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요 아래 악의를품은시간님의 글을 보고 갑자기 휘갈겨 보는 글이랍니다.

악의를품은시간님은 

"예술이 사회를 선도한다는 꿈은 20세기 초반에 박살이 나버렸거든요. 이것은 사회주의든 자본주의든 어느 사회에서 똑같이 증명됐습니다. 한쪽이 당이라면 한쪽은 돈이었죠."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20세기초반의 트리스탕 자라와 앙드레 브루통의  다다 쉬르레알리즘 선언으로 대표되는 초현실주의운동이 러시아혁명으로 이어졌으나 결국은 스탈린주의로 귀결된 것을 "한쪽이 당"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물론 다른 한 쪽은 자본주의가 되겠고요.
이는 20세기초 예술사조를 뒤흔들었던 초현실주의운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잘 아는 것처럼 레닌의 러시아혁명이 스탈린적 구사회주의체제로 변질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에서의 퇴행과 초현실주의 운동과 같은 예술운동을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음은 분명합니다. 예술은 현실에 대한 전복적 상상력을 불어넣는데 그 힘이 있는 것이지 현실적 시스템의 운용과는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한다면 20세기초의 초현실주의운동을 레닌의 러시아혁명이 실패로 귀결되었다고 해서 실패한 예술운동쯤으로 치부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예술은 예술이 사회와 관계하는 고유한 차원 내부에서 평가되어야 공정한 평가가 되겠지요. 그런면에서 보자면 초현실주의 운동은 기성의 낭만주의적 고전주의적 예술로부터 단절과 도약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분명 성공한 모더니즘의 기획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예술 내부에서의 자기 혁신은 앙드레 브루통의 초현실주의 운동으로만 그쳤던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사실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2차대전 전후 잭슨폴록으로 대표되는 미국에서의 추상표현주의나 60년대의 앤디워홀의 팝아트도 이런 전복의 상상력이 낳은 예술운동이지요. 프랑스를 중심으로 파급되어서 68년 혁명에 큰 영향을 끼쳤던  상황주의 인터네셔널과 같은 무정부주의적 예술운동도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지요. 

70년대 중후반의 펑크무브먼트도 마찬가지입니다. 퀸이나 레드제플린으로 대표되는 고전적 락음악을 전복시키는 예술적 상상력이 가능케한 예술적 혹은 사회적 힘이었던 것이지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랑시에르가 지적했듯이 이런 예술적 혹은 감성적 상상력인 것의 확장과 전복이 정치적 전복에 대한 상상력을 가능케 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닌과 마오 혹은 호치밍의 혁명을 가능케 했던 상상력의 근원도 20세기 이후에 등장했던 이런 아방가르드적 예술운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겁니다. 

따라저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예술에서의 변혁과 운동은 사회적 변혁과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집니다. 특히 전자는 후자를 추동해 내는 힘이 있습니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것을 가능한 것으로 상상하기, 불온하고 불경하다고 여기는 타부taboo와 기존의 관념이 만나는 한계지점속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상상하기..이런 것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세상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라고 저는 생각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