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 말리는 시누이의 헛발질
- 작성일
- 12-02-23 15:34
이게 =_= 이미 떡밥으로 불펜이 점령되어 있는 상태에서
저의 허접한 의견을 얹는 게 별로 의미가 없어지긴 했는데;;
이렇게까지나 관심이 폭발할 줄 모르고 저두 나름 준비한 게 있어서리;;;
아무튼,
저는 요즘 시국과 같은 가치 혼돈의 시기에 기계적이나마 중립과 균형의 자세를 추구하는 경향 신문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또 굉장히 높게 평가하는 사람입니다만,
이번 선관위 의혹 제기를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칼럼은 상당히 아쉬운 점이 많더군요.
모든 문제를 빠와 까의 관점에서 밖에 해석하지 못하는 일부 나꼼수 팬들에게는 심히 유감의 감정을 갖고 있습니다만,
자꾸 이런 식으로 미운 시누이 역할을 자처하는 것에 비해
경향으로서는 논쟁에 있어서 태도 확립이 매우 중요한 사안인데도 이번 같은 다소 무책임한 자세는
비판의 여지를 많이 남길 수 밖에 없겠더군녀.
이번 칼럼으로 드러난 경향의 '기계적' 태도에 대해 허접한 비판을 씨부려 보겠습니다.
1. 음모가 현실이 된 상황에서의 음모론
보통 음모론 하면, 호사가들의 가쉽거리 정도이지 귀담아 들을만한 게 못된다는 게 정설이지요.
음모론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자체가 빈약한 근거를 가지고 확대 해석(이라고 쓰고 망상이라고 읽는다)한다는 공격일텐데,
불행하게도 선관위 건은 음모'론'이라 치부하기엔 이미 현 정권 들어 많은 음모의 시도가 있었고
실제로 밝혀진 것도 상당수 이기 때문에 더 이상 '가설'일 뿐이라 폄하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 정권들어 청와대에서 기획한 음모만 해도 벌써
대포폰 사찰, 돈봉투 살포 (김효재 ㅅㅂㄻ)가 사실로 드러났지요.
선관위가 의혹의 도마 위에 올라있지만, 이미 한나라당의 디도스 공격으로 부정선거 자체는 의심이 아닌 팩트가 된 상황입니다.
20대의 또라이 보좌관들 몇몇이 디도스를 기획한 거지 선관위와는 아무 커넥션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게 더 비현실적인 거 아닐지.
2. 케이스 자체보다는 일련의 사건들의 맥락을 봐라
선관위 개입 의혹을 음모론으로 치부하는 데는 증거가 부족한 것을 추론과 정황으로 때우고 있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선관위의 해명이 더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보안업체의 보고서와 선관위 직원의 해명 중 누가 거짓말을 하기 쉬운 건지는 명명 백백하지 않습니까.
엔지니어의 데이터에 기반한 보고서는 구라를 칠려면 상당한 치밀함이 요구되고
또 데이터의 헛점에 대해 다양하게 논박이 가능합니다.
선관위는 '사람'의 '말'을 근거로 하고 있고, 나꼼수는 '데이터'에 기반한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음모론'이 '현실'의 쉴드보다 더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봐야 됩니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사건의 맥락인데요,
선관위의 투표소 대거 변경 - (의심받고 있는 선관위의 내부 소행) - 디도스 공격으로 인한 서버 다운
괄호 안의 의혹 앞뒤의 선관위 투표소 변경과 디도스 공격은 이미 팩트로 밝혀진 상황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또라이들이 투표소 변경을 인지하지 않고
단독으로 덤볐다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왜냐면, 투표소의 변경이 있지 않았다면, 서버가 다운되었다 해도 그냥 하던데서 하면 되겠지 하고
투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공격의 효과를 제대로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비싼 돈 들였는데)
투표소 변경과 디도스 공격을 바로 잇는 맥락도 생각해 볼 수는 있는데,
선관위 정도 되는 사이트를 푼돈 디도스 공격으로 자기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다 생각했을지
몸통은 드러나지도 않고 20대 어린 잔챙이들 감옥 가는 걸로 마무리지은 수사 결과를 미루어 볼 때
저는 디도스는 그저 꼬리자르기용 보험에 불과했다는 나꼼수 측 설명이 더 자연스럽게 들립니다.
아무튼 요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현재 추론이 단순히 망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시나리오가 탄탄합니다.
3. 문제의 핵심은 부실수사
애초에 선관위를 의심하는 쪽이나 쉴드치는 쪽이나 지금 정보가 너무 부족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선관위의 개입 여부가 아니라 검경의 부실 수사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사상 초유의 선거 개입인 한나라당의 디도스 공격은 별 다른 성과도 없이 꼬리 자르는 선에서 묻히는 바람에
결국 특검까지 나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미 드러난 정황도 축소하고 숨기기 바쁜데, 의심되는 정황은 또 얼마나 치밀한 공작이 들어가겠습니까
그런 와중에서 선관위를 조사하거나 수사한 기관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음모냐 아니냐를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라
수사를 들어가서 의심스러운 커넥션을 한번씩 검토해 보면 간단하게 결론이 날 일입니다.
(실제로는 간단하지 않겠지만; 그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나꼼수에서 언급된 4급 공무원이 누군지 정말 은폐 정황이 있었는지 검찰의 수사력이면 조사만 하면 머가 나와도 나오지 싶은데,
그것 면피하기도 귀찮은 건지 두려운 건지, 검찰은 수사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것도 특검 가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4. 주류 언론의 태도 - 무엇이 두려운가?
이러한 맥락에서 경향의 보도 태도를 비판해 보자면,
신문의 제 1역할은 정보 제공이 아니겠는가.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섣부르게 판단을 할 것이 아니라 (동아가 이번에 강용석에게 홀랑 낚여서 피봤죠)
부족한 정보를 메우려는 활동이 신문 본연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나꼼수가 부족한 정보로 음모론의 함정에 빠진 것처럼 보인다면, 옆에서 훈수두고 있을 일이 아니라
자기들이 취재해서 정보를 모아 카운터를 날리면 될 일입니다.
아무렴, 김어준보다 신문 기자들이 정보력이 처지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나름대로 부끄러워해야 할 일)
부족한 근거로 단정짓는 것은 그 자체가 오지랖이요 신문으로서의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음모론에 불과한 거 아니냐고 의심하는 분들에게 생기는 의문.
이게 조사해보니 선관위는 깨끗하고 음모론에 불과했다 라고 밝혀졌을 때의 상황이 두려운 것인지요?
무엇이 두려워서 음모를 음모라고 의심하지도 못하는 건지?
적어도 선관위에 제기되는 의혹은 강용석이 깜도 아닌 거 가지고 물고 늘어진 사안이랑은 질적으로 다르지 않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