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공존.
- 작성일
- 12-01-30 23:35
뭘 쓰려고 이렇게 거창한 제목을 넣었냐면
지난 번 불펜에 술주정 했던 내용에 이어 써보려구요.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능.
그때 왜 그런 주정을 했었냐면
1차로 낮술 땡기고 2차로 소주 사와서 집에서 먹는데
같이 먹던 놈이 제가 읽고있던 홍기빈의 비그포르스... 를 보고는
무슨 책이냐고 물어보면서 한참 관련 얘기를 안주 삼아 마시고 떠들던게
뭐가 부족했는지 여기까지 끌고와서 그래버렸네요. ^^;;
뭐 그래도 다시 한 번 꺼내본다고 그랬었으니까 주절거려볼께요.
제가 했던 '복지 국가를 지향하지 않는다'란 말 부터 다시 해보자면
복지 국가를 지양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종착점이 아니라는 의미였습니다.
홍기빈의 책에서도 그런 말이 나옵니다.
복지국가는 (이후 사회를 향한) 정거장이라고 말이죠.
더 나아가서 비그포르스는 거대기업까지도 일종의 생디칼리즘적인 모습으로 사회화 시켜야한다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이를 '소유주 없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더군요
위 책 7장에 나오는 내용인데 제가 주정부렸을 때는 5장까지 밖에 안 읽어서 이런 내용이 있는지 몰랐네요. ㅎㅎ
하지만 비그포르스의 주장과는 달리 이후 스웨덴은 복지국가의 유지에 더 관심이 많을 뿐이라는 내용도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복지국가가 시장 내에서 결정권의 편중이라거나 부의 대물림 같은 자본주의의 독소를 제거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에서죠.
제가 술주정 할 때 조합을 근간으로 한 공동체의 합이라는 말을 한적이 있었는데 비슷한 이유에서였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사적, 사회적 결정권 행사에 자신이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거든요.
다른 곳에서 이런 말을 쓴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완전 민주주의'라는 표현을 하곤 합니다.
'완전 고용'이라는 말에서 완전을 따와서 민주주의에 붙인 거거든요.
모든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사민주의 복지 국가는 이를 보다 넓혀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웨덴식 복지와 쿠바식 바리오의 합이랄까요.
아마도 여기에 비그포르스와 폴라니의 교집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시장과 그 시장을 움직이는 세력의 사회적 통제.
생산수단을 국유화 한다는 맑시즘적 통제와는 조금 방향이 다른 것 같아요.
완전 민주주의라는 걸 이야기 할 때마다 드는 예가 하나 있습니다.
어항이 그건데요
사회 영역을 보통 민간 영역과 국가 영역이라고 볼 때 저는 여기에 공동체라는 걸 하나 더 넣곤 합니다.
보통 공동체란 이웃 혹은 마을을 제일 많이 지칭하지만 조금 더 넓히자면 사회적 연대 구성원이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어항 속에 국가라는 모레를 깔고 그 위에 민간이라는 자갈을 올리고 공동체라는 물을 부어서
구멍 없이 촘촘한 사회. 그게 완전 민주주의 사회의 한 모습이 아닌가 싶거든요.
민간의 영역에서 혹여 탈락한다고 하더라도 국가 시스템 안에서 부조받고
그도 부족하다면 사회적 연대라는 공동체의 안전판이 그것을 받치고 있는 사회죠.
사회 부조의 측면 뿐 아니라 결정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민간영역 결정권에 소외를 받는다면 국가를 통해서, 그도 부족하다면 마찬가지로 사회적 연대 틀 안에서
당연히 행사할 수 있게끔 시스템화 되어있는 사회를 일종의 유토피아라고 봅니다.
저는 이 결정권이라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보는데 그 이유가
결정권이 제한된 영역에서의 행위는 폭력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 행위가 결정권이 없는 이들을 향한 것이라면 말 할 것도 없죠.
그런데 사민주의식 복지 정책에서 자본의 영역을 볼 때 그 결정권을 얼마나 담보할 수 있는가 생각한다면
조금 완화되었을 수는 있어도 그 본질에는 결코 참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회의스럽습니다.
