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5% 여성공천 논란은 한국정치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거죠.
- 작성일
- 12-02-08 16:40
옆동네에 먼저 올렸던 글입니다.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mbsIdx=560795) 보통 엠팍하고 여기는 성향이 많이 다르기도 하고 해서 같은 글을 쓰지 않는데, 굳이 바꾸려니 좀 귀찮기도 하고 해서.. 그냥 올리니 양해 부탁드려요.
전 방금 이소식을 접했는데 반응 보고 솔직히 좀 암담했어요.
유럽에서는 30%는 기본이고 50% 할당제 하는 나라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게 이렇게 격렬한 반응과 욕설을 불러일으킬 사안인지 이해가;;
솔직히 15% 라는 얘기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우와 그렇게 낮아도 되나? 였어요. 무슨 눈가리고 아웅하나? 머 그런.
그리고 좀 더 읽어보니까 왜 비난받는지 자체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신청자 자체가 얼마 없기 때문에, 15%를 채우려면 서울지역에 몰린 예비신청인을 거의 공천해줘야 하고 그럼 서울만 여성 20자리 공천해주게 된다 총선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냐 왜 거기에 경쟁력도 없는 후보들이 무임승차하느냐
이런 것이죠? 논리적인 주장입니다.
근데 그거 가지고 아직 이름 못외우겠는 누구 여성최고위원에게 험악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순식간에 전여옥과 동급의 악녀가 되어버렸더군요.
그 논리의 기본 골격은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면 민주당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지 왜 여자를 위해 나대느냐
대충 이런 것 같더군요
장애인을 대표해서 정치인이 되면 장애인의 권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노동자를 대표해서 정치인이 되면 노동자의 권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여성운동하던 사람이 정치계에 들어오면 여성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게 맞지요.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물리치는 게 국민을 위한 것이니 '국민' 의 이름으로 그 승리에 해가 되는 것을 파묻겠다 는 것이 명분이고, 그 명분에 편승하여 여성운동에 대한 적대감을 이름 네자쓰는 X이니 하면서 과도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민은 단일한 하나의 이익집단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대표하는 이익집단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경쟁할 때 그 권익의 총합이 늘어난다는 믿음이지, 뽑힌 사람들이 다수결로 소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분에게는, 아마도 짐작하건대, 민주당 입당 자체가 반MB와 정권교체에 기여하기 위해서보다, 여성운동이라는 자신이 종사해온 삶의 행로에 맞는 목적들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왜 정당의 최고위원까지 뽑아주느냐.. 그것은 민주당 정도의 거대정당은 특정한 단일목표 - 이를테면 통일이라던가, 계급이익이라던가.. - 에 오로지 헌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전위적인 결사체가 아닐 뿐 아니라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고, 정당의 정체성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 있어 (이 경계 자체는 매우 논쟁적이긴 하지요) 되도록 다양한 집단들의 목소리를 포용하고 그들 사이의 토론을 주재함으로써 특히 묻히기 쉬운 소수자들의 주장이 정치적 공론장에서 시험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지요.
한국사회는 남녀평등이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
한국사회는 오히려 여성이 이로운 여성상위사회다
라는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15% 할당제에 더 불같이 들고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리 욕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정작 이 문제가 발발하게 된 근원인, 수천명(이라고 한 것 같은데, 정확한 수는 잘..)의 예비후보자가 몰리는데 예비후보로 신청할 만한 여성정치인조차 - 그나마 그 중 상당수는 함량미달일 - 3~40명에 불과하다 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이나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라는 것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반MB 보다 더 근본적인 한국사회의 문제인 거죠.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전태일에게는 박정희가 한 독재와 고문보다, 그가 함께 일했던 여공들의 처참한 삶이 더 근본적인 한국사회의 문제였던 것처럼요.
지금 15% 공천제가 어떻게 실제로 이루어질지 정말 서울에서 20명이 공천될지 결정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 실제로 저렇게 될 리가 없잖아요? 정말 저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 계세요? - 15% 공천이라는 당규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여성계 출신 정치인을 역적취급하는게 올바른가요?
일단 지역별 쿼터라는 합리적인 절충책이 있습니다. 지역별 쿼터 없이 무조건 신청자는 다 공천한다 라는 방침이 나온 것도 아니고, 서울에 실제로 20명이 공천된 것도 아닙니다.
제 글에 대한 반응은 대충 짐작하는데 한 가지 부탁만 드립니다.
이번 사태로 증명된 것은 "한국사회는 여성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서 문제인 사회'인 것이 아니라,
"나름 집권이 유력시되고 여성권익 증진과 여성계 인사 수혈에 신경을 써왔다는 유력야당에서 고작 15%의 공천할당을 채우기에도 힘들 정도로 여성의 목소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사회" 라는 것입니다.
제가 첫머리에 "유럽은 30%가 기본이고 50%도 있는데" 라고 시작했습니다. 뭐 그리 좋은 시작방식은 아니고, 이것에 대해서 틀림없이 비꼬시는 분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각자의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15% 공천을 반MB 라는 명분에 저해된다는 것으로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며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한국의 여성지위 라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번의 이 사태가, 한국의 여성의 정치참여가 아직 얼마나 낙후된 수준인지를, 옳던 그르던 간에 15% 라는 쿼터조차 논쟁이 되고 이행이 난관에 부딪치는 정도의 수준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일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전 방금 이소식을 접했는데 반응 보고 솔직히 좀 암담했어요.
유럽에서는 30%는 기본이고 50% 할당제 하는 나라도 있는 걸로 아는데..
