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사태와 자오즈양에 대한 비판적 시각
- 작성일
- 10-11-09 22:48
이 게시글을 보니 제가 얼마전 리뷰?를 올린 적이 있던 책 <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몰락>에서 읽었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다음에 퍼온 글은 이 책의 서문의 일부인데요. 제목처럼 천안문과 자오즈양에 대한 서구적시각이라기보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본 글입니다.
책보면서 직접 쓰려다가 번거로와서 대신 웹에서 이 책 서문을 번역한게 있어 서문 중 일부를 퍼와봅니다.
천안문사태와 같은 민간인에 대한 군사적 진압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은 합니다만
만약 당시 천안문에서의 시위를 통제하지 못하고 동독과 구소련처럼 사회주의체제가 몰락하고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고 가정한다면
그것이 과연 당시 천안문사태진압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던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었을지는 의문입니다.
89년 천안문에서 지식인들과 또 그들을 대신해 죽음을 당한 노동자들이 기본적으로 상상했던 자본주의라는게 당시 구사회주의국가의 대중들이
흔히 그러했듯이 사회주의국가보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왔던 시장경제를 낭만화되고 이상화된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경향이 컸고
또 그러한 체제간의 피상적 비교를 통해 자신들의 체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게 되었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당시의 그들로서는 표면적으로 보이는 자본주의체제의 물질적 풍요로움이 심각한 계급차별과
소득의 불균등분배같은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구조적 착취시스템일 수있다는 것을 모른채로
자의반 타의반 급격한 사회주의체제의 몰락으로 이어졌는데 그 결과 자신들(노동대중)이 대면하게 되었던 것은
그들이 동경했던 자본주의의 풍요로움이라기보다는 실업과 가난이라는 냉엄한 자본주의적 현실이었죠.
오늘날의 중국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공산당관료들 스스로가 자본주의시장경제를 도입함으로해서 89년 노동자들이 목숨바쳐서
옹호했던 "민주화"와 "자유화"를 적어도 경제부문에서만큼은 이루게 되었다고 할수있는데 과연 이것이 정말로
천안문에서 스러져간 노동자들이 이상화했던 바로 그 사회라고 할 수있을까요?
전문은 요기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http://nanxi95.egloos.com/2265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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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980년대는 정치적, 지적 흥분의 시대였다. 일부 당국의 냉담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중국지식인들은 정치적으로 적극적이었으며, 소위 ‘사상해방’을 연달아 요구할 수 있었다. 실제 당시의 중국 사회주의에 대한 지적 비판은 처음에는 주로 마르크스주의 담론 안에 머물렀다. 반체제 지식인들도 중국혁명과 사회주의 경제제도의 정통성에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그러나 1985년 이후, 경제개혁은 점차 자유시장 쪽으로 향했다. 부패는 늘어났으며 관료 엘리트 중 다수는 초기의 대자본가가 되었다. 한편 지식인들 중에서는 재빨리 우파로 돌아서는 이들도 있었다. 그 전의 중국 사회주의의 마오쩌둥 시기는 점차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실패의 시기로 여겨졌다. 중국 사회주의는 일본, 한국, 대만, 홍콩과 같은 지역과의 경제 성장의 경주에서 졌기 때문에 실패한 것으로 여겨졌다. 다수가 마오쩌둥을 무지하고 뒤떨어진 농민에서 수천만을 죽인 책임을 져야하는 잔인하고 권력에 목마른 독재자로 변했다고 여겼다. (이러한 마오에 대한 인식은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1980년대 이전에 그렇게 알았다.)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지식인들은 더 이상 마르크스주의에서 담론을 빌려오지 않았다. 대신에 서구의 고전적 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경제학(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이 주장한)이 유행하는 새 이데올로기가 되었다.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모두 자유시장과 민영화를 지지했다. 그러나 그들 사이에도 (자본주의로의 이행을 의미하는) ‘개혁’의 정치적 전략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 일부는 ‘민주주의’를 계속 요구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국, 대만, 싱가폴에 존재하는 주어진 재산권에 대한 보호 (혹은 자유)외에는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를 부정하는 권위주의적 자본주의의 일종인 신권위주의를 주장하며 더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다수는 당시 중국 공산당의 총서기였던 자오즈양을 ‘계몽적 전제주의(enlightened despotism)’를 수행할 인물로 여겼다. 1989년 ‘민주화 운동’이 발생하기 전에 중국의 이데올로기적 상황은 이러했다.
