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과생과 편입생
- 작성일
- 10-10-07 06:53
(써놓고 보니 시간대에 참 안맞는 글이네요 ㅋㅋ)
전과는 과정 중에 학과를 옮기는 것이고
편입은 졸업 후에 다른 학과의 과정 중간으로 들어가는 것을 일컫습니다.
전과는 한 학교 내에서 이루어지며
편입은 한 학교 내 뿐만 아니라 학교 간에도 존재합니다.
전과나 편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 학과나 대학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을 이수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학점을 받아야 합니다.
전과, 편입 경쟁률도 꽤 높은 편입니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전과와 편입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은 굉장히 많습니다.
관련 통계가 존재할테지만 찾아보긴 귀찮아서
그냥 개인적인 경험상 많다고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다만, 이러한 전과와 편입은 특정 대학이나 특정 학과에 몰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인기 대학에서 인기 대학으로, 또는 비인기 학과에서 인기 학과로 가는 경우도 있고
이와 상관없이 학생 본인의 욕구나 필요에 의해 인기도 상관없이 이루어지는 경우 등
전과와 편입을 하게 되는 데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존재합니다.
전과와 편입은 기존에 있던 어느 과정의 중간에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융화되는 것이 항상 문제가 되곤 합니다.
기존에 무리를 이루고 있던 이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소위 '수능봐서 들어온 학생'과 '전과나 편입으로 들어온 학생' 간에
어느정도 장벽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장벽은 경우에 따라 따돌림과 차별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가령 과학생회를 조직할 때 전과생, 편입생은 참여하기 어렵고
3, 4학년에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을 갈 때에서 대다수가 불참하는 경우가 많앗습니다.
제가 몸담았던 학부과정은 저희 학교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전과, 편입생이 많았던 학과였습니다.
주로 연관된 학과의 학생들이 전과나 편입의 형태로 저희과로 들어오긴 했지만
관련성이 거의 없는 학과에서 오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사실 전과나 편입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처음 보는 학생들이 갑자기 전공수업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으레 짐작할 수 있었죠.
또한 당시 저희 학교 학번 시스템으로도 파악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과는 매년 66명을 뽑았는데 학번의 마지막 세자리는 ㄱㄴㄷ 순에 따른 번호였죠.
그래서 입학할 때에는 066번이 마지막이었는데 어느순간 보니
067, 068, 069 학번을 가진 학생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런식으로 봐도 누가 전과생, 편입생인지 알 수 있었죠.
앞서 말한대로 저희과는 전과생, 편입생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한학번에 10명을 넘어가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일종의 구별짓기가 좀 생겼습니다.
전과생과 편입생의 숫자가 좀 많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장벽과 차별이 존재하다보니
아무래도 기존 학생들끼리 따로 어울리고
전과생,편입생끼리 따로 어울리는 현상이 매우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존 학생들은 자신들이 더욱 친숙한 이들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고
전과생과 편입생들은 처지가 비슷한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욱 마음편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구별짓기 또는 따로 어울림은 그렇다 쳐도
그 이후에 존재하는 따돌림과 차별은 한 번 쯤 생각해보아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최근에 일어난 한 일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교에는 제가 졸업한 학부 출신이 총 6명이 있습니다.
비록 아주 작은 규모지만 그래도 서로 챙겨주고 경사가 있으면 모이고
또 정기적으로 학기초와 학기말에 한번씩은 모였습니다.
모두 전과생이나 편입생이 아닌 소위 '기존 학생'이었죠.
올해 신입생으로 저희 학부 출신이 두 명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두 명 모두 공교롭게도 전과생 출신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제 출신 학부 교수님 한 분이 1년간 이곳 학교에 교환교수로 오신 관계로
교수님을 모시고 모여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 모임은 교수님이 주관하신 관계로 기존학생 뿐만 아니라
이번에 온 전과생 출신 학생들도 참석했습니다.
몇주 후에 한 선배에게 경사가 생겨서 모일 일이 있었습니다.
워낙 큰 경사라서 교수님도 부르자고 했고
그렇다보니 모임이 '공식적인' 자리가 되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전과생 출신 후배들을 부를지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것을 놓고 선배들과 제 의견이 좀 엇갈렸습니다.
저는 전과생 출신들도 엄연히 우리과 졸업생이니 부르자는 생각이었는데
선배들의 지배적인 의견은 그냥 우리끼리만 하자는 쪽이어서
저는 말도 꺼내보지 못하고 그냥 소위 '우리끼리' 모여서 교수님과 식사를 했습니다.
교수님이 뭐라고 하시지 않을까 저 혼자 걱정했는데 교수님도 별 말씀 없으셨습니다.
교수님도 엄연히 '기존 학생' 출신이셔서 그런건지,
눈치는 채셧지만 좋은 분위기에서 굳이 언급하지 않으시려고 하신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기존 학생 6명은 모두 같은 학부 출신이지만 현재 몸담고 있는 학과는 서로 다릅니다.
그런데 그중에 제가 이번에 새로온 전과생 출신 후배들과 가장 마주칠 일이 많습니다.
학과는 약간 다르지만 모두 건물에 있고 그중에 한명은 저와 같은 수업을 듣는지라
평균 이틀에 한번은 이들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미안한 마음부터 듭니다.
이들도 엄연히 나와 같은 학부를 졸업한 학생들이고
약간은 다른 입학과정을 밟았을 뿐인데 그로 인해 일종의 따돌림을 당해야 하는가를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하고 어찌해야할 줄 모르겠습니다.
좀 부끄러운 사실이지만 지난번 모임이 있고 난 후에
전과생 출신 후배들 얼굴 보기가 두려워서 일부러 피해 다니기도 했습니다.
저도 그렇고 이 후배들도 그렇고 1~2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갈 것도 아니고
다들 최소 4~5년은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계속 얼굴 볼 사람들인데
앞으로 계속 이렇게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인 것 같습니다.
정말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기존 학생들이 전과생, 편입생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 중 하나는
'우린 수능봐서 들어왔고 너넨 아니다, 즉 난 수능 점수가 높고 넌 수능점수가 낮다'라는 의식입니다.
가끔은 자기 자신을 '성골'이라고 지칭하기도 하고
여기에는 순혈주의가 도사리고 있기도 합니다.
분명 여기에는 그들이 나와 같음을 인정하기 싫은 것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차별과 따돌림의 이유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전과생이나 편입생 출신들도
경우에 따라 자신이 전과나 편입을 했다는 것을 숨기기도 합니다.
저는 전과생과 편입생을 차별하거나 따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집안 배경, 재력, 교육수준, 인종, 지역 등에 따라서 차별받지 말아야 하듯이
전과나 편입 경력으로 인해 차별받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부 대학들은 소위 돈벌이를 위해 전과나 편입제도를 악용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실제로 전과생, 편입생 출신 중에 오히려 전공분야에서
기존 학생들보다 매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끼리끼리 어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다만 그래도 소위 전체가 모이는 '공식적인' 자리도 그렇고
사회 전반에 깔려있는 일종의 '순혈주의'에 따른
차별이나 따돌림이 없어지길 바라는 건 무리일까요.......
복잡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