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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한국대학생포럼
제목: 헌재의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 위헌 결정, 무책임한 판결이다.

28일 헌법재판소는 지난 미네르바 구속사건의 근거 법 조항이었던 전기통신법 47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전기통신기본법 47조 1항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이 조항은 인터넷을 비롯한 모든 통신 설비를 사용함에 있어 무분별한 루머와 인신 공격성 발언을 차단하고, 올바른 통신 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데 있어 가장 직접적인 근거 조항으로서 작용하여왔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서 '공익과 허위라는 개념의 모호성'과 더불어 '시장에 의한 루머와 허위 사실의 자연스러운 도태의 필요성'이라는 이유를 들어 위헌결정을 내렸고, 이로 인해 전기통신기본법은 사실상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결정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전기통신기본법 1장 1조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은 전기통신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여 전기통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발전을 촉진함으로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또한 우리 헌법 37조 2항 역시 기본권에 대한 제한의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묻고 싶다. 헌법 37조2항에서 말하는 '국가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와 전기통신기본법 1조에서 말하는 '공공복리'의 개념조차도 모호한 것이라고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헌법과 법률의 모든 조항에는 공공복리, 공익 등 포괄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는데, 왜 굳이 47조 1항에 대해서만 '공익의 모호성'을 들어 7:2라는 압도적인 숫자로 위헌결정을 내린 것인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공익이란 개념은 당연히 모호할 수밖에 없다. 혹자에게 공익은 수많은 사익의 결합체로서, 자신의 기본권을 탄압하기 위한 구실로 비춰질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혹은 누군가에게 있어서는 더 이상 특정 이익이 사익이 아닌 공익으로 승격되어야 하는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공익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그 범위와 기준이 불분명할 수 있겠으나, 여전히 이 사회의 공익과 공공복리, 국가 안전 보장 등은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실제 우리의 삶과 경험을 통해 공익이란 분명 우리의 삶을 증진해주는 것이며, 우리가 공익을 추구하지 않았을 때 우리의 사익조차도 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왔다. 그리고 우리는 공익을 증진하기 위해 사회를 만들고, 정부를 세우며, 법을 집행하는 등 각종 제도와 규칙을 통해 이 사회를 구성해가는 것이다. 이런 공익의 절대적 필요성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외면하는 것인가?

허위라는 것 역시 규정하기 어렵다는 헌법재판소의 시각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현대사회가 지극히 복잡하여 허위와 진실의 경계를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특히 법률 공방에 있어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허위와 진실의 범위를 찾아내기 위해서 사법제도를 만든 것이며, 언론과 매체 등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즉, 허위란 분명 존재하는 사실이며, 우리는 그 허위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제도를 통해 규명된 허위의 개념을 받아들여, 비로소 우리는 특정 개인의 행위에 대해서 허위라는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다. 허위란 밝히기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어버린다는 말인가?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위헌 결정은 무책임하다. 인터넷 상의 각종 루머와 허위 사실 유표는 연예인의 자살, 국가적 경제 혼란, 안보 질서 유린 등 수많은 폐해를 낳았다는 점은 우리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본인확인제 등의 필요성마저도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이러한 법률 삭제 행위는 전혀 현대 사회의 복잡성과 심각성, 그리고 공동체의 와해 등을 고려하지 않는 반시대적인 발상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헌법재판소는 모름지기 이 사회의 질서를 바로잡고, 급진적 발상을 지양하며, 지극히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법률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기관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 그 권력과 영향력이 막강한 최고 결정 기구 중 하나이다. 그러한 헌법재판소가 인터넷의 현실을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의 앞으로의 '공공복리 증진'이 어떻게 될 것인가 걱정될 뿐이다.

각종 언론은 미네르바의 승리를 외치고 있다. 진정 이 사회가 미네르바가 무죄판결을 받는 데 이어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의 화신이 될 만큼 그 성숙도가 떨어지는 것인가. 우리는 언제까지 정부의 제재와 개입을 독재와 탄압으로 이해해야 하는가. 우리는 언제까지 독재시대에 살고 있다고 주장할 것인가. 각종 사기와 범죄가 판을 치고, 한 사람의 목숨마저 위협하는 인터넷 시장의 무자비함을 막을 수 있는 제도가 없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지켜낼 것인가. 국회의 새로운 입법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