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鳥之將死 其鳴也哀
人之將死 其言也善

논어 태백의 구절로  새는 죽음에 이르면 목소리가 구슬퍼지고 사람은 장차 죽음에 이르면 그 말이 선해진다는 말이져
이 구절의 고사는 공자의 제자인 증자가 죽음에 이르렀을때 당시 대신이던 맹경자가 병문안을 오게되자 증자가 맹경자에게 한 말입니다
맹경자는 사(士)가문도 안되었던 공자를 정치계에 입문시켜준 맹손씨 가문의 후예였지만 결국 자신들 삼환의 권력이 약해지자
개혁가인 공자를 축출하는데 앞장섰던 집안으로 어떻게 보면 공자의 제자인 증자와는 매우 껄끄러운 관계에 있었지만
맹경자는 국가의 현인이 죽음을 앞두게 되자 손수 병문을 가서 그의 말을 경청하져
이후의 이야기는 증자가 항상 제자들에게 하는 말처럼 꼬장꼬장하게 예를 이야기하면서
군자의 마음가짐으로 국가를 잘 다스리라고 맹경자에게 잔소리 어택을 합니다
앞의 구절은 본론을 꺼내기 이전에 맹경자에게 하는 말로 본인이 죽기전에 하는 말이니 고깝게 듣지말고
충심(衷心)으로 들어 이후 국가를 위해 꼭 실천하라는 뜻으로 한 말입니다
이후 증자학통은 노나라의 조언자이자 국가정통으로 자리잡아 국가와 밀착하는 사이가 됩니다
죽음에 이르러 증자가 한 말을 맹경자는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노력하려 한것이죠
이렇게 예전에 죽음이라는 것은 경건함과 반대편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마음 그리고 적이라고 할지라도 추도하는 마음으로
예의를 실천하는 장이자 자신들의 아량을 넓히는 소통의 장이었습니다



그러나 꼭 이렇게 아름답기만 할까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를 장식하는 수많은 인물이 있지만 이 사람만큼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학자중에 유일하게 존경의 의미를 담는 자(子)자 붙은 인물이지만 반대쪽에는 집에서 키우는 개 이름으로 불릴만큼
극단적인 호불호가 갈린인물로 조선후기 정치구도를 만든 인물인 우암 송시열입니다
자신을 낳고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젖을물려 키운 유모를 어머니로 모셨고(유모는 출생이 천출) 아들에게도 할머니라고 교육시킬만큼
당대에도 좀 특이한 효를 실천한 부친 송만갑을 대신해 유모에게 비석을 세워줄만큼 자비롭고 유연한 유학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정치적으로 반대편에 섰다는 이유로(이 문제는 굉장히 복잡하지만 그의 사원이 가장 큰 작용을 했던 문제였져)어릴때 깨복쟁이 친구인
윤휴를 철저하게 정치적으로 매장시키고 종래에는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기도 한 그는(둘은 사돈사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기준에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지만 그 기준이라는게 매우 주관적이고 도학자라고 하기엔 개인적인 원한에 정치적 구도를 이용한 사람이었습니다


이런 송시열의 정치적 이력중에 조선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게 노소론 분당으로
이 분당의 원인을 결정적으로 제공한것이 제자인 윤증과 싸운 회니시비 였습니다
학문적으로 덧칠되있고 어려운 한자어로 되있어 뭔가 굉장히 있어보이지만
실상은 그냥 똥꼬집 송시열 영감이 치사하게 죽은 친구를 디스한것이 문제가 된것이죠
조선사대부들에게 정신적인 임팩트가 가장 큰 사건이었던 호란시기에 수많은 선비들이 절의를 지키기 위해 순절했는데
윤증의 아버지 윤선거도 이런 절의를 지키기 위해 순절하고자 했던 선비중에 하나였습니다
이미 재상의 지위에 있던 김상용이 강화도가 함락당하자 폭사했고......(청음 김상헌의 형으로 안동김씨의 좌장격인 인물이었죠)
당시에 강화도에 피난왔던 많은 선비들도 절의를 지키기 위해 순절하기로 약속했는데
윤선거도 친구들과 함께 이 의리를 지키고자 약조를 한 사이었습니다
그렇게 약조하고 순절한 동료가 문과 장원급제를 한 김익겸(그 유명한 서포 김만중의 아버지로 이 순절로 김만중은 유복자가 되었죠)
권순장, 윤선거의 작은 아버지인 윤전 그리고 윤선거 부인 이씨 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윤선거는 연로한 아버지가 고향에 있었고
중병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강화도를 빠져나가 고향에서 아버지를 시봉합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모습은사림에게 큰 비난을 받는 행동이 되었고 부인마져 죽은 상황에 혼자 빠져나온 비겁자라는 오명을 듣게됩니다
임진왜란때 임금을 마중나가지 않아 결국 도덕성에 큰 치명상을 입은 우계 성혼과 같은 위기에 몰리게 된것이죠
그러나 그는 이런 비난에 한번도 대꾸하지 않고 평생 초야에 묻혀 학문에 정진하게 됩니다



