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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한문같은 표의문자는 제외하고..

같은 표음문자인 일본의 가나와 한글 그리고 로마자를 비교해보겠습니다.



한글과 로마자는 일단 일본의 가나보다 뛰어난 표음문자입니다. (문화적 요소는 일단 여기서 논외로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한글과 로마자는 음소단위로 구분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어 '달'이라는 문자는 ㄷ, ㅏ , ㄹ 과같은 음소단위로 구분이 가능하죠.
로마자도 ㄷ=d , ㅏ=a, ㄹ=l 같은 방식으로 대응할 수있으므로 한글과 같이 음소단위로 추출가능한 문자입니다.
반면 일본의 가나는 이런 음소단위의 추출이 불가능하죠.
예컨대 が [ga] 의경우 한글은 ㄱ 와 ㅏ 로 , 로마자는 g 와 a로 추출가능합니다만
일본의 가나는 이런 음소단위의 추출을 하지 안(못)한 관계로 수십개에 이르는 가나를 외워야만하는 문자죠. 
가나가 이런 표음문자에 그친 이유는 일본어자체가 가지는 특성 즉 받침사용이 적은 언어적 특성을 반영하기도 합니다만
결과적으로 불완전한 표음문자인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한글이 로마자보다도 뛰어난 이유를 이야기해봅시다.
앞서이야기했듯이 한글과 로마자는 음소단위로 추출가능한 문자라는 점은 같습니다.
음소단위로 추출가능한 문자체계를 발명한 것은 로마자가 훨씬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또 간접적으로나마
한글이 그 영향을 받았다고 볼수도 있겠습니다만 한글은 이러한 음소단위의 표현의 수준 이상을 구현해 냅니다.

한글은 '달'을 ㄷ, ㅏ, ㄹ처럼 음소단위로 추출하는 동시에 이를 '달'이라는 음절단위로도 구분하는 문자입니다.
예를들어 '달마'이라는 단어표기를 봅시다. 여기서 우리는 '달마'가 달+마라는 음절로 구분됨을
그 단어를 쓰는 것과 동시에 구분가능하죠.
그런데 이를 로마자로쓰면 달마=dalma 이렇게 써야만합니다.
보시다시피 로마자는  달dal과 마ma사이의 음절단위의 구분이 없이 단지 단어수준에서 음소를 쭉 연결한 것에 불과합니다. 

음절단위로 구분한게 뭐그리 대단한 것이나고요? 
음절단위로 구분하능한것과 못한 것의 차이는 사뭇 큽니다. 
앞서서 한글과 로마자는 음소단위의 문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로마자는 음소단위에만 머무르는 문자라면
한글은 음소가 결합하여 만드는 음절단위까지 사고하는 문자인데 이런 체계는 언어가 표현하고자하는 '의미'를 사고하려면
음소단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절단위라고하는 '형태소'가 요구됩니다. 

노마 히데키씨가 <한글의 탄생>에서 예로든 경우로 한번 살펴봅시다. 

한글은 '밤이'를 3가지 형태로 표현가능합니다. 

1. ㅂ ㅏ ㅁ ㅣ

2. 바 미

3. 밤 이

1번은 '밤이'를 음소단위로 나열한 표현법입니다. 한글의 풀어쓰기로 하면 1번처럼 표기가 가능하죠. 
로마자가 가지는 표기법이 바로 1번입니다. b(p)ami 이렇게 단지 음절들을 구분하여 늘어붙였을 따름이죠. 
이렇게 표기하게되면 문제는 '밤이'라는 표기속에 자리잡은 '밤'이라는 명사와 '이'라는 주격조사가 구분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로마자는 음소적으로는 구분가능하기에 음절들을 나열하여 그것을 문자로 표현은 가능합니다만
그 표현내부에 어떤 형태음운론적인 요소가 있는지는 구분불가능하죠. 

그런데 한글은 1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번..거기에 3번으로까지 도약합니다. 

2번을 봅시다. 2번은 1번처럼 음소론적 구분에 그치지 않고 음절단위로 구분을 해 냅니다. pa + mi 이렇게 말이죠. 
그러나 이수준의 음절구분으로는 완전한 음운론적 형태소를 표현한 것이라 볼수 없습니다. 
'밤'이라는 명사와 거기에 '이'라는 주격조사가 붙어있다라는 구분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그럼에도불구하고 사실 이런 불완전한 형태로나마 음절단위로 표현해 내는 문자는 제가 알기로는 한글이 유일합니다.
 

더욱이 한글은 2번수준을 더욱 가다듬어 3번으로까지 체계화합니다. '밤이'를 3번처럼 '밤이'로 표현함으로써 그 표기속에 
'밤'이라는 명사와 '이'라는 주격조사가 결합되어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서양에서는 이와같은 음소단위를 포괄하는 음운론 그리고 형태소간의 변화를 나타내는 이형태allomorph를 발견한건
20세기들어와서 러시아의 언어학자인 니콜라이 트루베츠코이가 형태음운론morphophonology를 창시함으로써 비로소
체계화되었지만 한글은 이미 세종이 훈민정음을 반포하면서 그 표기법으로 이 형태음운론적 표현가능성을 100%실현해 사용해왔던 겁니다.

그런점에서 우리는 세종대왕님에게 평생 감사하고 살아도 부족합니다. 

알라뷰..세종대왕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