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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유럽적 보편주의>의 저자인 이매뉴얼 월러스틴Immanuel Walerstein에 의하면 유럽과 그리고 아메리카대륙에서 16세기 이후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체제가 출현했다고 합니다. 16세기 이래로 자신의 논리를 공고히 한 이 시스템은 세계적 체제로 자신을 확장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군사적이고 기술적인 역량을 개발하게 되었고 그 결과 세계를 차례로 통합하게 되면서 오늘날 "근대세계체제"라고 월러스틴이 부르는 글로벌한 자본주의 시스템을 수립하게 되었지요.

이 자본주의적 세계체제(체계)는 단지 경제분야에서의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유럽적인  특수성을 유럽 이외의 지역에 하나의 보편성으로 강제하는 방식으로 다시말하면 식민주의라고하는 표현으로 요약될 수 있는 방식을 통해서 자신의 논리를 강제하게 됩니다. 때문에 근대세계체제의 전세계적 확산은 단순히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를 포괄하는 유럽적 가치전체를 소위 '문명'이라고하는 절대선으로서 다른 국가 혹은 문화에 강제하고  확대재생산해왔던 역사였던 셈이지요.
 
이 책 <유럽적 보편주의>는 이처럼 글로벌화된  근대세계체제가 어떻게 자신의 논리를 타자에게 강제해 왔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무엇이며 그 대안은 무엇인가를 논하고자 하는 책입니다.  

월러스틴은  이러한 유럽적 보편주의(근대적 자본주의 체제를 기반으로한 유럽적 가치)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한 그들의 레토릭Rhetoric 이 무엇이었나를 이야기 합니다. 그 레토릭의 한 사례로서 그는 16세기 스페인이 아메리카대륙의 원주민을 침탈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후안 히네스 데 쎄뿔베다Juan Gines de Sepulveda가 주장했던 '레토릭'에 주목합니다.  쎄뿔베다는 인디오들의 학살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크게 4가지를 주장합니다. 첫째, 인디오의 야만성, 둘째, 보편적 가치에 위배되는 우상숭배와 인신공양의 근절, 셋째, 양민의 희생방지, 넷째, 기독교의 전파 등을 근거로 듭니다. 사실 이러한 레토릭은 비단 아메리카 인디오들을 학살하고 침탈하기 위한 논거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여러 지역들을 식민화하기 위한 하나의 수사로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논리였습니다. 중동지역이나 중국같은 발달한 아시아의 구세계제국국가들을 식민화할때는 소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하는 방식으로 좀더 세련되어지긴 했지만 본질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요. 결국 그들에게 유럽이 아닌 다른 민족이나 문화는 유럽에 비해 "문명화"되지 못한 미개한 지역이거나 전근대성을 표상하는 대상인 동시에 자신들의 선진화된 문물에 의해서 '개입'되어져야만 하는 대상이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였으므로.

그런데 이처럼 16세기 이후 전세계를 자신의 논리에 의해 통합시켜왔던 유럽적 보편주의는 20세기 들어와서 세계각지에 민족국가들이 성립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월러스틴에 의하면 근대세계체제자체가 21세기들어서서 잉여가치의 장기적 하락을 동반함에따라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오늘날의 시대는 더이상 구체제적인 유럽적 보편주의가 확대되지 못하고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이행의 시대"라는 것이 월러스틴의 분석입니다.

이에 대비해서 월러스틴은 유럽적 보편주의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보편적 보편주의"를 이야기 합니다. 그것은 결코 오리엔탈리즘의 반작용으로서 오리엔탈리즘적인 본질주의를 내속화하는 옥시덴탈리즘, 혹은 포스트주의처럼 모든 것을 상대화하는 급진적 상대주의등과 같은 것은 될수 없다고  봅니다. 대신 그는 근대적 대학시스템 그리고 지식인들의 역할을 점검하는 가운데 과학과 인문학이 분리되어왔던, 그리고 이러한 분리를 통해 객관적 진리의 탐구는 (자연)과학에 문화적 가치의 탐구는 인문학에 각각 부여함으로써 과학의 가치중립을 추구해 온 이분법적인 근대적 인식론을 거부합니다. (푸코가 주장했던 것처럼 이러한 지식과 담론의 생산자체도 하나의 이데올로기 혹은 지적 미시권력으로서 근대적 시스템을 정당화하는 레토릭이 되어왔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대신 그는 과학과 인문학을 통합하는 새로운 지식의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이러한 새로운 지식 혹은 담론의 활성화를 통해 지식인은 일종의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을 요구받습니다. 지식인은 분석적이면서 윤리적인 그리고 정치적인 과제들을 동시에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막스 베버Max Weber가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같은 책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이런 지식 그리고 지식인의 모습이었다고 월러스틴은 평가합니다. 이러한 지식들은 "학문적 분석을 역사화"하는 것이고 "우리가 바로 가까이에서 연구하고 있는 현실을 더 큰 맥락, 즉 그 현실이 자리잡아 작동하는 역사적 구조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 역사화는 동시에 "체계화"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전체의 즉 분석단위의 역사적 매개변수를 파악하지 않고서는 체계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즉 구체적 맥락속에 위치하는 동시에 보편적 체계에도 위배되지 않는 보편이면서 특수인 특수이면서 보편인 일종의 변증법적 보편주의가 필요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월러스틴이 유럽적 보편주의를 극복하고 이행기의 시대에 새롭게 요구되는 "보편적 보편주의"인 것입니다.

책은 월러스틴의 <근대세제체제>와 같은 방대한 분량이 아니라 170쪽 분량의 소략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문체도 평이해서 어렵지 않게 독해해 볼수있으니 평소에 월러스틴의 사상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던 분들은 일독해 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간내서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