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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보예 지젝의 글을 검색하다가 재미있는 구절이 있어서 오랜만에 글 하나 올려봅니다.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의 서평으로 지젝이 쓴 글의 시작부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In today’s English, ‘pig’ refers to the animals with which farmers deal, while ‘pork’ is the meat we consume. The class dimension is clear here: ‘pig’ is the old Saxon word, since Saxons were the underprivileged farmers, while ‘pork’ comes from the French porque, used by the privileged Norman conquerors who mostly consumed the pigs raised by farmers. This duality, signalling the gap that separates production from consumption,....."

(전문은 여기로 http://libcom.org/library/the-parallax-view-karatani-s-transcritique-on-kant-and-marx-zizek )

오늘날 영어에서의 pig라는 단어는 피지배계급이라고 할수있는 농부출신의 구 색슨계통의 언어에서 온 단어인 반면 pork라는 단어는 불어인 porque이서 온 말로서 주로 특권계급이었던 북부의 노르만 정복자들이 사용했던 단어라는 겁니다.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있는 사실은  동일한 동물을 가리키는 서로다른 단어인 pig와 pork의 어원적 차이에서 우리는 생산자(농부)와 소비자(귀족) 혹은 지배계급 혹은 피지배계급이라는 계급적 대립 혹은 간극을 확인 할 수있다는 점입니다. 

이 글에서 지젝은 비록 가라타니 고진의 생산과 소비사이의 간극을 강조하는 그의 "교환"과 관련된 소위  시차적 간극parallax view를 비판하기 위해서 이 사례를 인용하고 있지만 이 사례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는( 칸트식으로 말하자면) 분명 우리에게 어떤 환원불가능한 인식의 이율배반antinomy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은 아닐까요?
 
이러한 간극의 극복은 하나의 시각 (예를들어 pig의 관점으로 pork를 전유하기, 혹은 pork의 관점으로 pig를 전유하기)으로 다른 하나를 환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 간극자체를 "종합"하기 위해서 그것을 사유의 초출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가라타니 고진이 <트랜스크리틱>에서 하려고 했던 이야기였죠. 

따라서 우리는 때로는 돼지를 돼지pig로 보기도 하고 또 돼지를 돼지고기pork로 보아야만 하는데 이에 대해서 돼지나 돼지고기를 어떤 단일한 단어로 통합시려고 하기보다는 돼지와 돼지고기사이의 간극 자체를 '사유'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이처럼 얼핏 사소해 보이는 차이지만 그로부터 하나의 사유를 촉발하는 반성으로 기능할수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존재론적 해명을 요구하는 간극이 될수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써넣고 보니 뻘글이네요..-_- 걍 삭제하려다가 엔터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