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에 논쟁의 자유는 어디까지?
- 작성일
- 11-11-16 23:23
작년에 사랑니를 뽑았습니다. 날듯 날듯 살껍질에 쌓여서 어금니를 썩게하는 위엄을 떨치신 바람에 백발의 호호 할아버지 선생님이 이참에 째고 뽑으라고...
엄청나게 아팠어요!!!!!!
네.... 안그래도 살째고 집게 집어넣어서 뽑는데 전 마취도 안되더라구요. 턱 전체가 마비될만큼 3~4번을 맞아도 통증이 남으니 어느새 아들(전 어떻게 이나이 차이에 아들이냐면서 저항해봤지만...) 취급하시는 할아버지께서 넌 어떠게 된게 마취가 안되냐면서.....
원래 신경 치료 받는것도 뼈를 긁어내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서 상콤했던지라 시술 끝나면 저는 몸이 땀으로 한사발.... 의사 할아버지도 긴장하다 보니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혔더랍니다. 이 저주받은 몸땡이?
정치적 논쟁이 바로 이 아픈 사랑니. 어금니 치료와 같습니다.
원래 정치적 식견을 교환한다는 미명하에 내 견해를 집게 삼아 다른사람의 견해를 뽑아버리는게 정치적 논쟁입니다. 이건 짜장면과 짬뽕파의 싸움. 소녀시대가 좋으냐 투애니원이 좋으냐 하는 싸움보다 인간의 가치관에 좀더 깊게 접근합니다.
앞니 뽑아도 아프지만 어금니 뽑는것보단 덜아파요.
참 빈약한 자랑이지만 뼈 깎아서 사랑니 뽑힐때 마취가 안되서 땀이 비오듯 흘러도 비명을 안질렀습니다.
그러나 좀 지른다고 어떤가요. 아프잖아요. 내가 아픈 만큼 상대도 아플거라 생각하면 좋은데. 사실은 나보다 더 아픈 사람도 있는데 역지사지 만큼도 생각을 안하는게 우리네 잣대 입니다.
정치적 논쟁이 혼탁해 지는건 이 비명들이 논쟁의 위를 덮기 때문입니다. 서로 주장이 달라서 부딫히는건데 상대방이 옳으면 나는 틀린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내 삶의 가치관이 흔들리다니 이런 시발? 하고 넌 개xx 고 니가 쓰는 수법은 개xx고.... 하며 아파하는건 난데 상대방이 때려서 그런거라고 둘러대기 일쑤죠.
제가 논쟁이 길어지는 경우에 서로 막말을 일삼아도 관대한 이유가 그렇습니다. 저사람들은 정말 아파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요.
물론 저 역시 논쟁이 챗바퀴 돌기 시작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내 생각을 다듬으려고 대화하는거지 무한 루프 돌리려고 논쟁하는건 아니거든요.
아이토크...아이디에서 닉을 바꾸신 레이디 고디바님의 글을 봤습니다. http://www.baseballpark.kr/bbs/board.php?bo_table=bullpen2&wr_id=1052593
'이건 뭐 존나게 길어!!!' 라고 김어준처럼 툴툴대면서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중 동의한게 있는데
'소통의 자연정화라는 순기능은 저절로 이뤄지는게 아니라 구성원들간의 자유로운 내부 비판과 감시, 견제라는 의사개진의 활성화' 가 먼저라는겁니다.
유저들이 자신들이 소통할 책임을 팽개치고 운영자가 개입한 강제적 배제로 권한을 떠넘길수록 커뮤니티의 자연 정화는 멀어집니다.
MLBPARK의 불펜이 70%는 신변 잡기. 30%는 그 신변잡기류의 선호도 차이로 난장판이 된건 유저들 대부분이 자신의 책임을 망각하고 게시판지기에게 떠넘기고 게시판지기도 생각없이 자기 권한을 확대한 결과물입니다.
그 권한을 확대한 분은 사적으론 좋은 자영업자지만 공적으론 무능했죠.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법적으로 허용되는 표현은 모두 수용한다는 정글이 되는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MLBPARK와 네이버 게시판이 다른 이유로 망가졌다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단 세사람만 팀워크를 맞춰서 진흙탕을 만들어도 소란이 이는게 대부분의 커뮤니티인데 이미 기성 정당은 사이버 알바를 두고 계시죠.
