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올 하반기 들어서 그닥 볼만한 영화가 많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연말이 되어서 볼만한 영화가 하나 둘씩 개봉하는 것 같네요.

최근 제가 본 영화중 기억에 남는 두편을 추천해 봅니다.  

먼저 <렛미인>..

아시다시피 스웨덴에서 만든 뱀파이어영화입니다.
특이하게도 주인공이 모두 어린이들이죠. 영화에서는 12살로 나오는 남자주인공과 12살?로 보이는 소녀가 상대역이랍니다.
평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던 여성스런 외모를 지닌 남자주인공..

어느날 갑자기 자기 동네 아파트로 이사 온 이엘리라는 여자아이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얼핏 보면 남자아이처럼 생긴 주인공의 금발머리와는 대조되는 흑발머리에 여자아이같지 않은 중성적 외모를 가진 이엘리...
학교에서는 왕따이고 주변에 친구도 많지 않아 보이는 남자주인공 오스칼은 이엘리를 동네 놀이터에서 우연히 마주치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스포는 이정도만 하고요. 영화분위기는 뭐랄까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웨덴의 날씨처럼
황량하고 고독하며 뼈 속까지 시리고 추운 느낌입니다. 영화속 계절도 시종일관 하얀 눈으로 뒤덥힌 겨울입니다.
음악도 일부러 많이 자제된 느낌..

헐리웃 상업영화스타일과는 많이다르고 예술영화처럼 느낄 수도 있으나  감각적이면서도 충격적인 씬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몇몇 장면들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데..특히 마지막의 수영장씬은 충격적이더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스타일과 많이 비슷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박감독 특유의 냉소와 블랙유머를  이 영화에서 느끼게 되더군요. 특히 어설픈 살인장면을 보여주는 이엘리의 나이 많은 보호자?로 나오는
캐릭터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마치 복수는 나의 것에서 어설픈 유괴극을 꾸미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일당들 처럼 말이지요.  박감독의 차기작이 마침 "박쥐"라고하는 뱀파이어작품이라는데
나오게 되면 이 영화와 비교 감상해보면 재미있 겠네요. ^^

다음은 <바시르와 왈츠를>..

이 영화도 국내에서는 쉽사리 접하기 힘든 이스라엘 영화입니다. 거기에다가 에니메이션이기도 하죠.
이 영화는 감독 자신이 실제로 체험했던 1982년에 레바논에서 있었던 사브라와 샤틸라라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의
학살의 기억을 되살리는 과정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영화는 자신의 친구가 26마리의 개에 의해 쫓기는 악몽을 자꾸 꾼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이 자신이 겪었던 과거 레바논에서의
참전 경험과 연결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당시의 기억은 남아있지 않고 한 밤중에 조명탄이 피어오르고
그것을 바다 속에서 물끄러미 보던 자신들과 병사들의 모습,,그리고 울부짖는 여인들의 모습과 같은 환상만 떠오릅니다.
정작 자신이 왜 그런 환상을 가지게 되었는지 그리도 그 당시 무슨 일을 했었는지와 같은 구체적인 기억을
떠올리는 것에 실패하게 되는데 결국 그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 같이 군에 있었던 친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차츰 떠올리기 싫은, 아니 자신이 떠올리기 싫어했다는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을 하나 둘씩 봉합해 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그 악명 높았던 1982년의 사브라, 샤틸라 학살의 경험이었다는 것을 확인해 줍니다.

이 영화는 에니메이션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끝은 실사로 처리되었더군요. 저는 이 영화의 엔딩장면을 보면서
한동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깊은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영화가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만큼은 충분히 박수를 쳐줄만 합니다.
영화로서의 작품성도 뛰어나더군요. 비록 에니메이션이지만
다큐와 다름없는 내용이기에 실사와 같은 느낌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기법으로 화면을 처리였습니다.. 
씬시티의 원작자인 프랭크 밀러의 코믹스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씬도 있었고..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이 영화가 과연 이스라엘이 그동안 중동지역에서 벌였던 행위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라고 할수 있는가하는가에 대한 한가지 의구심이었습니다. 물론 일개 영화 감독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한다는 것은
좀 지나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요..

개봉스크린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겁니다. 오래 상영할 것 같지도 않고요. 
보고 싶으신 분들은 얼른 극장으로 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