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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진지하게 못 있어?"

밀레니엄의 한해 전 나는 그녀를 만났다. 시간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흘러갔고, 어제 나는 그녀와 헤어졌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녀와 난 4월 중순의 기념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곤 했다  만난지 1000일. 이 끔찍이도 긴 시간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나는 월드컵 개막일까지 착실하게 알려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간다. 20개의 꽉 찬 담배 개비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 듯 전광판 숫자들이 줄어가는 것을 보면 뭔지 모르게 마음이 급해지기도 하고 아쉬워지기도 한다. 그런 날들 천일이 지나갔다. 

"날 사랑해?"

전날 밤 그녀는 버스를 타고 왔다. 헤어 스타일이 바뀌었다. 다른 사람 같이 보여서 좋다고도 했다. 맥주를 마실까 했다. 그녀가 싫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자고 했다. 내가 싫었다. 작은 테이블 만큼의 거리는 그리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녀와 나 사이를 갈라놓고 있었다. 그 위에는 적당히 합의 본 녹차와 오미자차가 밝은 김을 뿜고 있었다.

헤어지자고 먼저 말한 것은 그녀였다. 재떨이에는 담배 꽁초들이 거친 속을 드러내 보이면서 제각기 풀어헤쳐져 있었다. 그녀의 어깨 뒤로 보이는 남녀는 뭔지 모르게 즐거워 보였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고 나는 아무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그 남녀의 즐거움, 그녀의 눈물, 나의 무감정. 각기 자신들의 것이다.

언젠가 난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실제로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인터뷰를 한적이 있다. 사랑과 욕망이라는 주제로 간단한 다큐를 만들 생각이었다.

설레임?

애초부터 난 그런 것이 없었던 것 같다. 골트문드처럼 정열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삶과 세상에 대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열정은 이미 봄날의 마른 대지처럼 증발해 버렸나보다.

오늘 아침도 마을 버스를 탔다. 창 밖으로 사람들은 지나다녔고, 좁은 골목길 틈을 비집고 한 발이라도 먼저 들여놓으려는 차들은 서로를 견제하고 지나갔으며, 늘 그런 것 처럼 버스는 정확한 위치에서 사람들을 태우고 내렸다.

비가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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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생각나서 가지고 와봤습니다.

벌써 오래전 일이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