청나라를 보는 당시 유림들의 심정....


이런 윤선거를 옹호한 사람중에 한 사람이 동문수학한 동료인 송시열로 부친에게 효를 다하는것은 국가의 충과 다를바 없다는 논리로
그의 피난 행위를 옹호합니다 실제적으로 윤선거는 효행으로 이름이 높았던 학자였고
여러번 이런 효행으로 천거를 받아 출사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죄인임을 자처했고 이런 친구들의 옹호를 마음으로 받을뿐 평생 출사하지 않고 그렇게 학자로서 자신의 위치를 다하고 죽었죠
이 윤선거의 큰 아들이 그 유명한 명제 윤증으로 곧 송시열의 제자이기도 했습니다
동문수학한 절친인 두 사람은 자연스래 윤선거의 아들인 윤증을 맡아 가르치게 되었고 윤증 역시 이런 훌륭한??
스승밑에서 배우는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스승의 예로 평생을 다했습니다 그 아버지의 묘갈명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요



지금 조선시대 당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거의 죽기살기로 한쪽을 죽여야 살아남는 배틀로얄의 모습과도 같이 연상되지만
그 좁은 정치판 학술판에서 실제적으론 그럴순 없는것이고 한다리 건너가면 다  학맥, 혼맥, 혈맥으로 이어진 매우 가까운 사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수같은 서인과 남인 사이에도 자연스런 통혼관계가 있었고 친척 사이에도 당은 달랐지만 혈족적 왕래가 있었으며
당파가 다르다고 해서 어울리지 않았던것도 아니었습니다 특히 송시열의 절친한 어릴적 친구로는 남인의 좌장이자 톡특한 학문성 성취를 이룬
백호 윤휴같은 사람도 있었죠 하지만 예송논쟁을 거치면서 중앙정계에서 나름 우호적이고 암묵적인 라인이 있었던 관계가 서서히 무너지고
정당 하나가 정권을 잡는 일당체제가 성립하면서 이런 문제들이 붉어지게 됩니다
윤증의 부친 윤선거는 비롯 벼슬은 하지 않았으나 산림에서 존경을 받은 학자였고
그가 죽자 많은 곳에서 그의 제문을 지어 보내거나 그를 조문하러 왔었죠
평생을 불효와 불충으로 살았다고 생각한 윤선거 본인은 장례자체를 알리지 말것을 당부했지만
윤증은 이런 아버지의 유언보단 학자로서의 최선을 다한 아버지의 삶을 존경하고자 평소와 다를바 없는 장례를 치룹니다


