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사실 전 이번 목수정씨의 글 자체가 그닥 이슈가 될만한 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예상외로 그 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을 보고 좀 의아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과연 그 글이 이토록 까일만한 글일까? 하는 의구심에 뻘글이나마 먼저번 글을 두서없이 써보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리엘님의 글중 한 문장을 복사해옴으로써 본의아니게 논쟁을 촉발시킨 셈이 되었는데요.
사실 제가 이리엘님의 그 문장을 인용했던건 이리엘님 글 자체를 비판하려는 의도였다기보다는
앞서 말한 것처럼 목수정의 문제의 글들에 대한 수많은 비판들(특히 진보라는 대의에 동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내에서도)
을 접하고 그러한 하나의 '현상'에 대한 의구심에서 인용했던 것일 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그 비판의 논거가
제가 이리엘님 글의 몇몇 문장들에서 본과 유사했었는데 예컨대

"우리에게 옳은 것은 무조건 옳은 것이니 저명한 예술가라면 마땅하게 찬동해야 합니까?"

라는 방식으로 정명훈의 입장이 자유로운 개인의 정치적 선택의 문제이므로 문제없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거나

"진보신당측에서 그에게 동의하지도 않는 사안으로 무례하게 얼마나 동의를 강요"

에서 보이는 것처럼 사전약속없이 무리를 범했다는 점 혹은

"이런 식의 무차별적인 접근방식과 그에 이은 보복적인 프로파간다식 글풀기"


애서 처럼 목수정의 글을 일종의 보복적 프로파간다(정치선동)이라고 보는 것이 대부분의 비판글들이 가진
공통점이더군요. 그래서 인용했던 것일 따름일 뿐이지 이리엘님과의 논쟁을 생각하고 쓴 글은 아니라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어째되었건 간에 이번 일과 관련해서 길게 이야기하고픈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리엘님이 멍석을 깔아주셨으니 몇가지 지적해 보아야겠네요..^^


먼저 두번째로 남기신 글에서 님은 다음처럼 이야기합니다.


"동네 듣보잡인 저같은 인간과 정명훈씨와 같은 사람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당연히 동일선상일리는 없습니다. 권위있는 인물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당연히 대중의 판단의 대상이 되고 그 의사표현 자체만으로도 비판이 대상이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사건에서 정명훈씨가 과연 어떠한 정치적 '의사표현'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는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정치적 '의사표현'을 한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참고로 폰트는 일부러 키운게 아닙니다. 님 글을 복사하니 폰트가 원래 크네요..-_-)

이 부분에서 님은 목수정씨가 글에 남긴 정명훈씨의 이야기들 예를들어(물론 아래 글은 목수정씨가 쓴 글이므로 사실과 다를수 있습니다)

“이 합창단이 없어졌다고, 그 합창단을 살려야 되겠다고 지금 여기 와 있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도대체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기에. 그 사람들을 꼭 구해야 돼요? ”

“한국은 합창단 해체해도 다음 날이면 노래 잘하는 사람 500명 금방 모입니다. 한국에서는 합창단 때문에는 아무 문제없어요. 그런데 대체 왜 해체했다는 겁니까, 이유가 뭐래요? ”

“이봐요. 내가 서울시향에 있는데 거기서 일 년에 5~6명씩 해고당해요. 여기만 해고당하는 사람들 있는 거 아니예요. 지금 온 나라가 다 그러구 있는데, 합창단 하나 없어졌다고... 이 사람들이 여기까지 와서...그리고, 도대체 나더러 뭘 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여기에 서명하라구?”

“그거 백날 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내가 한국 가서 이거 알아 볼 거예요. 오페라 단장한테 물어보죠. 어떻게 된 건지.”

“그러니까, 당신들이 그 100만 명이나 촛불 들고 거리에서 서서 미국 쇠고기 안 먹는다고 시위하는 그런 사람들이란 말이죠? 40년 전에는 미국에서 뭐 안 갖다주나 하면서 손벌리고 있더니, 이제 와서는 미국산 쇠고기 안 먹겠다고 촛불 들고 서 있는 그 사람들. 그게 옳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나 되는... 알았어요. 알았어.”


이런 발언들이 정말로 정치적 발언 혹은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위에서 인용한 정명훈의 발언들이 정치적 의사표현이라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 정치적 의사표현인가요?
님 표현으로 "사적인" 자리에 저런 말을 했다고 정치적 발언 혹은 의사표현이 아니게 되는 것인가요?

물론 이런 변명은 가능합니다. 정명훈의 입장으로서는 자신의 저런 발언들이
인터넷매체 혹은 블로그를 통해서 이렇게 인구에 회자될 줄은 예상치 못했기에 오프더 레코드로 처리되리라 생각하고 무심결에 내뱉은
말들일 뿐이므로 다시말해 정치적 고려없이 한 말이므로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니다라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석에서 표현했건  공식적 자리에서 언급했건 간에 우리는 저런 발언들이 일정한 정치적 상황판단을
속에서 이루어진 발언들과 생각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저런 차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촛불이 뻘짓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공식적 자리에서는 사회적(금전적) 영향력 혹은 지명도 때문에
발언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정선희같은 연예인도 있을수 있으므로 말이지요...