우리 국가를 책임지는 한나라당은 친히 그 일자리가 한때 999개임을 공개해주시기도 했습니다. 각자 생업이 있고 생활이 있는 유저들은 이거 못막습니다. 수백명이 대놓고 전라디언 드립으로 서로 빨아주는 디도스 공격을 치기 시작하면 이게 구성원들의 자유로운 내부 비판과 견제로 해결될 일이던가요?
파크라 해도 단 열명 안팎이 집단으로 침입해 물을 흐릴때도 사단이 나니 개입하는건 이럴때 옳은 일이죠.
법적으로 가능한 표현은 모두 수용해야 한다는건 커뮤니티 내부 구성원들에게 지나친 부담을 지우는 셈입니다.
또 하나 다른 문제로.. 알바라는 극단적인 예를 들었지만. 사람의 수용 한계는 저마다 다른데 늑대와 사자가 살수 없는 곳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양과 원숭이를 마음껏 물고 뜯도록 내버려 두는 곳도 좋은 생태계가 아닙니다. 여긴 정글이 아닌걸요.
전 하이에나 수준으론 논쟁에 적응되었으니 견딜만 합니다. 그러나 저만이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아닙니다. 아까 말했듯이 이빨 뽑는것에도 통증이 다른데 같은 표현에도 상처의 경중이 더 깊은 유저가 있습니다. 이들도 망설이지 말고 논쟁할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야 좋은 생태계입니다. 애초 부터 의견이 다를때 사용할수 있는 카드가 다르니 상처받는 깊이도 다릅니다.
깊은 슬픔님이 돼지는 진흙탕에 빠지는걸 즐기니 돼지와 같이 빠질 필요가 없다는글을 퍼왔던가요? 일리가 있어요. 좀더 예의를 중시하는 유저들이 이탈할 정도로 룰을 헐겁게 만든 커뮤니티 역시 문제가 됩니다.
베팍은 유저 수가 적습니다. 아직까지는 게시판지기가 감당하기 충분하죠. 그런데 전 게시판 지기가 감당이 안될정도로 글이 많고 보는 사람도 많고 피드백도 많았으면 해요.
다른 얘기지만 우리 주민등록번호 인증제도 없애면 안되나요?
그런 시절이 오면 저 역시 DL 규정과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렇게 양다리를 뻗지 않고 고디바님 손을 들것 같습니다.
이 논쟁의 시초가 된 텔레만님의 부산 시장 비판글에 대해 시작부터 바로 반말과 욕으로 출발한 유저는 전 지침에 따른 dl처리가 맞다고 생각합니다.
더 고디바님과 텔레만님이 걸쳐진 이전의 논쟁은 들어보니 논쟁중에 표현이 격화된 모양인데... 그게 옳은지는 의문이 드는군요. 아까도 말했듯이 이런 경우엔 유저가 자신의 자율적인 정화노력을 포기하고 운영진에 책임을 떠미는 가치와 공인인 정치인의 비판을 하는데 인격모독적인 비난을 들을 이유가 없는 가치가 상반됩니다.
당시에 제가 알았다면 뭐 이래라 저래라 평가를 하는데 당장 좋은 글 피드백 하기도 귀찮은데 1년도 전 말싸움으로 끝낸 논쟁 보긴 힘들어요;
많은 얘기를 쉽고 간결하게 해보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얘기도 다 못하고 간결하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중립적인척 글을 써도 내일이면 또 저 역시 몇몇 분들과 말싸움을 벌이겠죠.
그게 다 곰너부리님에겐 우리가 그리 다른것도 아닌데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오셔야 하느냐? 는 말을 들으면서 랭잠님에겐 우리가 서로 언성 높이면 많은 사람이 피곤해지는데 적당히 해야 하지 않겠느냐? 라고 말하는 제가 과연 옳은지 확신이 없어서 그래요.
왜 나만 갖고 그래? 라는 아르옹에게도 미안은 한데 의견이 다른걸 어떻게 해요 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