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음모론이라는게 노무현 김대중 양자론, 노벨상 로비 의혹 등 사리사욕에 썩어 빠진

정치권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다섯살 이전의 세상은 기억나지 않는다.

다섯살 때, 나는 이놈의 세상이 너무나 의심스러웠다.

왜 다른 사람들 얼굴은 다 보이는데 내 얼굴만 보이지 않을까.

왜 나는 생각만 하고 다른 사람들은 말만 할까.



이놈의 세상이 나 하나 어떻게 하려고 오직 나 위주로 돌아가는 것이구나.

사실은 혹시 부칸공화국은 졸라 잘 살고 우리나라만 찢어지게 가난한데

저 위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통째로 속이고 있는건 아닐까.

아니, 모두가 나를 통째로 속이고 있는건 아닐까.

이놈의 세상, 도대체 믿을 수가 없었던 다섯살짜리의 데카르트스런 철학이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딴 생각을 품고 있는 내 자신이 무척이나 걱정 되었다.

다른 놈들은 다 저렇게 잘만 살고 있는데 나 혼자 이런 망상에 사로잡혀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건 아닐까.

빠삐용은 인생을 낭비한 죄로 시커먼 감옥에서 바퀴벌레 먹고 이가 빠지던데

(다섯살짜리 눈에는 그렇게 보였음)

나 이러다 감옥 가는건 아닐까.



중학교때 쯤.

트루먼쇼를 보고서야 드디어 안심이 됐다.

됐구나. 적어도 저딴 상상을 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구나.

다행이야. 난 싸이코가 아냐.

트루먼쇼.

트루먼쇼.

트루먼쇼..



다시, 징그러운 스물두살.

나이 찰 만큼 차서 강남에 있는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며 세상의 이러한

조화가 오직 나만을 위한 음모는 아닐까 하는 씰데 없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건 음모다.

세상이 날 희롱하기 위한 철저한 음모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엔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도저히 찾을 수 없던

'전국구급 이쁜여자들'이 강남에만 나가면 버글버글 끓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이건 음모다.

이쁜여자들을 더 보기 위해 나를 강남에 발 붙이게 하려는 음모다.

강남에서 놀려면 돈이 엄청 깨진다.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서민 부모에게 손을 더 벌리게 해

영남지역의 돈을 쥐어 짜서 빨아 먹으려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더러운 음모다!

내가 강남 가는 버스를 탈 때마다 저편 구석에서 무전기를 뽑아들고

"야. 시발 떴어! 빨리 이쁜애들 다 불러모아서 강남으로 배치시켜!"

라고 말하는 MIB요원들의 기가 느껴진단 말이다!

나쁜놈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 굳이 내 몸통만한 전지현 얼굴 사진을 붙어 놓는 것 또한,

내가 강남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보려는 치졸한 작전에 불과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전지현 사진을 보면서 헤벌레 웃다가 구리구리 흑석동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놓칠리가 없지 않은가!

버스를 놓치고도 아쉽다라는 생각이 들기에 앞서 오예 전지현 얼굴 한 5분쯤 더 볼 수 있다

라는 안도감이 드는 것 또한, 저 더러운 서울시장의 음모에 내가 빠진 것이다.



난.

절대로.

저놈의 강남에.

차비랑 학원비 빼고 울엄마아빠가 벌어다 주시는 피 같은 돈 쓰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