하지만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우리는 목수정씨를 통해서 정명훈씨가 (목수정씨의 표현대로) 주성영이나 혹은 이명박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사상을 공유하고 있구나하는 사실하나는 분명히 알수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처럼 우리가 정명훈이가 이명박과나 한나라과 혹은 한기총과라는 중요한 사실을 알수있게 해주는 저런 발언들이
"정치적 의사표현"이 아니면 무엇일까요?  

계속해서..

"정명훈씨의 수구적인 정치성향이 잘못되었고 목수정씨 일행에게 뭔가 격한 표현을 한 것도 윤색이 있을지언정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도 이 사건에서 정명훈보다 목수정씨의 '글'이 더 잘못이라고 보는 것은 이런 식의 방법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건 마치 동의없이 발언 녹취를 하고 원하는 부분을 잘라서 언론에 터트리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이부분도 동의할 수 없는 구절인데요.
그렇다면 과거 삼성이 정관계에 뇌물을 풀었다는 X파일사건을 폭로한 이상호기자나 노회찬전의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싶습니다.
비록 그 폭로의 과정에서 위법하고 잘못된 과정이 있다곤 하더라도 폭로를 하는 것이 보도의 방법론 혹은 위법성 때문에 폭로를 하지 않는것보다
더 윤리적인 것인지..말이지요. 

비록 사안은 다르지만 목수정씨의 이번 글이 매체적 성격을 가진다면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수 있다는 것입니다.
목수정씨가 설령 무리수를 두어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할정도로 예의없이 서명을 구했다곤 하더라도
(혹은 거절을 예상하고 접근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과정에서 정명훈이 내뱉은 저 발언들을 목수정씨가 인터넷에 글을 쓰지 말아야 할 하등의 이유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상대는 한국의 클래식음악계를 대표할 만한 인물이고 그가 서명을 거절했건 거절 하지 않았건 간에
그가 했던 혹은 할수도 있었던 발언들 자체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한국음악계에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보는 
상황에서 말이지요. 

생각해 봅시다. 만약 거꾸로 정명훈이 위에서처럼 말하지 않고 "난 오페라합창단의 이번 조치에 분명 반대하고..하루 속히 원직복직시키길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했다면 더불어서 곁가지로 "이명박은 촛불로 대변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면 비록 그 발언이 공식석상이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더라도 클래식음악계에에는 특히나 
직장에서 내쫓기게  된 오페라합창단원들의 입장에선 얼마나 큰 힘이 되었겠습니까?

그러나 불행히도 목수정씨 글에서 보듯이 정명훈의 반응은 목수정씨와 그 일행의 예상과는 정반대였던 것이고
그 반응이 뜻하는 사실이 놀랍고도 충격적이어서 (정명훈이 이전의 행실을 보았을때  이것을 예상치 못했던 것은 잘못이 아닌가하는 지적은
공정하지 못합니다. 목수정씨나 오페라합창단단원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당한 부당성이 너무나 자명해서 정명훈씨의 반응을 미처 예상치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몇몇 매체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가 무엇이 문제가 되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한치의 거짓도 없는 정명훈씨와의 사이에서 벌어진 사실만을 기술한 것이라면 말이지요.

더군다나 목수정씨가 정명훈씨를 만나고자  시도했던 것을 "사적인" 행위로 치부하는 듯한 표현도 매우 잘못된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수정씨는 분명 개인적인 일로 그를 만나고자 했던 것이 아니고 오페라합창단원 해단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명작업과 같은 공공의 목적을 위해 
그와 접촉하려 하였던 것이지요. 이것을 사전 약속 없이 집행했다고 해서 그것을 사적 행위라고 볼수는 분명 없는 겁니다.
정명훈씨와 같은 분과의 사전 약속과 같은 것도 물론 공적행위를 원활히 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이긴 합니다만
때에 따라서는 그 절차는 보다 중요한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는 희생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마치 이상호의 X파일 사건 폭로나..
얼마전  신영철 대법관이 돌렸다는 이메일 폭로처럼 말이지요. 


따라서 저는 이번 목수정씨의 글이 비록 그 표현방법에서 다소 부적절하고 감정적인 요소가 있다손 치더라도 
우리가 자칫 정명훈이라고하는 한 시대적 인물에대해 자칫 가졌을 지도 모를 위험한 환상을 깨줄수 있었다는 점..
(어떻게 보면 단순한 사실전달인지는 모르나 원래 언론매체라는 것의 기본적 기능은 허구가 아닌 사실의 전달에 있으므로..
그 이후의 판단은 각자의 몫에 맡기는 것일수 있고..)
그리고 목수정씨의 행동의 동기가 오페라합창단원의 부당한 해고에 대한 선전선동(서명받는 작업자체다 바로 선전선동이고 프로파간다지요. 정명훈의 수구성에 대해 폭로하는 것도 이런 선전선동의 작업의 일환이라고 본다면 목수정의 이번 정명훈글 관련건 프로파간다가 딱히 잘못되었다고 말할수 없다는 겁니다)에 있었다는 점에서 본다면 목수정씨는 (그 목적을 비록 시끄러운 형태로 이긴 했으나 )자신이 할 일에 충실했을 따름이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