하자면 긴 논증과정이 필요할 뿐더러 능력도 모자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만 그의 형상이론에서 중요한 것은 앞에서도 말한바와 같이 그것의 "실재성"이라는 것이지요. 이 지점에서 플라톤은 모든 존재을 일자로 환원했던 파르메니데스적인 일원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야합니다. "인식론적 실재론". 형상이 보편성을 획득하려면 세계는 일자여야만 되었고 그것의 문꼬를 튼 학파가 바로 엘레아 학파였기 때문이지요. 

이 지점에서 플라톤의 철학은 다소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정우씨에 의하면 플라톤은 파르메니데스의 일자의 형이상학을 비판하면서 '실재'에는 '중심'과 '주변'이 있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부분들을 가진다"라고 했다고 합니다. 즉 실재의 다수성多數性을 이야기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플라톤은 단순히 일자에 대립하는'이데아의 복수성'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닙니다. 다시 이러한 복수성은 단순히 복수로서만 남는 것이 아니라 분절articulation된 전체가 됩니다. 이데아들의 복수성은 세계의 통일성을 위해서 다시금 분절되었지만 전체로서 통일되는 순환속에 놓이게 된 것이지요. 단 이 전체는 순수한 일자로서의 파르메니데스적 일자와는 다릅니다.

그런데 분절된 多를 내포한 전체로서의 일자는 그 본성상 여러 존재들 간의 관계맺음의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러한 다와 일자간의 관계맺음의 필요성에 의해서 koinonia(함께-존재함)이 여기서 요청되었던 것이죠. 플라톤 철학은 이런 점에서 보면 일원론 혹은 이원론이라기보다는 다원론에 가깝습니다. 복수의 이데아가 가능함을 말하였고 그것들 각자의 단독성도 긍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데아(들)은 다시 (분절된) 전체로 통일됩니다. 인식이라는 것은 '동일성'을 필요로하지 않으면 안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그때의 이데아들은 그들간의 운동과 생성을 통한 결합의 dynamis에 의해 통일된 전체가 됩니다. 후대에 '생성'과 '힘'의 철학자로 잘 알려진 니체철학의 원형을 여기서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의 생성은 다수를 향해있다기 보다는 일자로 향해있다는 점에서 니체보다는 헤겔에 가깝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플라톤 철학의 근본적인 어려움(특히 그것이 현대적 사유의 맹아를 벌써부터 잉태하고 있다는 점에서)때문에 플라톤을 일의적으로 규정하기는 힘듭니다. 알랭 바디우는 자신의 철학을 플라톤철학에 토대를 둔 것으로 설명하면서 순수한 다수성을 이야기 합니다. 이데아의 다수성에 주목하는 것이지요. 한편 그는 들뢰즈 철학을 비판하면서 들뢰즈가 표면적으로는 플라톤의 형상이론을 비판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가 실재로는 "잠재적인 것에 관한 플라톤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들뢰즈 철학을 일원론적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비록 들뢰즈자신은 이런 해석을 거부하였긴 했지만 말이지요. 그러나 전 바디우의 이러한 들뢰즈 철학의 징후적 읽기를 높이 사고 싶습니다. 들뢰즈의 '플라톤 뒤집기'를 통한 시뮬라크르의 복권은 상당부분 맑스의 헤겔 전복과 유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헤겔을 전복하려고 하였으나 그것은 단지 거꾸로된 헤겔일뿐이다라는 혐의처럼 말이지요.(이러한 주장에 대해서 알튀세르같은 분들은 비록 인정하지 않지만) 다시말해 바디우에 의하면 우리가 플라톤을 들뢰즈의 시각을 통해 이해하게 되면 생성으로서의 (일의적) 존재론으로 이해할수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제가보기에는 순수다수성으로서의 바디우식의 다수의 플라톤주의도 일원론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의 비유를 들자면 무한소와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다수가 그 극한에 이르게 되면 결국 특이점에 이르게 되고 그 순간 더이상 일과 다의 구분은 무의미해집니다. 바디우가 사유하고자하는 플라톤철학의 순수다수성은 결국 이것이 아닐까요? 비록 그것을 일자 혹은 다수성이라고 말할수 없는 무엇이라고 하더라도요. 전 그냥 그것을 일원론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다만 하나the One으로 환원되지 않은 일원론monism이라고 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