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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 듀란트의 책가 있었나보네요. 

윌 듀란트는 <철학이야기>라는 책으로 유명해지신 분이죠.
그런데 사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수있다시피 철학사history of philosophy가 아니라
철학이야기the story of philosophy입니다. 다시말해서 철학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story를 서술한 책이라는 것입니다.

윌듀란트가 스스로 이 책을 철학'사'로 하지 않은 것은 매우 현명한 판단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책이 철학사라고 말할수 있을 정도의 내용은 아니고 개론적인 소개정도에 그칠 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이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한계를 분명히 알고 말을 하는 것과
자신의 한계를 모르고 이야기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듀란트는 자신이 그 책을 쓸때 기존의 철학에 대해서 자신의 관점에서, 새로운 '체계'를 가지고 철학사를 논한다는 메타적 포지션에는
있지 못함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자신의 저술은 새로운 철학'사'라기보다는  단지 철학'이야기'에 불과하다라는 것을
 책 제목에서 분명히 알수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단지 철학에 대한 가벼운 개설서 내지는 소개에 지나지 않는다고해서 가치를 폄하해서는 곤란합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이책은 철학사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내용을 가지진 못하지만
철학에 대한 기초나 소양이 부족한 일반인들이 처음으로 철학을 접할때 부담없이 읽을 수있기에는
최적의 책임에 분명합니다. 그것이 1926년에 최초로 발간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유라고 봐야죠.

듀란트는 <철학 이야기>를 써서 유명해진 이후로 최근 국내에 번역되서 발간된 <문명이야기>라는 방대한 책을 오랜시간동안 썼지만
그를 최초로 유명하게 만들어준 <철학이야기>보다 오히려 못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그만큼 <철학이야기>가 잘 쓴 책이라는 것이지요. 


앞서도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철학사라고 불리울수 있으려면 그 책은 단지 앞선 철학과 철학자들에 대한 단순한 소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새로운 체계를 가지고 기존의 철학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해 낼수 있을때 비로소 그것을 철학사라고 말할수 있다고 했는데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때 최초의 철학사는 플라톤과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에 의해서 서술되었다고 봐야합니다. 
플라톤의 형상철학은 소크라테스와 소크라테스이전의 철학자들을 자신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점에서
분명한 철학사적 인식을 가지고 체계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 1권은 고대그리스철학자들이 남긴 본격적인 의미의 철학사라고 볼수있죠. 

근대로 와서는 칸트와 특히 헤겔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에 준한다고 볼수있는데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기존의 합리론과 경험론에 대해서 그것을 새롭게 종합하고  비판함으로써 가능한 저술이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철학사라고 해도 무방한 책입니다. 
헤겔의 철학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그의 <철학사>는 본격적으로 근대적 의미의 '체계'라는 관점을 가지고 기존의 철학을 평가하고 해석했다고 볼수 있습니다. 헤겔철학이 명시적으로 전제하고있는 변증법적 과정자체로부터  '역사'라는 문제는 중요한 문제였었던 것이고 
그 결과물로 철학사가 가지는 '철학적 의미'를 본격적으로 재조명한 책이죠. 

제가 비트겐슈타인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그는 초기에 "이제 철학의 과제는 해소되었다"라고 말한 바 있는데
이는  앞서말한 철학사에 무지를 드러내는 발언이라고 할수있습니다. 후기에 가서 초기의 논리 실증주의의 입장을
무효화시키긴 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 그는 철학사에 대해서 밝았다고 할순 없었죠. 그러한 무지로인해 철학사가 가지는 무게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고 그 결과가 다시 그의 철학체계에 스며들고 있다고 볼수있게 됩니다. 

철학사는 과학사에서는 흔히 이야기될수있는 '단절'을 말하기 힘듭니다. 그만큼 고대로부터의 주제가 끊임없이 현재로 환기되고 환원됨을
의미하죠. 철학의 주제라는게 원래부터 해소될 수없는 문제 다시말해서 아포리아aporia를 환기하는 학문이고
그 때문에 단절보다는 연속성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과거의 철학이 해당 주제에 어떻게 천착해 왔었나를 인식하는게
필수적이게 됩니다. 만약 이 과정을 생략하게 되면 그 철학은 그만큼 허약한 근거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죠. 

윌듀란트의 <철학이야기>로부터 철학사까지 짚어봤습니다만 
철학은 그 태생자체가 하나의 자기인식의 체계요 역사입니다. 때문에 철학의 공부는 철학사에 대한 공부로부터 시작하고 끝날수밖에 없는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