이렇게 각지에서 보내는 제문과 정성을 윤증은 가리지 안고 받습니다
조선시대 예법에서도 장례라는것은 불편부당함이 없이 고인을 기리는 행사이기에
정적이라고 하더라도 예를 갖추어 문상하는것이 당시의 상황이었고 고인을 기리는 제문도 보내는것이 예의였죠
윤휴역시 아들을 통해 윤선거의 제문을 보냅니다 그러나 이 시기는 이미 예송문제로 남인과 서인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었기에
윤증의 문인들은 윤휴가 보낸 제문을 거절하려 했지만 윤증은 보낸 정성을 생각해 받아야 한다며 제문을 받습니다
그러나 윤휴가 보낸 제문의 내용은
'너님은 내가 설파한 공자의 예와 학문이 재앙을 부르는 사문난적이라고 했지만 너님은 (송시열의)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키워일뿐이심!'
(당의통략에 나와있는 원문은 나(윤휴)를 일러 망령되게 세상의 재앙을 가까이 한다고 했지만 나는 그대를 능히 자립하지 못했다 말하겠소)
이라는 내용이 담긴 제문으로 -_) 가히 제문으로 보낼내용이 아닐뿐더러 고인의 행동을 욕보이는 말로서 문상의 예를 벗어난 행동이었죠
이를 본 윤증은 크게 윤휴에게 반박하는 글을 쓰진 않았으나 제문을 받은걸 후회하면서 이 일은 그렇게 넘어가나 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놓칠리 없는 쫀쫀 대마왕 송시열은 윤휴에게 제문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 크게 화내며
찬사를 아까지 않았던 친구 윤선거의 제문을 다시 지어보냅니다 대부분 앞에 보낸 찬사의 말을 그대로 적었지만
그 구절속에 이런 이야기를 써 넣져 '윤선거가 윤휴랑 절교하지 않은건 문제가 있음'..... 뭐 얼마나 대다한 글귀라고 하겠냐만은
보통 제문은 고인의 허물을 쓰지 않는것이 예의임에 따르면 송시열은 죽은 친구가 -_) 나의 정적인 윤휴랑 관계를 끊지 않고 있었다는것에
분노하며 이런 치사한 글귀를 집어 넣은겁니다 그래도 이 부분은 죽은 선대와 친했고 서로 허물없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이였기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고 넘어갑니다(이 부분이 문제된건 윤증과 송시열의 사이가 틀어지고 나서 시작됨)


이렇게 상이 끝나고 아버지 비석을 세우기 위해 윤증은 묘갈명을 받으려고 했고
그 대상은 당연히 자신의 스승이기도 하며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인 송시열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중히 송시열에게 묘갈명을 부탁하는 편지(의서[擬書]라고 합니다)를 동봉해 송시열에게 보냈고
이 편지에서 결국 송시열은 윤증과 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고 맙니다
편지의 내용은 특별할께 없었지만 수신자인 송시열 입장에서는 경천동지할만한 내용이 들어있었죠
송시열이 진노한 편지 내용은 예송논쟁에서 그와 첨예한 대립을 했던 남인세력들(윤휴,허목,조형등등)의 출사를 무조건 막을것이 아니라
교화를 통해 이들을 써야한다는 내용으로 나름 서인쪽의 온건론을 지지한 입장이었습니다
이 내용을 본 송시열은 자신의 절친인 윤선거가 겉으로는 자신을 위하면서 뒤로는 자신을 디스하고 죽이려고 했던
남인과 관계를 유지해 자신을 확실히 지지하지도 않고 호박씨를 깠다고 생각했죠
지금보면 응?? 그게 그렇게 해석되나?? 이렇게 생각하겠지만 송시열은 이 글귀를 보고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결국 삐칠대로 삐친 송시열은 묘갈명을 이렇게 써줍니다.
'난 윤선거의 행장이 어려워서 뭔말인지 모르고 행장을 쓴 박세채의 말이 훌륭하니 여기서 더하거나 뺴거나 하지 않고 그대로 쓴다'
......네;;; 윤증의 입장에선 뭐라 할말이 없었습니다 이건 뭐 써준것도 아니고 안써준것도 아닌 상황 그래서 정중하게 다시 부탁하나
송시열은 몇글자 고쳐서 다시 보냈을뿐 처음과 같은 상황의 내용으로 마무리 합니다 그리고 윤휴에게 왜 제문을 받았냐고 따져 물었죠
이렇게 의외의 일에 열띤 싸움이 벌어지자 둘사이와 관계가 깊은 박세채가 중재에 나섭니다
윤증에게는 송시열이 화나서 그러니 참아라 송시열에게는 윤증이 제문을 받은건 큰 의미가 없는 행위이다 라고요
결국 묘갈명은 윤선거의 형들이 짓게되었습니다


