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저는 예체능을 좋아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론 음악, 미술, 야구를 좋아하죠. 직업적으론 이런 걸 다룰 수 없어 많이 안타깝습니다. 가끔 지금하는 일 대신 좋아하는 것 주변에서 일하면 어떨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제 이력에 저 세 개 관련된 것이 조금 더 없기에 하긴 그리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야구는 조금 논외로 하면 전 아름다운 것을 좋아합니다. 야구도 어떻게 보면 아름다운 것일 순 있겠지만... 전 남자들에게선 아름다움 따윈 찾을 수 없더군요. -_-;;;

음악도, 미술도 기본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고 봅니다. 야구나 사회와 다르게 아름다움이란 경쟁적이지 않아서 좋습니다. 창조에 경쟁적인 속성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적어도 저 같은 감상자에겐 스포츠와 달리 경쟁이 개입돼 있지 않아 편한 공간입니다.

음악은 워낙 어렸을 때부터 제 곁에 있었고, 음악이 없는 삶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음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이에 반해 미술은 뚜렷히 기억납니다. 좋아하는 여자때문이었습니다. 그분이 미술 좋아하신다길래 저도 좋아하는 척을 했고, 아는 척도 곧잘 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그리 열성적으로 좋아하시진 않더군요. 그 여자분과는 좋은 친구 관계 정도로 지내다 요즘엔 1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합니다.

뭐 그런 인연과는 상관없이 미술은 계속 제 곁에 남았습니다. 처음엔 조금 진부했습니다. 아름다움이 뭔지 잘 몰랐거든요. 대신 강한 현실 반영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현실을 보여주는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로서 미술을 봤습니다.

그러다 보니 조금 시들해지더군요. 메세지로서의 미술은 조금 폭이 좁아 보였습니다. 세상은 인간이 메세지로 전달할 수 없을 만큼 넓고 다양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림을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군대였던 것 같습니다. 군대에서 고참이 되면 대개 할 일이 없습니다. 지루하고 진부한 나날이 반복됩니다. 마음 졸이게 만드는 일이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가로운 날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사계절을 관찰했습니다. 꽃이 피고 지고 잎이 나고, 열매를 맺고, 모두가 졸아들어 죽은 듯 보이는 계절의 변화를 봤습니다. 그리고 경계 근무를 스며 황도 상에 있는 모든 별자리를 보았습니다. 멀리 바닷가에 훈련을 나가 밀물과 썰물, 멋드러진 황혼을 보았습니다. 안개낀 날 여러겹 아스라히 겹쳐 있는 산들을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휴가를 나와 모네를 봤습니다. 빛의 아름다움이란. 그 찬란하고 어지럽던 변화무쌍한 빛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했구나. 내가 무심코 지나쳤던 그런 빛이 여기에 살아 숨쉬게끔 만들었구나. 형편없는 관찰력을 편협하게 자연과 미술을 보던 내게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었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만 표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간 사랑의 기쁨과 슬픔을 아름답게 표현했고, 누군간 사람의 삶의 풍부한 표정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누군간 수천 수만 번의 붓질로 사물을 정교하게 표현했고, 누군간 발상의 전환 하나로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미술을 바라보니 즐거워졌습니다. 미술이라는 이름에서 읽을 수 있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입니다. 삶에서 이기는 것 혹은 더 많이 모으는 것 대신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한 번 즐겨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