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우간다에서 만난 그 흑인 소년, 대충 열살쯤 되었으려나요.

걸어서 국경을 넘는데 콜라를 팔기 위해 따라 붙은거죠.

동정심으로라도.. 콜라 같은걸 사 먹을 생각은 전혀 없는데..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라길래 "한국인이다"라는 뻔한 대화.

"한국? 우와! 오예! 나이쓰~! 나 박지성 완전 좋아하는데!!"라는,

그눔아 딴에는 애국심 영업전략때메 저는 갑자기 확 짜증이 납디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매우 유명한 클럽이지만

박지성이 그 안에서 빛을 발하는 화려한 스타까지는 사실 아니잖아요.

그런 박지성의 국적까지 아는 수준이면, 유럽축구 판세에 제대로 코낀거죠.

생활 수준 치면 우리 이승만 시절 정도 밖에 안 될 그런 가난한 나라에서.

박지성은 물론 네마냐 비디치, 드미타르 베르바토프, 올레 군나르 솔샤르

이런 이름도 이상한 선수들의 국적까지 줄줄이 꿰고 있을 이 색기는

과연 구구단은 제대로 외우고 있으려나..

제 3세계로부터 인력을 빼먹고 자원을 빼먹고 이자를 빼먹고 문화까지 빼먹은 유럽.

콜라 바구니를 머리에 인채로

유럽식 자본주의 문화가 집약된 축구 때메 눈망울 초롱초롱 거리고 있는 녀석을 보니

짜증이 확 납디다..

어렸을 적 국민학교에서 배우기로는

뭔 김일성과 공산당들이 시시각각 자유대한민국을 노리고 있는데..

빨갱이 김일성으로부터 굶주리는 불쌍한 북한 동포들을 구해내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통일을 이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각자 맡은바 책임을 다하기만 하면 된댔었는데...

그 상황에서 맡은바 책임을 열심히 하지 않은 이가 누가 있나요..

코카콜라는 보다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마케팅 열심히 해서 아프리카로까지 시장을 넓혔고..

박지성은 축구 열심히 했고..

피파나 우에파는 전세계를 하나로 묶어 주기 위해, 혹은 스폰을 많이 받기 위해

월드컵이랑 챔스리그 열심히 팔아 먹었고..

녀석은 돈 벌기 위해 콜라 열심히 팔고..

전 견문을 넓히기 위해 여행 열심히 댕긴 것 뿐인데..

왜 모두가 지 할 일 열심히 잘 하고 있는데 누구는 밥 못 먹어 깡 마르고

누구는 마이 먹고 찐 살 뺄려고 또 돈 들여서 운동다니고 그래야 하나요..

열심히만 하면 다 된다더만..

한국이었으면 걍 한나라당, 미국, 이명박, 노무현, 친북좌파, 국개 등등 욕 할 사람이나 많았지

이건 뭐 하.. 나 참.. 공산주의 하잘 것도 아니고...

지난 아프리카 여행의 가장 큰 결과물은 이거예요.

축구 안 좋아하게 된 중2병..

아프리카 가서 말라리아 황열병 장티푸스 이런거 대신 중2병 걸려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