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제가 논쟁의 추이를 모두 따라가 본것은 아니고 몇몇 글들만 읽었을 뿐이어서 정확하게 어떤 상황에서 논쟁이 촉발되었고 또 어떻게 진행되다가 끝났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있는 글이 있어 링크시켜봅니다.


http://galleon.tistory.com/111


글쓴이는 한윤형인데 아시는 분은 잘 아시는 진보논객이라고 할수있는 분이죠. 진보신당 당원이면서 어떻게보면 같은 당의 원로급 인사이자 스타급 당원인 진중권과 김규항의 사이에서 벌어진 논쟁의 추이를 주의깊게 살펴보고 정리한 글이네요 한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읽으니 저도 간략하게나마 그간에 있었던 말들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충동이 드네요. 간략히 정리해보겠습니다.


논쟁의 발단은 김규항이 심상정사태와 관련하여 진보신당 내부의 "자유주의자"를 대중성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진보적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혼동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한데서 출발했습니다. 이를 그는 "프레임 오류"라고 칭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진중권이 진보신당 내부의 "전진"이라고 불리우는 정파를 조소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논쟁은 촉발되었죠.


김규항의 최초글: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425949.html


문제의 대목:

그 에피소드는 대중성 강박에 빠진 진보신당이 보여온 무수한 프레임 오류 가운데 한 예일 뿐이다. 심지어 진보신당은 진중권씨를 비롯한 진보신당 당적의 자유주의자들이 그나마 진보신당의 정체성을 간직한 ‘전진’ 같은 그룹을 마치 스탈린주의자들이라도 되는 양 마구잡이로 조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 자유주의자들이 촛불광장에서 활약한 덕에 당원이 늘었다지만, 그렇게 입당한 사람들은 지금 진보신당을 아예 자유주의 정당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이에 다시 진중권은 씨네21등의 매체를 빌어 김규항의 좌파적인? 포지션을  "좌파 바바리맨"혹은 "노출증 환자"라고하며 다시 비판합니다. 진보신당같은 대중정당은 사회주의등과 같은 단일한 이념이나 정체성으로 묶일 수있는 조직이 아니라 다양한 정치성향을 가진 성원들을 포용해야만 하며 그러하지 못했을때에는 "정체성의 폭력"이 될 수있다는 요지의 글을 올립니다.

 
진중권의 반론: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29&article_id=61413


핵심내용:

진보정당 안에는 다양한 생각이 공존한다. 거기에는 유신론자도 있고 무신론자도 있다. 자유주의자도 있고 집단주의자도 있다. 사회주의자도 있고 사민주의자도 있으며, 심지어 한-미 FTA에 찬성하는 당원도 있다. 선거연합에 찬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자후보를 고집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른 당과 통합하자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독야청청 나 홀로 걸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진보신당에 정체성이란 게 있어야 한다면 그것은 이 모든 생각들의 총합, 혹은 교차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는 저도 김규항의 포지션보다는 진중권의 입장에 수긍하는 편이었습니다. 대중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지향하는 진보신당으로서는 촛불당원이 되었던 자유주의 좌파가 되었던 혹은 김규항씨처럼 사회주의자가 되었던 한국 사회에 진보정당의 활동을 통한 정치적 어젠다의 실천에 동의한다는 면에서 그들이 함께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김규항이 진중권의 반론에 재차 반론을 하면서 자신의 보다 정확한 본심을 드러냅니다.


김규항의 문제의 글: http://www.gyuhang.net/2039?TSSESSIONgyuhangnet=4ba83894554ed0e52a6a687e3203e84b


문제적 대목:

그런데 내가 진중권 씨를 ‘자유주의적 좌파’라 하지 않고 ‘진보신당 당적의 자유주의자’라는 상대적인 표현을 사용한 건 그가 자신과 다른 정체성을 가진 당원들, 특히 자신보다 급진적인 당원들의 정체성을 존중하며 정당한 비판과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매우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진중권 씨는 진보신당 내의 의견그룹인 <전진>의 한 내부용 문건을 검토(‘검열’이라는 말이 좀더 어울리겠지만)한 후 “전진은 사회주의자들”이라 판정하고, 나가거나 해체할 것은 요구했다.

나는 진중권 씨가 “80년대의 화석들” “닭짓 하는 사람들”이라 조롱하는 급진적인 좌파들 중에서도 이런 행태를 본 적이 없다. <전진> 역시 진중권 씨에게서 그런 부당한 공격을 당하면서도 그 또한 한 당원의 의견으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진중권 씨의 행태는 옛 현실사회주의의 관료들이나 그걸 그대로 흉내 낸 80년대의 관념적 운동조직(진중권 씨가 몸 담았던)에서나 볼 수 있었던 풍경이다. 포스트모던을 설파하고 자신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가장 세련되고 유연한 좌파임을 자임해온 진중권 씨의 이런 행태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글에서 결국 김규항은 그의 최초글에서 굳이 진중권을 걸고 넘어졌던 이유를 밝히게 된 셈이었습니다. 그가 진중권의 행보에 발끈 했던 것은 그가 "자유주의적 좌파"여서라기보다는 (나중에는 스스로도 넓은 의미의 자유주의자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합니다) 진중권이 진보신당내의 전진그룹을 "부당하게" 공격했던 일 때문이었음을 말이지요. 이 부분에와서 저도 진중권의 행보에 대해서 갸우뚱하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가 자유주의자임을 자임하고 또 당내의 정체성의 폭력을 없애자고면서 김규항의 사회주의이념을 비판했던 그가  만약 김규항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전진이라는 정파를 "80년대의 화석들"이라고 조롱하면서 해체할 것을 요구했다면 이것은 김규항에게 적용되어야할 비판을 스스로에게는 적용시키지 않은 우를 범했다라고 볼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지요. 이에 대해서 저도 진중권의 발언들이 좀 납득하기 어렵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저의 글:  http://www.baseballpark.kr/bbs/board.php?bo_table=bullpen2&wr_id=388409&sca=&sfl=wr_name%2C1&stx=punkrocker&sop=and&page=2


사실 제가 당시 저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진중권과 김규항사이에 무슨 말들이 오고같는지 정확히 모르고 있던 때였으나 진중권의 글 내용자체에 일종의 자가당착이 있다고 느꼈고 그래서 그 의구심을 이야기한 것인데 김규항의 이야기를 들으니 이제야 그 전후관계가 이해가 되더군요.