이게 이렇게 격렬한 반응과 욕설을 불러일으킬 사안인지 이해가;;
솔직히 15% 라는 얘기를 듣고 처음 든 생각은 우와 그렇게 낮아도 되나? 였어요. 무슨 눈가리고 아웅하나? 머 그런.
그리고 좀 더 읽어보니까 왜 비난받는지 자체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여성신청자 자체가 얼마 없기 때문에, 15%를 채우려면 서울지역에 몰린 예비신청인을 거의 공천해줘야 하고 그럼 서울만 여성 20자리 공천해주게 된다 총선 말아먹으려고 작정했냐 왜 거기에 경쟁력도 없는 후보들이 무임승차하느냐
이런 것이죠? 논리적인 주장입니다.
근데 그거 가지고 아직 이름 못외우겠는 누구 여성최고위원에게 험악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순식간에 전여옥과 동급의 악녀가 되어버렸더군요.
그 논리의 기본 골격은 민주당 최고위원이 되면 민주당 승리를 위해 노력해야지 왜 여자를 위해 나대느냐
대충 이런 것 같더군요
장애인을 대표해서 정치인이 되면 장애인의 권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노동자를 대표해서 정치인이 되면 노동자의 권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이건 지극히 당연한 것인데.. 여성운동하던 사람이 정치계에 들어오면 여성의 권익을 위해 노력하는 게 맞지요.
이명박과 한나라당을 물리치는 게 국민을 위한 것이니 '국민' 의 이름으로 그 승리에 해가 되는 것을 파묻겠다 는 것이 명분이고, 그 명분에 편승하여 여성운동에 대한 적대감을 이름 네자쓰는 X이니 하면서 과도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국민은 단일한 하나의 이익집단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다양한 이익집단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대표하는 이익집단의 권익을 대변하면서 경쟁할 때 그 권익의 총합이 늘어난다는 믿음이지, 뽑힌 사람들이 다수결로 소수 의견을 묵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아닙니다.
그분에게는, 아마도 짐작하건대, 민주당 입당 자체가 반MB와 정권교체에 기여하기 위해서보다, 여성운동이라는 자신이 종사해온 삶의 행로에 맞는 목적들을 이루기 위한 방편이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을 왜 정당의 최고위원까지 뽑아주느냐.. 그것은 민주당 정도의 거대정당은 특정한 단일목표 - 이를테면 통일이라던가, 계급이익이라던가.. - 에 오로지 헌신하는 사람들로 구성된 전위적인 결사체가 아닐 뿐 아니라 그렇게 되어서도 안되고, 정당의 정체성에 어긋나지 않는 한에 있어 (이 경계 자체는 매우 논쟁적이긴 하지요) 되도록 다양한 집단들의 목소리를 포용하고 그들 사이의 토론을 주재함으로써 특히 묻히기 쉬운 소수자들의 주장이 정치적 공론장에서 시험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지요.
한국사회는 남녀평등이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다
한국사회는 오히려 여성이 이로운 여성상위사회다
라는 주장을 하던 사람들이 15% 할당제에 더 불같이 들고일어나는 것 같은데,
그리 욕을 하시는 분들에게서, 정작 이 문제가 발발하게 된 근원인, 수천명(이라고 한 것 같은데, 정확한 수는 잘..)의 예비후보자가 몰리는데 예비후보로 신청할 만한 여성정치인조차 - 그나마 그 중 상당수는 함량미달일 - 3~40명에 불과하다 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고민이나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라는 것이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반MB 보다 더 근본적인 한국사회의 문제인 거죠.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겁니다.
전태일에게는 박정희가 한 독재와 고문보다, 그가 함께 일했던 여공들의 처참한 삶이 더 근본적인 한국사회의 문제였던 것처럼요.
지금 15% 공천제가 어떻게 실제로 이루어질지 정말 서울에서 20명이 공천될지 결정된 게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 실제로 저렇게 될 리가 없잖아요? 정말 저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분 계세요? - 15% 공천이라는 당규를 지키자고 주장하는 여성계 출신 정치인을 역적취급하는게 올바른가요?
일단 지역별 쿼터라는 합리적인 절충책이 있습니다. 지역별 쿼터 없이 무조건 신청자는 다 공천한다 라는 방침이 나온 것도 아니고, 서울에 실제로 20명이 공천된 것도 아닙니다.
제 글에 대한 반응은 대충 짐작하는데 한 가지 부탁만 드립니다.
이번 사태로 증명된 것은 "한국사회는 여성의 목소리가 너무 크고 여성의 지위가 높아서 문제인 사회'인 것이 아니라,
"나름 집권이 유력시되고 여성권익 증진과 여성계 인사 수혈에 신경을 써왔다는 유력야당에서 고작 15%의 공천할당을 채우기에도 힘들 정도로 여성의 목소리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사회" 라는 것입니다.
제가 첫머리에 "유럽은 30%가 기본이고 50%도 있는데" 라고 시작했습니다. 뭐 그리 좋은 시작방식은 아니고, 이것에 대해서 틀림없이 비꼬시는 분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각자의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15% 공천을 반MB 라는 명분에 저해된다는 것으로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주장이며 저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지만) 앞으로 한국의 여성지위 라는 문제에 대해서 생각할 때 이번의 이 사태가, 한국의 여성의 정치참여가 아직 얼마나 낙후된 수준인지를, 옳던 그르던 간에 15% 라는 쿼터조차 논쟁이 되고 이행이 난관에 부딪치는 정도의 수준에 있음을 상기시키는 일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