박세채가 중재를 했을때 이 사건이 크게 번지지 않고 넘어갔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이미 아버지가 욕보였다고 생각한
윤증은 송시열에게 집요하게 따져묻습니다 왜 이제와서 아버지를 디스하고 그렇게 몹쓸 사람으로 이야기 합니까?
도대체 그 이야기는 어디서 들었나요? 라고요 여기에 송시열은 어물쩡 대답을 회피하며
누구도 모르는 사람(허황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나 그는 송시열이 거짓을 위해 만들어낸 인물)에게 들었다고 하면서 궁색한 변명을 합니다
이렇게 감정이 단단히 상한체 둘의 관계는 회복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렇게 스승과 제자사이는 원수로 끝나는건가 라는 정도로
이 사건이 마무리 될뻔했으나 이후에 이 윤증과 송시열의 편지로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는 도중 윤증이 박세채의 충고를 받아
송시열에게 장황하게 비판하는 편지를 썼다는것이 알려지게 됩니다
당시 이 편지를 본사람은 쓴 당사자인 윤증과 그것을 검토한 박세채 둘뿐이었으나 윤증이 처조카인 남인 권이징에게 송시열에 관해 이야기 할때
내가 편지를 썼는데 안보냈다는 취지로 이야길 하면서 세간이 알려지게 된것이죠
권이징은 송시열의 외손이기도 했기에 그 이야기는 곧바로 송시열에게 들어가고 송시열은 자기를 꺠알같이 디스한 그 편지를 찾아나서게 됩니다
먼저 편지를 봤던 장본인인 박세채에게 물어봤으나 그는 불안감을 감지하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편지의 사실을 숨깁니다
(결국 이 문제로 송시열은 박세채와 절교를 선언하고 박세채는 후일 소론의 지도자로 거듭나게 되었죠
정확히 그는 무당파적인 입장이었으나 송시열이 윤증의 편을 들었다고 너무 몰아세우는 바람에 그와 관계를 끊게 됩니다.)


하지만 적은 내부에 있는 법 송시열의 손자이자 박세채의 사위인 송순석이 그 편지의 존재를 알고 박세채가 배껴서 보관하고 있던 편지를 훔쳐
할부지인 송시열에게 갖다 바치면서 송시열은 자기를 디스한 그 편지 내용을 보게됩니다
결국 그는 윤증이 자기를 죽일 확실한 적으로 판단하고 윤선거를 본격 디스하게 됩니다
동서고금 가장 좋은 방법인 자신의 권위를 이용해 없는 사실을 꾸며내는 행동을 시작하죠 그것도 같이 죽은 부인과 친구들의 절의를 숭상하면서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욕을 받게된 윤증은 송시열에게 '너님 이제 내 스승도 아니고 학문적 논의대상도 아니니 꺼지셈' 이라는 절교장을 날리고
스승인 송시열과 관계를 끊게됩니다 이를 본 당시 서인의 소장파들은 기존에 불만이 있었던 자신들을 대변할 인물로 윤증을 선택하게 되었고
꼰대타입인 송시열의 행동에 더욱 좌절감을 느끼고 그의 서인집단에서 본격적으로 이탈하고 맙니다


장황하게 썼지만 이 노,소분당의 결정적인 사건이 된 회니시비는 고집불통 영감의 어이없는 태도로 벌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두가지의 상반되는 죽음에 대한 태도로 인해 어떤것을 느끼셨나요?
보수파(라고 쓰고 대부분 수구라고 읽는)의 종장에 위치한 신문사의 이데올로기를 충분히 투영하는 만평을 그렸고
한때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마지막 모습까지도 곱게 보내지 못했다는 이유로 죽음 자체를 축복받고 잘된일이라고 평가하는
수많은 대중들을 보면서 우리가 너무 송시열 스럽지 않나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정적이기도 하고 그의 행동을 용서하지 못하더라도 그가 죽은 그 순간까지도
우리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보다 조롱하는 현실이 얼마나 극단적인지를 철저하게 느끼고 있지요


고인이 된 한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자신을 죽이려 했던 두명의 전임 대통령을 사면했습니다
수많은 비판을 받았던 문제였고 저 역시 이 부분에 대해선 동의할 수 없지만
그는 사면하면서 이 두 사람을 용서하고 한반도의 새로운 미래를 열 사람은 이해당사자인 자기밖에 없다고 하면서
수많은 반대를 물리치고 사면장에 사인을 했지요
우리가 고인 된 그분에게 배워야 할껀 이런 넓은 도량이 아닐까 하네요
구지 종교적 언사까지 동원하지 않더라도 그 죽음에 이르른 한 사람을 미워하면까지 자신의 도량을 드러내야 하는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