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행위
- 작성일
- 11-05-03 15:26
시험 컨닝, 레포트 베끼기 등으로 대표되는
학교에서의 부정행위는 가끔 추억처럼 다뤄지곤 합니다.
시험과 레포트를 채점하는 교수님들이
이를 제대로 적발해 내는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설령 적발한다 하더라도 얼마나 제대로 걸고 넘어질지는
어쩌면 교수님들의 성향에 따라 다를 수도 있겠지요.
사실 학생 때에는 이러한 부정행위의 심각성을 잘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시험은 봐야겠고 레포트는 내야겠는데
다른 여러가지 우선순위에 밀려서 준비는 못한 상황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긴 하지만 일단 어떻게든 티 안 나게 하면 되겠지라는
순간적인 판단으로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되겠지요.
학생이라서 봐줄 수도 있다는 것도
어쩌면 의무보다는 권리 아닌 권리를 주장하려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갑자기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며칠 전에 제가 가르치는 학생이 부정행위로 저한테 걸려버린 일이 있기 때문입니다.
레포트를 채점하는 조교가 다르다는 것을 악용해서
다른 반에 있는 친구와 레포트를 공유하고 이름만 바꿔서 냈는데
미처 다 이름을 수정하지 못하고 레포트 일부에
친구 이름을 놔두었던 것을 제가 발견해버렸네요.
이를 어찌할까 하다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이 평소 수업태도가 불량한 학생이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 하에
교수님께 보고를 하고 다른 반 조교들에게도 통보했습니다.
드디어 오늘 증거물(?)을 책상위에 놓고
두 학생을 불러다가 대질심문을 벌였는데
역시나 두 학생이 레포트를 공유했습니다.
티 안나게 고친다는 것이 다소 어설펐더군요.
원래 학칙상 교수 재량으로 학생들에게 F를 줄수도 있지만
워낙 너그러우신 교수님이라 과제 점수만 0점을 주기로 합의(?)를 보았답니다.
근데 이 과제가 학기 총점의 무려 25%에 해당하는 점수라서
잘 해봤자 D+ 이하가 나올 확률이 높아졌네요.
무려 박사 7년차인 다른 반 조교는
그동안 조교를 하면서 이런 케이스는 처음봤다고 하고
경험 많으신 교수님은 3년에 한 번 정도 꼴로 적발했다고 하십디다.
그러고보니 이런 방식의 부정행위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아무튼 이번 일을 겪으면서
솔직히 굉장히 불쾌했습니다.
아무리 아직 어린 학생들이지만
얼마나 교수와 조교를 만만하게 보고
그들의 능력과 경험을 무시햇는지를 생각하면
마구 화가 치밀어 오르더라구요.
그래도 뒤늦게라도 적발해 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구요
이외에도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이 더 있겠다는 불안감도 듭니다.
근데 다 찾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겠죠.
암튼....
학생이건 사회인이건
부정행위는... 하지 맙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