어쨋건 김규항이 저 글을 남긴 이후 김규항과 진중권 사이의 논쟁은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유지하던 선을 일탈하여 소위 "화이어"하게 되는 수준으로 이르게 됩니다.


김규항의 이상한 나라의 진중권 씨리즈:

http://www.gyuhang.net/2038

http://www.gyuhang.net/2040

http://www.gyuhang.net/2042

http://www.gyuhang.net/2043

http://www.gyuhang.net/2044

http://www.gyuhang.net/2055


김규항의 이야기는 결국 비슷비슷한 이야기의 연속인데 전진그룹은 "혁명적 사회주의자라기보다는 사민주의자들이다." "나도 자유주의자다" "진중권의 반공주의에 반대한다" "대중적 실용노선이 진보신당의 위기를 불렀다" 등등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몇몇 김규항의 주장들은 저도 고개를 끄떡이는 면도 있지만 핵심적인 부분에서는 제가 동의 할수없고 오히려 진중권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더군요.  이부분입니다.


 그런 간단한 계산조차 안 된 ‘대중적 실용노선’이 오늘 진보신당의 위기를 만든 것이다. 그런 ‘대중적 실용노선’이 ‘왜 민주당이 아니라 진보신당이어야 하는지’를 대중들에게 설득하는 데 실패하게 하게 한 것이다. 노회찬, 심상정 씨의 한국 정치인 최고 수준의 대중적 인지도와 신망을 재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노회찬 심상정, 훌륭하고 능력 있는 정치인들이지만 이명박을 막으려면 그래도 민주당을 찍어야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당시엔 욕도 했었지만 이명박과 비교하면 얼마나 훌륭한 대통령이야!”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대중성 강박으로 인한 프레임 오류”라는 내 말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


 이는 진보신당이 처한 당면한 위기의 원인을 당내의 진중권 심상정과 같은 자유주의적 좌파의 "대중성 강박으로 인한 프레임 오류"에서 찾는 방식입니다만 김규항이 정말로 현실을 이렇게 인식한다면 이는 진중권이 앞서 말한 것처럼 진보신당과 같은 대중정당에게 "정체성의 폭력"을 행사한 것이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시각이 김규항의 개인적인 시각일 뿐인지 아니면 앞서 진중권이 비판했다는 전진그룹 전체의 입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시각을 가지고 한국적 정치현실에서 대중정당으로 자리잡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이는 애초에 진중권이나 혹은 소위 촛불당원등과 같은 자유주의적이면서 중간계급적인 동시에 진보적 성향을 가진 당원들이 애초에 목표로 했던 당의 정체성과는 거리가 먼 포지션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전략으로는  민주당이 보수화되면서 방기해버린 그리고 반MB연합에 의해서 다시 민주당으로 규합되어버리는 중간계급(혹은 중산층)적 성향과 진보적 성향을 동시에 가진 유동적 성향의 다수를 포섭하기엔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그렇게 되면 원내에서의 다수당으로서의 목표를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대중성은 없지만 이념적으로는 선명한 급진적 성향의 소수정당으로서 남기를 원하는 포지션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또 김규항이 목표로하는 것은 그게 아닌것 같고..


한편 진중권은 논쟁을 트위터로 확대해서 계속 이어나가긴 했으나..


그의 트위터:   http://twitter.com/unheim


김규항이 논쟁의 종료를 선언하고 드뎌 막을 내리게 되었더군요. 나중에 베팍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진중권이 진보신당을 탈당한다는 이야기를 아스란 자라님이 했던 것도 같은데 정확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진중권이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적잖게 벌여왔던 다수의 논쟁들(안티조중동운동과 강준만등과의 논쟁이 대표적이죠)에 비하면 사실 논쟁다운 논쟁이었다기 보다는 다소 애초부터 논쟁의 대상과 목표가 빗나가 버려서 나중에가선 소위 일종의 "품성론"으로 되어버린 김빠진 맥주같은 논쟁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제가 나름 이 논쟁을 의미있게 생각하는 이유가 몇가지 있습니다.

1. 한국사회에서의 합법적 진보정당의 역할과 그 정체성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가? 

2. 한국사회 내에서 소위 자생적 사회주의자라고 불리우는 좌파들의 정체성은?

3. 진중권과 같은 중도적  자유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사민주의와 사회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사민주의는 각각 무엇인가? 

4. 한국 사회에 진보 정치란 가능한가? 그렇다면 어떻게? 


등등의 문제를 던져줄수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진중권도 그리고 김규항도 논쟁의 과정에서 만족할만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어차피 결론은 진중권 김규항과 같은 몇몇 스타 논객들이 내려줄수는 없는 것이겠지요.또 그러해서도 안되겠고요.  결국 그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한국이라는 정치 현실에서 직접 몸으로 부딪치고 살아가야면서 인내해 내만하는 우리들 스스로의 몫으로 남아있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