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의 종말과 접속의 시대
- 작성일
- 10-04-19 03:49
2000년대 초에 읽었던 책으로 기억합니다.
원제는 'The Age of Access'이고 국내에 번역된 제목은 '소유의 종말'이네요.
워낙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라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안 나지만
이미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으로 인기를 끌던 제레미 리프킨의 또다른
히트작이자 수작 중 하나였습니다.
이 이후 'XX의 XX'라는 제목들이 서점가를 좀 지배하던 기억도 나네요.
암튼, 내용이 잘 기억도 나지 않는 책이 요즘 다시 생각이 나네요.
기억을 되살려 보고자 서평을 좀 뒤져보니 대략 내용은 정리가 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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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좌우하는 변화의 시대에 '소유'는 부의 척도가 아니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 자리를 메우는 것은 '접속'이라는 시스템으로서 컴퓨터나 네트워크에 해당하는 것만은 아니다.
인터넷 뿐만 아니라 자동차, 주택, 가전품, 공장, 체인점 같은 실물 영역에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서비스'을 무기로 하는 접속이 늘어나고 있다.
자본주의가 상품을 교환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에서 경험 영역에 접속하는 데 바탕을 둔 체제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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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우리는 지식과 정보, 경험을 '소유'하고자 했다면
이제는 이러한 지식과 정보, 경험에 '접속'합니다.
이곳 베팍만 해도 크고작은 지식과 정보, 각각의 경험이 축적되고
우리는 집에서 뿐만 아니라 사무실, 공공장소, 학교에서도 이에 접속합니다.
과거에 우리는 사진첩과 일기장, 수첩, 책장에 지식과 정보, 경험을 소유하였다면
이제는 이곳 베팍 뿐만 아니라 개인블로그, 홈페이지, 이메일 계정 등에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에 '접속'할 뿐입니다.
리프킨은 이것이 바로 재산을 소유하는 방식에 기초하는 자본주의가 마무리되고
시간과 체험의 상품화라는 국면으로 접어든다고 표현합니다.
과거 소유는 결국 자본과 권력의 유무 및 그 정도에 따라 계급을 만들어냈듯이
어쩌면 접속도 소유로부터 파생된 계급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터넷 포털 등과 같이 다루기 편한 사이트들에 접속하는 것에는 큰 장벽이 없으나
컴퓨터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거나 상식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위키피디아 등과 같이 외국의 정보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언어라는 장벽을 넘어야 하고
분야 별 전문가들이 축적해놓은 소위 고급정보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아무에게나 발급하지 않는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받아 입력해야 하거나
적지 않은 접속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결국 접속도 접속할 수 있는 자와 접속할 수 없는 자로
구분하는 계급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접속도 소유가 갖고 있던 문제점(?)을
고스란히 내재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구요.
암튼 갑자기 왜 이런 글을 쓰게 되었냐면
제 자신의 생활 패턴이 점차 접속 위주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그 전면에는 바로 구글이 있더군요.
지멜이야 뭐 다른 메일과 큰 차이가 없으니 그냥 그렇다고 하지만
언젠가부터 지메일로 받아본 중요 문서들을 하드디스크가
아닌 메일 계정에 그대로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하드디스크가 언제 꽝날지 모르는 일이고 그런 위험을 감수하느니
차라리 이메일 계정에 첨부파일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필요할 땐 그냥 접속해서 파일을 보게 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네요.
구글 문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작년 가을에 처음으로 구글 문서라는 것을 써보았는데
여러명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워드 파일로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은채로
웹상에 접속해서 문서를 작성한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더 편안하게 느껴지더군요.
물론 최종 결과물은 워드 파일로 소유하고 있겠지만요.
구글 캘린더도 사용하고 있는데
역시 수첩에 내 일정을 기록하는 방식이 아니라 접속해서 내 일정을 수정하고 확인합니다.
수첩에 펜으로 적어내려가는 것보다 인터페이스가 좀 불편할 수도 있지만
구글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지다보면 이게 너무 자연스러워집니다.
구글은 아니지만 네비게이션도 결국 접속의 산물인 듯 싶네요.
예전엔 두껍고 큰 지도책을 들고 여행을 했다면
이젠 네비게이션을 통해 위성 지도에 접속해서 돌아다닙니다.
개인적으로 네비게이션은 인간의 공간지각력 발달을 저해하는 악의 축이라 생각하여
절대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만 결국 편리함과 편의성은 인정해야 할듯 하네요.
또한 현재 신분이 학생이다보니 논문을 쓰기 위해 기존 보고서, 논문, 책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항상 하게 됩니다.
2005년에 논문을 쓸 때에는 각종 참고자료들을 하나의 워드파일이나 엑셀 파일로 만들어서 정리하엿는데
올해부터는 Refworks라는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내 참고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웹상에서 작업해서 최종 결과물만 내려받으면 됩니다.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주는 것 보다 여러모로 이게 훨씬 더 편합니다.
리프킨은 이러한 접속의 시대가 꼭 인터넷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리스, 업데이트 등 서비스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아직 각종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이 안 되지는지라
후자의 혜택에 대해선 별로 할 말이 없지만
전자인 인터넷이 가져오는 접속의 문화에 대해서는
몸소 체험하고 그 위력을 공감하고 있네요.
어쩌면 그 위력이 가져다주는 편리함 뒤에는
무시무시한 위험과 무서움이 공존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면?
가령 인터넷이 되지 않는 지역에 있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한 사용료를 지불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정말 끔찍하기 그지 없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에 놓인다면
결국 접속이 만들어낸 접속할 수 잇는 자와 접속할 수 없는 자 간의
계급 구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이런 점에서 한편으로는 무섭네요.
아.. 과제 해야하는데..
그냥 뻘글 하나 적립해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