신업 자본을 넘어서 금융 자본 이야기를 하면 여긴 말 할 것도 없죠.
시장 참여자를 소비자와 생산자로 구분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산자로서의 결정권은 거의 주어지지 않은 채
소비 패턴의 변화나 소비 주권을 통한 간접적 압박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결정권의 거의 전부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소비 자체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인권 소비, 녹색 소비, 착한 소비 등등은 소비의 또 다른 모습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는 건 그때문입니다.
기업 역시 노조가 있기는 하지만 생산자로의 결정권 행사 보다는 노동자 처우 문제가 더 우선이기도 하구요.
조합이라는 것이 아래로 부터의 민주주의라고 본다면 사회적 시스템은 어떤 국가적 의지로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민간 영역에서 그것도 시장을 이미 좌우하고있는 거대 집합체들에 대해서 과연 가능할까. 어떻게?
이 질문은 정말 힘 빠집니다.
홍기빈 책에 비그포르스가 남긴 답이 있긴 합니다만 너무 낙관적으로 본 것 같기도 하고
저자가 대략적인 내용을 얼기설기 적어놔서인지 비는 부분도 많고 또 잘 모르겠는 부분도 있고 그러네요.
설 전에 홍기빈과 술자리를 가진적이 있습니다.
강연 끝나고 뒷풀이 하자고 해서 얼굴에 철판 깔고 디밀었는데
거기서 물어봤죠. 그래서 어떻게 하자는 거냐.
권력을 잡으면 된다네요.
루즈벨트도 했다. 또 못할 것 없지않냐.
난 그 방법이 궁금했을 뿐인데 그 질문이 공격적으로 들렸는지 아니면 본래 그런식으로 말 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사람들이 정권을 잡고 금융 국유화 왜 못 시킬 거라고 생각하느냐 뭐 등등
조금 짜증나긴 했습니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완전 민주주의라는 점에서 복지국가를 얘기 했다면
지금부터는 성장이라는 걸로 얘기 한 번 해보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도 앞 이야기와 맞물려요.)
여기서 이야기 하는 성장은 케인즈식의 투입을 통한 총 수요 관리 측면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부분입니다.
그자리에서 홍기빈에게 물었던 두번째가 바로 요 부분인데요.
지금의 산업 발전 방식으로 과연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냐 였습니다.
그랬더니 짧은 한 문장으로 끝내더군요.
"석유 없이 살수 있냐."
얼마 전에 검색하다가 똑같은 소리를 한 인터뷰 기사를 봤네요.
본인이 실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술 진보 주의자적인 냄새를 풍겼습니다.
그 얘기는 그만 하고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산업 성장 없는 복지는 홍기빈이 말하는 것 처럼 불가능 하다는 겁니다.
바꿔 말하면 복지는 산업 성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거죠.
그리고 이 부분은 복지 국가가 상당부분 자본의 결정에 의지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생태적 관점이 아니라도 앞서 제기한 얘기에 도돌이표처럼 다시 되돌아가는 부분이에요.
그리고 생태적 관점으로 이야기 한다면 이건 제 생각을 복지국가에 투영시켜버리는 부분이라 조심스럽습니다.
공통의 관점으로 이야기 하는 게 아니게 되버리니까요.
여기부터는 관념적으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생태라는 것을 바라보는 관점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인데요.
아까 말씀 드렸던 것 처럼 저는 폭력에 관한 반감이 큽니다.
위에서는 폭력을 결정권에서의 제외라는 측면에서 이야기 했다면
여기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공존의 파괴라는 측면에서의 이야기에요.
그 두개는 같이 맞물리는 지점이기도 하구요.
아.. 이부분은 나중에 따로 정리해야겠습니다.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졌네요.
토니 주트 얘기도 하려고 했더니 어떻게 연결 시킬까도 갑자기 어려워지공...
나중에 또 시간과 의지가 되면 그때 한 번 더 풀어볼께요.
글을 쓰다가 말아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요책 재미있어요. 앞 부분에 맑시즘 까는 것만 봐도 잼나다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