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판의 추억
- 작성일
- 11-08-20 23:41
첫등판이었다.
괜찮은 애라는 친구 애인의 말만 믿구 온몸에 금칠하고 소개팅을 하러 나갔다.
한참 기다리니 친구 애인이 한 처자를 데려와서 썡긋웃으며 말했다.
"별님아 잘해봐."
아.
원체 눈낮은 나였지만 상대방이 그닥 성에 차질 않았다.
뭐 하기사
그땐 처음이라 그떄만 딱 수준이 높았었을지도 모르지.
어쨌든 서먹서먹하지만
그럭저럭 신나게 수다떨고 헤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흘렀다.
시간이 흐르다 우연히 그 처자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에 갔었다.
근데...
분명히 얼굴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예뻐보이더라.
아.
물론 몸매도 그대로였다.
그래서 이게 왠일인가 싶더라.
그리고 왠지 말걸고 싶어졌다.
그래서 살포시 말걸었다.
"나 기억해요?"
그 처자가 그러더라.
"네."
그리고 수줍게 웃더라.
그뒤로 계속 그 가게에 갔다.
딱히 할일도 없고
군대도 늦게간 나에게
그 가게는 어쩜 잠깐의 쉼터였는지도 모르겠다.
가게에 가서 딱히 그 애와 이야기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내 볼일 보거나
친구와 잡담좀 하거나 했을뿐이었다.
그리고 그냥 일상처럼
인사만 했다.
인사하면 최소한 바퀴벌레보듯 봐주진 않았으니
그정도면 썡큐였다.
하루는 술에 좀 취한 날이었다.
술을 마시다 후배와 그 가게에 갔다.
취해서였을까?
뭐라도 할수 있을꺼 같은 기분이 들더라.
근데 후배가 신경쓰였는지
여전히 수줍음 많이 타는 총각이었는지
술에 취해도 별말 안하더라.
그리고 조금 앉아있다가 그냥 나왔다.
그리고 후배에게
저 가게에서 일하는애가 어떤애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내 이야기를 했다.
후배는 한참 듣더니 그러더라.
"형 저애 남자친구 있어요."
"니가 저애를 어떻게 알아?"
"저애 제 동기랑 사귀잖아요."
아.
그렇게 썰렁한 등판의 기억은 가물가물 사라졌다.
별일 없었으니 막 아쉽거나 막 서글프거나 하지도 않았다.
다만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애가 그리도 예뻐보였던건
아마 사랑하는 사람과 함꼐여서였나보더라.
그냥 그렇다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