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 작성일
- 10-11-24 01:28
그러고보니 제가 어딘가에 북한에 대한 글을 쓴 기억이 거의 없네요.
심지어 제 개인 블로그에 조차도요......
암튼 전 북한과 관련된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무언가 말을 하기가 참 어렵더군요.
제가 종북주의자도 아니고
특정 정당의 당원도 아니고
3대 세습을 한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도 아닙니다만
북한과 관련된 일, 특히 이번 사태 등과 같이
민감하고 불행한 일에 대해서는 더더욱 입을 열기가 힘드네요.
뭐랄까요.
냉철한 말을 못한다고나 할까요.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옹호할 것은 옹호해야겠습니다만
전 다른 생각부터 먼저 드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네요.
시간은 참으로 많이도 흘렀고
한창 젊으셧던 저희 할아버지가, 그리고 갓난 아기였던 저의 아버지가
6.25를 피해 남쪽으로 내려오셨던 것은 벌써 수십년 전의 이야기지만
저희 가족은 실향민입니다.
전쟁 당시의 혼란스러운 여건 때문에
3남매 중 맏이셧던 할아버지는 북에 있는 동생들과 이별하고
할머니와 아버지를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정착하셧죠.
함경도나 평안도 저 북쪽에서 멀리 내려오신 것도 아닙니다.
파주에 가면 보이는 바로 강건너 개성에서 내려오셧죠.
그래서 전 어렸을 때부터 명절만 되면
임진각이나 통일전망대에 다녀오곤 했습니다.
보신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통일전망대 근처에는 개성까지 몇 km라는 도로이정표가 하나 있습니다.
그걸 처음 본 순간 나의 친척분들이 정말 가까이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십수년 전의 일이지만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암튼 그래서 그런지 저는 북한을 볼 때
이러한 저의 가족사와 북한에 살고 있을 먼 친척부터 생각이 납니다.
참으로 이상하고 말도 안 되겠죠.
이번 군사적 도발과 같이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할 터인데
저는 아~ 저들중에 내 친척도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쓸데없는 감상주의적 발생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한 번도 본 적도 없고 얼마나 존재하는지 조차 모를 친척들이지만
이럴 때마다 그들의 안위가 걱정되고
혹시나 더욱 심해질 민족적 갈등 때문에 불안함부터 밀려옵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더 있습니다.
'북한'을 비판할 때 북한의 대남 강경파와
양민들은 좀 구분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뭐 항상 '북한의 대남 강경파'라는 긴 표현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북한에 살고 있는 제 친척들이
현재 북한의 강경파에 찬동하거나
실제로 미사일과 포탄을 발사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무리 획일적인 사회라도 강경파와 온건파라는 것이 존재하고
정작 남북 갈등을 조장하는 자들이 누구인지를 생각하면
괜히 애꿎은 양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도 듭니다.
결국은 남북의 강경파와 주변 열강들에 의해 긴장이 유지되고 때로는 확대되는 것일텐데
이로 인해 남북의 주민들 간에 불신만 커져간다는 생각도 듭니다.
써놓고 보니 쓸데없는 저는 감상주의에 젖어 있군요.
우리 해병대 병사 2명이 사망했고
연평도에 있는 민가에 피해가 발생한 마당에
일면일식도 없는 북한의 친척들 운운하며
뭐라 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쓸데없는 말이나 해대고 있으니 말입니다.
다만 정작 축출되어야 할 것은
남북간 상호 긴장을 끊임없이 조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냄으로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일부 극단적 강경파라는 생각은 변함없구요.
점 감상적 민족주의자이자 이상주의자인가봅니다.
그냥, 웰컴투 동막골에서와 같이
우리 모두가 총을 거두고
수백년간 남북 구분없이 함께 살아왔듯이
그냥 한 민족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만 등장하는 이상일 뿐이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