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글] 지금의 경제 위기는 결국 정치의 위기죠.
- 작성일
- 11-08-23 12:27
딱히 그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워렌 버핏이 왜 뉴욕타임즈에 그런 글을 썼을까 라는 생각이 계속 들더군요.
경제 위기 상황에서 흔히 말하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부자증세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결국 지금의 경제 위기는 실은 정치의 위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상적인 경기 변동 상황에서는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통하여 시장에 대응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미 그런 정책들이 무용지물이라는 게 명백해진 상황이죠.
오히려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의 주체인 정부에 대한 신뢰 문제(국가부채 및 지방정부부채)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돌파구는 결국 경제가 아닌 정치에 있습니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면서 했던 이야기도 경제정책이 아닌 정치권의 리더쉽 부재였습니다.
유럽의 위기 상황은 훨씬 더 골치가 아픈 상황입니다.
유럽의 모든 나라들이 독일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
물론 유럽통합으로 인플레 없는 성장을 구가하던 독일이 유럽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일정정도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지만,
그것은 먼저 위기를 불러온 각 국의 주체들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감수할때나 가능한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독일이 이탈리아의 채권을 대신 보장해준다 하더라도 이탈리아가 이를 발판으로 정부 부채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부패의 상징인 이탈리아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배만 불려주는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탈리아가 내적으로 근본적인 정치 혁신이 없이 이런 상황에서는 결코 재정위기가 해결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스 문제의 근간으로 돌아가면 역시 거기에도 한국언론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복지정책이 아니라 정치, 사회의 구조적인 부패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남유럽의 부패한 정치,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상황에서 부패한 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을 남유럽 각국이 아닌 독일이 져야한다는 것,
이는 독일 국민들로서는 결코 납득할 수도, 독일 국민들을 설득할 수도 없는 일일 것입니다.
저는 유럽 경제 통합 과정에서 각 국의 정치시스템이 가지는 수준 차이를 지나치게 간과한 결과가
이러한 경제 위기의 형태로 드러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유럽 재정 위기의 근간에는 경제가 아닌 정치의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 경제 체제가 유지되면서 경기변동에 의해 주기적으로 돌아오는 위기 상황에서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수 많은 대책들은
이미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금융정책은 물론이고 재정정책 또한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정부가 위기 상황에서 내놓는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규모 투자(대부분 토목 사업)도
그러한 정책을 취할 당시에 정부와 경제계가 주장하는 경제적인 효과들을 사후에 따져보면 대부분 형편없는 수준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정부든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된 분석과 감시없이 특정 산업 분야에만 투자되는 대규모의 세금이
국민들의 바람대로 제대로 집행되고 효과가 나타나길 바라는 건 어찌보면 바보같은 행동인지도 모릅니다.
다만 경기 순환에 의해 경제가 살아나는 큰 흐름 속에 숨어있었던 거 뿐이겠죠.
또한 시중에 자금이 마를 것을 우려해 대규모 금융기관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지만
이는 대부분 자본가들의 모럴해저드만 부추길뿐 실질적인 신용경색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작은 빚을 진 가계에 대해서는 벼랑 끝에 내몰며 혹독하게 굴면서도
큰 빚을 진 누군가에 대해서는 부채 만기 연장이니 이자를 깎아준다느니 하는 이러한 시스템에 대해서
모두 직관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전 폭우가 내리면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과 지방의 건설업자들이 기뻐한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수십년의 경제 위기 속에서 소위 자본가들과 일부 부패한 정치인들이 취하는 태도 또한 이와 다를게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 속에 내재된 문제점을 우리 사회가 언제까지 지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동안은 어렵지 않게 잘 지탱해왔죠.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이 영원히 지탱될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한 번씩 한 번씩 위기를 넘어올때마다 이러한 시스템에 기생하는 자본가와 부패한 정치인들의 힘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만 가는데도?
불교에서는 때가 무르익었다는 표현이 있죠.
일상적인 경기 변동의 궤였다면 2008년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이미 해결되어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에 들어가야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지점은 그러한 일상적인 경기 변동의 궤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20~30년대 대공황이 그러했던 것처럼 위기를 벗어나는 신호탄은 경제가 아니라 정치에서 나올 것입니다.
다만 그것이 모두에게 긍정적인 역사의 진보로 드러나길 바랄뿐 행여나 전쟁의 모습으로 나와 인류를 비극으로 이끌지 않기를 바랄뿐입니다.
특히나 남북 대치 상황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죠.
p.s
이렇게 진지하게 써놨지만... 당장 조만간 미국의 실물경제 지표가 좋아지면... 이것도 쓰레기통에 들어가야할 뻘글;;; 하아;;;
하긴 내가 이런 거 다 맞출 능력이 있는 사람이면 이리 한심하게 살리가 없,,, =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