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권의 동북아균형자 론이 성과가 없었나?
- 작성일
- 11-05-18 01:39
래리어트님과 앙겔님 두분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데. 이는 보수파 정객들의 지적에서도 나오는 동북아 균형자 론이 이상주의적 주장이라는 비난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그러나 사실 그 반대죠. 앙겔님은 다른분에게 들었겠지만 오히려 동북아 균형자론이 현실주의에 입각한 주장이기도 합니다.
'균형자가 택도 없는 국력이다' 같은 선언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이 되는건 아닙니다. 이런 선언은 실제적인 외교의 흐름보다는 기존의 관념에 얽혀 설득력을 담보받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제 노무현 정부 시기의 주요 동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를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라크,아프간 파병과 미군의 대전략 변화야 노무현도 굳이 버티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다음은 남북 관계. 한 일화를 예로 들어보죠.
노무현 정권 시절 '북한이 핵개발을 하고 있는 영변만을 상대로 미군이 기습폭격하고 빠지는 방책도 강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그간 미국에 의지하던 정권중엔 아예 이런 소식을 통보받지 못하던 정권도 있었고 (김영삼 시절의 영변 폭격) 미국의 강성기조에 휩쓸려 한국 역시 전쟁을 준비하던 시절도 있었죠 (박정희)
그러나 노무현 정권의 거부로 이런 제안은 계속 무산됩니다. 이 일화는 장관급 회담의 제안이지만 국가 수뇌간의 회담에서도 부시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주고 받는 관계를 지속합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해결 시도 반대를 천명함으로서 부시의 북한 때리기는 군사적 해결이라는 수단을 잃어버리고 말았죠. 두분은 부시가 군사적 재재를 가했어야 했다고 보십니까? 왜 실제적인 성과엔 주목하지 않고 그저 이미지에 입각한 비판을 하시는지?
물론 이 결과 부시와 네오콘은 노무현을 많이 의심한건 사실입니다만, 이전 주한대사의 말대로 그의 집권 시기에 한미동맹은 더욱 공고해진것도 사실입니다. 지나고 나니 노무현 정권 만큼 동맹의 친선을 위해 노력한 정권도 없었다는게 회고록의 평가였죠. 물론 이명박의 카트 외교가 본격적으로 발휘되기 전입니다만. 천안함 인증 하나를 얻기위해 많은 것을 포기해주는 이명박만큼 미국의 신뢰를 얻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두분은 마치 글로벌 호구의 외교와 별 다를바가 없다는 입장이신듯 합니다. 별 다를바 없다기보다는 그 표현대로 ;알아서 기는게' 더 좋은듯 하니 이쪽이 더 잘 맞는듯도 싶고.
또 다른 하나를 볼까요? 노무현 집권 후반기엔 일본의 비토권 없는 상임 이사국 진출이 핵심인 유엔 개혁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이 흐름에 반대하는 주요 키워드로 독도와 제국주의를 연결시켜 내부 지지를 얻었죠. 이후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개혁안을 저지하고 비상임 이사국의 확대가 초점인 개혁안에 힘을 보태 성공시킵니다. 동시에 일어난 유엔 사무총장 선거에서도 일본의 반대를 견뎌내고 승리하죠. 어떤 정권이 이만한 외교적 성과를 보여줬습니까?
수조의 돈을 동유럽과 러시아에 들이부어 북한으로 가는 길을 연 노태우 조차 외교적 성과를 인정받는게 현실입니다. 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이 의미가 없는 이상주의적 주장일까요? 남한은 택도 없는 힘을 가졌을까요?
전 적어도 전쟁을 막고 일본의 제국주의 반성 없는 역할 확대를 성공적으로 견제했으며 북한이 주요 침공 루트를 개방하고 그간 유엔 공헌도가 낮았던 한국이 사무총장을 당선시키는 업적을 보여줬다고 보는데 말이죠. 노무현 정권 후반기의 개성공단 개발 일화를 읽어보면 북한의 김정일도 상당한 군부의 반대를 억누르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부지로 제공된 상당 지역은 군부대의 부지였고 이들이 이전하면서 쏟아내는 불만이 상당합니다.
노무현 정권이 언제나 실패한건 이런 내치의 전선에서 언제나 밀렸다는 문제겠죠. 동북아 균형자론이 국내 이슈론 우습게 취급된다는 점에선 실패라는 점에 동감합니다. 그러나 이걸 우습게 취급하는 분들이 제겐 오히려 난감하게 다가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