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총선이면 저 시절엔 중선거구제 아닌가요? 양김의 분열과 관련 없이 부산 경남의 경우 김영삼이 없으면 노태우를 찍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김영삼은 부산에서만 지배력이 있었지 그것도 절대적인 건 없었습니다. 부산 경남이 무슨 차별을 받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외부에서 인구에 유입될 정도로 공업단지 덕에 호시절을 봤던 시절입니다. 87~88년 선거에서도 민정당은 부산 경남에서 30%는 기본으로 가져갔습니다. 경남의 경우 실제로는 김영삼 전성기 시절에도 민정당이 세가 더 컸습니다.

원래 삼당합당의 목표도 의석수가 압도적인 민정계와 공화계의 합작으로 내각제를 하는 것이었는데 김영삼이 이걸 뽀록낸 다음 자기를 돕지 않으면 차라리 김대중을 도와서 민정당을 박살낸다고 엄포를 놓은게 대통령제 유지의 기틀이 되었죠.

그때도 여론조사 기사가 있었나요? 있으면 당시 여론조사 기사 링크 부탁드립니다.

85년도 여론조사가 언론기사에 있을리가 없지요. 당시 여의도 연구소는 갤럽과 더불어 여론조사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었고 안기부가 김대중 김영삼 모두에게 독자 출마를 권유하는 지지자 편지를 보낸 것도 이러한 정보가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후일 김현철도 이를 깨닫고 여론조사의 중요함을 깨달았다고 했습니다.

유시민이 김대중 출마를 결사 반대하며 책을 낸 이유도 87년 대선 분열로 지역구도가 생긴게 아니라 부산 경남은 애초부터 반호남 지역주의에서 TK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87년에 야권통합이 되었어도 김대중은 전국적인 반호남 지역주의로 당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내용이죠.

지역주의를 박정희로 소급하는 견해들을 종종보는데...

박정희가 지역주의를 사용하려고 시도했던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 유의미한 지역주의를 창출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요. 일단 박정희가 지역주의를 선동에 이용한 71년 대선 이후 선거가 85년까지 없었고... 85년 선거에서 말씀하신대로, 유의미한 지역주의적 징후는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사실, 그런 의미에서 지역주의의 역사를 논할때 85년 선거의 의미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이긴 하겠습니다만...

지역주의는 어디까지나 87년 이후의 현상이라고 보는게, 크게 틀리지 않는 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거를 꾸준히 치르는 대의제 국가라면, 어떠한 선거상의 기제가 등장하는 자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죠. 그러나, 어떠한 정치적 기획도 한방에 거대한 힘을 발휘하는것은 무리라고 보고... 그렇기에, 어떠한 기제들이 사회적 의미부여와, 그 의미의 확산 공유등을 통해 결집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선거"

가 있어야 한다는 점때문에, 지역주의는 87년 이후에야 유의미한 사회적 현상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죠. 단순히, 고향사람 챙기기를 지역주의라고 할 수 없다는건 분명합니다. 이건 어느 사회 어느 나라에서도, 동향사람을 만나면 느끼는 반가움이라는 보편성이 있는 것이니까요. 그것이

"현대 한국정치에서의 어떠한 정치적 동원기제"

로서 유의미하려면, 그것의 역사적 맥락을 좀 더 면밀히 봐야겠죠.

사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일부 논자들이

"서울 지역주의"

라는 것을 말하는듯 싶은데, 이는 타당치 않다고 봅니다. 물론, 그들이 지적하듯이

"서울이 지방을 소외시키고 있다"

는건 맞습니다. 그러나, 그 소외의 양상이, 호남 영남에 맞서는 서울이라는 "지역" 인가? 라는 데 대해서는 좀 회의적이라고 봐요. 단지, 서울이라는 것이 단순히, 하나의 지역, 한 국가의 도시로서가 아닌

"그 자체로서 국제화된 어떠한 메트로폴리스로서"

의

"보편성의 과도화, 과도한 보편성"

을 갖게 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서울의 예외화현상은, 일종의

"세계화"

의 한 발로라고 볼 부분도 있다고 봐요. 서울출신이고 서울산다고 해서 서울부심 돋는 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