나는 1988년에 이미 대학에서의 반체제 학생활동에 적극적이었다. 1989년 초반부터 대학에서는 점차 소요가 끊이지 않았다. 후야오방(그 전의 ‘개혁주의적’ 공산당 총서기)의 죽음은 학생들에게 정치적 시위를 시작할 구실이 되었다. 평범한 학생들에게도 어떤 형태의 민주주의에 대한 어느 정도 순수한 갈망이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베이징의 일류 대학에는 노동자 농민 출신의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압력은 그 운동을 더 급진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자본주의 지향의 개혁을 지지했다. 그들은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자오즈양이 이끄는 당의 ‘개혁파’들과의 동맹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 자유주의자들은 사실상 당의 지도자인 덩샤오핑의 지지를 끌어들이기를 희망했다. 자유주의자들은 처음에는 학생 시위를 억제하려고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학생 지도자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자유주의 지식인들에게 영향을 받았지만 정치적으로 미숙했고 개인의 정치적 야심에 많이 끌려다녔다.
학생 시위가 커지면서 베이징의 노동자들도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 거리로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학생들은 매우 기뻐했다. 그러나 나는 경제학과 학생으로 다소 큰 아이러니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우리가 수동적이고 순종적이며, 무식하고 게으르고 멍청하다고 여기는 바로 그 사람들이었음에도 우리를 지지해주러 나왔다. 또한 몇 주 전까지도 우리는 국유기업을 폐쇄하고 모든 노동자들을 해고해야 한다는 개혁 프로그램을 열광적으로 주장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노동자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걸까?”
불행하게도 중국의 노동자들은 알지 못했다. 1980년대에 물질적인 생활수준의 측면에서 중국 노동계급은 상대적으로 풍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혁이 자본주의로 전환되자 노동자들은 점차 분노했다. 관리자들에게는 점차 (테일러주의의 ‘과학적 관리’같은) 자본주의 형태의 노동규율을 노동자들에게 부과할 수 있는 권력이 주어졌다. ‘물질적 인센티브’의 재도입은 수입불평등과 관리 부패로 가는 길을 닦았다.
그러나 마오주의적 혁명의 실패 뒤에 중국 노동자들은 정치적으로 무장해제 당했다. 관영 텔레비전 프로그램, 신문, 잡지는 물질적으로 번영한 서구 자본주의와 역동적인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용”들을 보여주었다. 오직 중국과 그 외 사회주의 국가들만이 뒤떨어진 것으로 보였다. 관영 매체와 (틀림없이 서구의 주류 학계와 미디어로부터 도움을 받았을)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협조 속에서 다수의 중국 노동자들이 자본주의에 대한 주류적 인식을 순진하고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음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에 대한 지배적인 이미지는 장시간 노동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는 공장에서 민주주의, 높은 임금과 복지 및 노동조합의 권리보호와 동의어로 바뀌었다. 1990년대가 되어서야 중국 노동자들은 실제 생활에서 자본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 지를 그들 자신의 경험 속에서 다시 배웠다.
