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공대생의 추억
- 작성일
- 10-05-29 03:08
남중 - 남고 - 공대 - 건설회사
그러고보면 저도 참으로 남초 환경에서 자라왔네요.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남자 중고등학교를 나와서
외계어로 가득한 공대에 몸을 담고
역시 남자들로 가득한 건설회사에~
그러다가 지금은 또 완전 다른 환경에 있고....
사실 지금은 사회과학으로 분류되는 분야에 있습니다.
공대출신은 손으로 꼽네요 ㅋㅋ
암튼 전 한때 공대생이었습니다.
근데 사이비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엄연히 공과대학에 속해있었지만
하드코어 공대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속한 건축학과는 좀 분위기가 달랐어요.
소속은 공대이긴 하지만
걸핏하면 이런 말들을 해댓죠.
'우린 공돌이, 공순이가 아닙니다'
'우린 아티스트입니다'
설계한다고 미대생들처럼 도면통에 도면 넣고 폼나게 도면통 들고 다니고
예술가처럼 머리도 길러주고 뿔테안경도 끼고
공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고 뻘소리나 해대고 ㅋㅋㅋㅋ
일종의 사이비 공대생이었어요.
미적분학, 공학수학, 역학, 자연과학 등 공학 관련 과목을 배우긴 하는데
설계나 이론 과목에 우선순위는 항상 밀리기 마련이었죠.
사실 구조, 시공, 설비 등을 전공한 학생들은
그나마 수학, 과학 과목을 좀 열심히 했죠.
하지만 대체적인 과내외 인식은 암튼 그랬습니다.
오죽하면 공대내 타과 학생들이
저희과 와서 공학수학, 역학 등의 과목을 재수강하여
상위권을 휩쓸어버리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으니 말입니다 ㅋㅋ
사이비 공대생의 극치는 새터(또는 신입생 OT)에서 였죠.
공대 내 다른 학과에 비해 압도적인 여학생 비율로 인해
새터에서는 항상 관심의 대상이기도 했습니다.
제 동기중 20% 정도가 여학생이였는데
그 다음해 부터는 계속 30% 정도를 유지하더군요.
암튼 새터에서 남녀 짝 마임을 선보여서 원성을 자아내기도 하고
밤에 술먹을때는 소위 '여학생 꾸러 온' 몰지각한 타과 학생들과
복도에서 실랑이 하느라 마찰이 있던 적도 있었네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공대생으로 보냈던 그 시간이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공대 만의 문화도 분명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단/무/지/로 압축되는 성격이라든가
남성이 많다보니 약간의 마초성이 여기저기서 드러난다는 점이나
웬지모를 '공대생이 아님'과의 상대열위라든가...ㅋ
그냥 끄적여보는
사이비 공대생의 추억이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