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사촌동생 결혼식 다녀왔습니다.
- 작성일
- 09-11-30 13:56
제 사촌동생 고향이 부산이라, 부산까지 내려갔습니다.
요노무 집이 꽤나 잘 살아서,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더군요. -_-;
삼촌이 해주신 걸 보자면, 해운대에 33평짜리 아파트 & 미니 쿠페 등... 역시! 싶었습니다.
(솔직히 다른건 하나도 안부러웠는데, 집을 사고 시작하는것은 쵸큼 부럽더군요. 쩝..)
나중에 어른들과 말씀할 기회가 있어 듣고 있자니, '자기 분수대로 하는거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시더군요. 울 어무니만 신경이 쓰이시는지, '나는 니 결혼할 때 아무것도 못해주는데 괜찮니?' 라고... -_-;
'(아직 결혼 언제 할 지 몰라요)'라는 말을 삼키고 '네, 상관 없어요~'라고 웃어넘겼는데...
아무리 형제지간이라도,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보자니 기분이 야릇했습니다.
누나, 형으로 따르던 꼬마 동생도 경제력에 따라 나중엔 오히려 떵떵거리게 되는 느낌이랄까... 아무리 친한 사이였더라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냉정한 법칙같은 것도 느끼고...
자신의 핏줄이라도 형제 자매를 대하는 것과 자식을 대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결혼식이 끝나고 가족끼리 모였는데,
밥먹고 슬금슬금 각자 자기 자식들(제게는 사촌형제, 누이들) 자랑을 하시는 겁니다. -_-;;
"이제와서 하는 말인데 a가 S중공업 들어갔잖아. 근데 그 전에 D랑 L 등도 넣었나보더라. 지는 속으로 끙끙 앓고 있다가, 합격되고 나서야 딱 말하는거야~"
는 식의 자랑? 이 시작되자, 다른 삼촌도 또 자랑... '이 분위기 뭥미' 할 때 쯤, 질세라 우리 어무이도.... -_-;;;;;;;;;;;;;;;;;;;;;;
'으... 울 회사 별론데...'라거나 '회사 때려칠랬는데', 하는 식의 제 의사는 비집고 들어갈 틈도 보이지 않고... 아, 내가 만일 취업이라도 못했으면 이런 자리가 있을 때 부모님이 꽤나 스트레스를 받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별것도 아닌데. 이런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서로 자랑을 하고 웃는 걸 보자니, 부모님들의 삶이 얼마나 고단할 지, 갑자기 그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세상살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한 것 같습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우리가 우리의 허세를 쉬 버리지 못해서인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맴도는 와중에 주말이 다 가버렸네요. ㅎㅎㅎ
회사에 오니, 역시! 회사란 곳은, 참으로 별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