많은 중국 노동자들이 텔레비전에서 보여졌던 것 같은 추상 속에서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려고 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실제로 그들의 물질적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이해하고 있었다. 중국 노동자들은 그들의 ‘철밥통’(평생 고용 보장과 완전한 복지 프로그램)을 신봉했으며, 그들의 학생 시위에 대한 초기의 지지는 부분적으로 학생들이 부패와 경제적 불평등에 항의하고 있다는 믿음에 기반했다. 그러나 중국 노동계급은 정치적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무장해제 당했기 때문에 그들 자신의 계급 이익을 위해 싸울 독립적인 정치세력으로 행동할 수는 없었다. 대신 그들은 정치적으로 상관하지 않거나 그 궁극적인 목적이 그들 자신의 이익과는 완전히 반대인 정치적 운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 노동계급은 쓰라린 교훈을 얻거나 피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1989년 5월 중순이 되자 학생운동은 급속하게 급진화되었고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학생 지도자들의 통제를 벗어났다. 천안문 광장에서의 ‘단식투쟁’ 기간에는 수백만의 노동자들이 학생들을 지지하러 나왔다. 이는 혁명적 상황에 가깝게 발전했고 정부와 학생들 사이의 정치적 대결은 거의 피할 수 없었다.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학생 지도자들은 전략적 결단에 직면했다. 그들은 시위를 중지하는 전면적인 후퇴를 조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확실히 사기는 꺾였을 것이며 학생지도자들은 대학에서 쫓겨나고 일부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직업을 잃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더 부정적인 유혈의 결과는 피할 수 있었다.
대신에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학생 지도자들은 승리로 향해갈 수 있었다. 그들은 정치적 여세를 몰아 대중적 지지를 결집시켜 정치적인 힘을 얻는 단계로 나갈 수 있었다. 만약 그들이 이렇게 움직였다면 성공했을 거라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분명히 좋은 기회가 있었을 것이다. 공산당 지도부는 분열했다. 다수의 군 지휘부와 지방 정부의 중앙 정부에 대한 충성심에 의문이 생겼다. 학생 운동은 전국의 도시 거주민들 대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그러나 자유주의 지식인들과 학생 지도자들이 이러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도시 노동계급의 완전한 지지를 동원할 수 있어야만 했다. 이는 중국의 자유주의 지식인들이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길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한 것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정부는 길게 기다리지 않았다. 수천의 노동자들이 학생들을 지키기 위해 베이징의 거리에서 죽었다. 학생들은 천안문 광장을 평화롭게 빠져나갔다. 2년 뒤에 감옥에서 마르크스의 『1848년에서 1850년까지의 프랑스에서의 계급투쟁』을 읽었을 때, 나는 19세기 중반의 프랑스 쁘띠부르주아와 20세기 후반 중국 자유주의 지식인들 사이의 정치적 어리석음의 유사성에 깊은 인상을 받았으며, 이는 결국 그들의 삶의 사회적 조건과 계급 이익의 반영이었다.
1989년 6월의 어느 밤에 베이징 대학 근처의 한 거리에서 다소 지식인처럼 보이는 자전거를 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달려들어 싸우기 시작했다. 이는 베이징에서는 꽤 흔한 장면이었다. 빗자루로 길가의 쓰레기를 쓸던 50대의 한 여성 청소부가 다가와서 얘기했다: “당신들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 것이냐? 우리나라가 이렇게 곤경에 빠져있는데 좀 더 나은 일을 할 수는 없느냐?” 그 두 지식인 같아 보이는 이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아무 말도 없이 떠났다. 나는 이 장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는지 감동을 받았는지 혹은 둘 다인지 몰랐다.
마오쩌둥은 ‘인간의 정확한 사상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 사회적 실천 - 생산투쟁과 계급투쟁, 과학적 실험에서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인간의 정확한 사상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1963년, 5월) 지식인의 사상도 다른 모든 사람의 사상과 다르지 않아서 무엇보다도 물질적 생활조건과 사회 환경에 대한 반영이다. 그래서 지식인의 사상은 필연적으로 그 혹은 그녀의 편협한 개인적 시각에 제한되고 그 자신의 계급 이익에 치우친다. 나처럼 물질적으로 특권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노동계급의 이익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못한다. 더 특권적인 사회계급의 다수가 자신의 계급에 반하는 정치적 입장을 취하거나 노동 계급의 대의에 자신을 동일시하게 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모순의 격화로 지식인(혹은 중간계급)들이 프롤레타리아화나 아래로의 사회 유동으로 인해 위협을 받을 때뿐이다.
