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녀 이야기 보다가 써보는 본격 술마신 이야기.
- 작성일
- 11-01-19 15:31
그때가 아마 군 제대한 다음일 껍니다.
저도 정확히는 기억 안나지만 가을에서 겨울 사이쯤이었던 것 같고.
혼자 몇 만원 들고 여행하던 그때.
포항 갔다가 울릉도에 가려고 했져.
가진돈이라곤 얼만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들어가면 나올 뱃삯밖에 남지 않는 그런 주머니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도시 촌놈 울릉도 구경 함 해보겠다고 배를 탔는데
막상 들어가니 밥 한끼 물 한모금 사마실 돈이 없는 그지신세 그자체였습니다.
돈이 없으니 마음도 휑하고 할 일도 없고.
무슨생각에서였는지 정박해있던 배 위에 올라탔습니다.
혼자 뱃전에 앉아서 저별은 내별 저별은 누구별 하면서 있었는데.
얼마쯤 앉아있었나.. 누가 배에 올라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황급히 숨고 싶었지만 숨을 곳이 없는지라..
바로 딱 걸렸져.
넌 누구?
전.. 대학생, 여행, 돈이 없.. 어버버.
누군가 그 배에 제가 있는 걸 보고 배 주인한테 얘기했나봅니다.
한심한 놈이 타있는 걸 보고는 불쌍했던지
저를 끌고 어딜 가더군요.
그분 부인이 운영하시는 구멍가게 겸 술집.
섬이나 시골에 가믄 종종 볼 수 있었져.
가게에서 술 꺼내와서 옆 골방에서 마시는 뭐 그런식의..
그리고는 그 배 선장님과의 술자리가 시작됐습니다.
사모님께서는 매운탕 끓여주시고 간간이 안주 채워주시고 하시다 사라지시고
그분과의 소주 배틀.
나름 술은 잘 마신다고 생각하던 축이었던지라
뱃사람? 훗
했던 마음도 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스케일이 달랐습니다.
일단 소주병은 1.8 페트.
소주잔은 글라스.
한잔 가득 두모금에 완샷.
그걸보니 저도 나눠 먹을 수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따라했져.
둘이 페트병 5개를 비웠습니다.
그리고 기절했져.
일어나보니 모든 상황은 정리가 되어있었고
저만 그방에서 이불덮고 자고있더군요.
그 이후로는 어디서 술 좀 마신다는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하.. 술생각 나네여.
복습하다가 본 쌀사탕님의 술 얘기도 글코.
수원에 계신 분들 많은 듯 싶은데
언제 한번 수원 번개 해볼까여.
수원이 고향이지만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동네.
맨날 혼자서 마시기도 재미 없네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