나는 1989년의 ‘민주화 운동’의 실패 후 바로 그 실패를 반성하고 근본적인 원인들에 대하여 이해하려함에 따라 좌파, 사회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가 되었으며, 결국 마르크스-레닌주의적 마오주의자가 되었다. 1년 후에 나는 베이징 대학 캠퍼스에서 정치연설을 했고 이로 인해 2년 동안 투옥되었다. 수감생활에는 두 가지 장점이 있었다. 첫 번째는 내 일생에서 처음으로 사회 최하층 출신의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이 경험은 헤아릴 수 없는 가치였다. 두 번째는 감옥에서 독서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다는 것으로 이후 나는 다시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없었다. 나는 마르크스의 『자본론』 세 권을 세 번 읽었으며, 마르크스, 엥겔스, 레닌, 마오쩌둥의 고전적인 저작들과 바란과 스위지의 『독점자본』, 아기리 엠마뉴엘의 『부등가교환』, G. A, 코헨의 『마르크스의 역사이론』, 버트란드 러셀의 『서양철학사』를 읽었다.
마르크스주의자에게 “몰락 이후”, 20세기 사회주의의 역사적 이력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버리고 마르크스주의를 받아들이면서 나는 나 자신의 협소한 계급적 시각을 넘어서 노동 계급의 시각에서 많은 주제들을 다시 숙고하려 했다. 예를 들면, ‘철밥통’을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나태와 비효율성을 조장한 온정주의적 노동 체제로 보는 대신에 중국 노동계급이 혁명적 투쟁을 통해 얻어낸 위대한 역사적 권리로 관료주의와 자본주의적 착취로부터 노동자의 기본이익을 지켜낸 안전장치의 기능을 했다고 이해했다.
나는 마오주의적 시기에 대한 공산당의 공식적인 평가와 (본질적으로 서구 주류의 평가와 동일한) 자유주의 지식인들의 평가 둘 다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중요한 문제는 문화대혁명 시기를 어떻게 평가하는 가였다. 공식적인 평가와 자유주의적 평가는 실질적으로 같았다. 마오쩌둥은 그의 권력에 대한 목마름이나 계급투쟁에 대한 강박 때문에 단독으로 대규모의 전국적인 박해를 시작했으며, 수백만을 죽이고 교육과 경제를 파괴했다. 문화대혁명 10년은 그들에 의해 ‘10년 동란’으로 불렸다. 독자들은 이러한 사고의 연장선에서 문화대혁명을 고발하는 많은 책, 소설, 영화 등에 익숙할 것이다.
1989년 전에 나는 문화대혁명의 주류적 견해에 의문을 가지고 마오의 진정한 의도는 관료적 특권에 맞서 싸우기 위해 대중을 동원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지방의 지식인 잡지를 읽었었다. 그것에서 나는 처음으로 마오가 평등주의적이고 민주적인 이상에 매우 헌신적이었다고 들었다. 나는 1992년에 감옥에서 석방되었다. 나는 그 후 2년을 전국을 돌아다니며 남아있는 자유주의적 반체제 활동가들과 논쟁했으며, 국유 영역의 노동자들과 새로운 자본주의적 영역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접촉할 기회를 가졌다.
그 사이에 나는 가짜 신분증으로 지방과 도시의 도서관을 다니며 (그 당시 많은 중국 도서관에서는 입장 시에 직원증이나 학생증이 필요했는데 나는 베이징 대학에서 쫓겨났고 실직상태였다.) 현대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발전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나는 주로 마오 시기의 중국을 미래의 사회주의 혁명에 있어서 역사의 짐이라기보다는 혁명적 유산으로 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