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1.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라!!"  

68년 5월 성난 대학생과 노동자들은 드골정권을 향한 분노를 이 구호에 담아 외쳤습니다. 

그리고 이 외침의 반향은 단지 드골정권만이 아닌 프랑스 사회 전반을 향해, 그리고 유럽을 넘어

전세계적인 반체체 운동을 향한 울림이 되었습니다. 

2. 2012년 1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수많은 정치적 담론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저는 68의 저 구호를 이렇게 바꿔보겠습니다.

"절대로 들어줄 수 없는 것을 요구하라!"

한국처럼 극도로 우경화된 사회에서 좌파란 남의 땅에 자신의 몸을 의탁한 자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불만이 많고, 이상적이며 때론 씨니컬게  독설을 서슴치 않고 내뿜습니다.

좌파는 자본주의 하에서 절대로 들어 줄수 없는 것을 요구하는 자들 입니다.

그렇다면 우파는? 양보 받을 수 있는 최대치를 얻어내는 자들 입니다.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그렇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국사회의 보수적/수구적 우파와 개혁적 우파를 가르는 리트머스 시험지는  

좌파들의 발언을 (그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용인하는가 그렇지 않는가로 봅니다.

개혁적 우파가 좌파의 발언을 용인해야하는 이유는 두가지입니다.

첫번째 이유는 언론과 사상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한 스스로의 이념에 관련된 문제이고

두번째 이유는 그것이 개혁적 우파에게 정치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좌파의 수용 불가능한 요구는 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힘과 동시에 현재의 정치 시스템

내에서 수용 가능한 정책 그리고 정치적 지지라는 선물을 개혁적 우파에게 선사하기 때문입니다.

좌파들의 발언을 막는 방법은 여러가지입니다.

권력과 시스템을 통해 통제하는 방법이 있을테고 다수의 압박과 교묘한 정치적 선동을 통해 통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전자의 방법이야 따로 비판할 거리도 못되는 것이고 문제는 후자입니다.

주장에 대한 반론이 아닌 떼로 몰려다니며 압박하는 것 그리고 이보다 더 비겁한 방법중의 하나가

바로 진영주의를 통한 정치적 압박입니다. "수구에게 도움이 되는 발언을 하지말라!" 또는

"적에게 이용 당할 만한 주장을 하지 말라"가 가장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주로 스스로를 개혁적 보수라는 자임하는 일군의 무리들이 가장 잘 쓰는 방법인데

이것이 소위 수구적 우파의 "북에게 이로운 발언 또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는 주장과 똑같은

행위/방법임은 굳이 증명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개혁적 우파와 수구적 우파를 가르는 기준은 어떤 정당/인물을 지지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가치를

주장하고 옹호하는가로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 때문입니다.

3. 나꼼수는 한국사회 개혁적 담론의 가장 보수적 축입니다.

나꼼수는 들으면 재미있습니다. 그러나 개운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바로 나꼼수가 공격하는 지점이 인물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때문입니다.

이것이 반드시 나쁜건 아닙니다만 이러한 포맷은 장점만큼의 단점을 가질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꼼수가 포맷을 바꿔야한다? 결코 그렇게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야할 필요도 없구요. 나꼼수는 나꼼수대로 그들이 목표한 지점으로 달려가면됩니다.

문제는 나꼼수가 아니라 나꼼수를 통해 유통되는 한국사회의 개혁적 담론입니다.

이것이 현재 무엇을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입니다.

나꼼수를 통해 유통되는 개혁적 담론은 철저하게 MB라는 인물을 중심축으로 움직입니다.

물론 MB는 일반적인 개인이 아니라 한 나라의 행정부의 수반이자 최고의 권려자이니 그를

정치적으로 공격하는것이 잘못된건 당연히 아닙니다.  게다가 MB는 깔거리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인물이니 그를 공격하는건 손바닥 뒤집는것보다 더욱 더 쉬운 일일겁니다.

문제는 MB를 공격한 이후입니다. 바로 무엇을 토대로 한국사회의 개혁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MB의 실패를 통해 한국사회의 개혁적 비젼을 바라보는 것? 이것은 너무나도 비참한 수준일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개혁담론의 수준을 10년 이상 뒤로 후퇴시키는 행위 입니다.

한국 사회의 개혁적 과제가 MB의 실패를 극복하고 MB의 실패 위에서 정치적/사회적 개혁이

이루어 져서는 안됩니다. 그건 개혁이 아니라 시대를 역행하는 거니까요.

4. 결국 다시 노무현입니다.

한국 사회의 개혁적 담론의 흐름은 정확하게 2002년으로 돌아가야합니다.

아니 돌아가는게 아니라 오히려 전진하는거겠죠.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실패한 바로 그지점에서 2002년 노무현정부가 정치적 구호로 내걸었던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 끝없이 깊어가는 양극화의 골을 메워주는 정치,  그리고 이러한

현상들을  단지 정치적 구호가 아닌 다양한 제도와 시스템에 안착시키는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토론들이 이루어져야합니다.

정권을 교체하는것은 물론 중요한 일입니다만. 어떤 내용으로 정권을 교체하는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전진된 개혁적 담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후 정부의 개혁적 토대가 MB의 실패가

아닌 노무현 정부의 실패 위에서 반드시 이루어져야합니다. MB 정부의 극복이 아닌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극복하는 것이 담론의 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선거공간에서 정치인들에게 요구해야합니다.

5. 안철수님이 다 해주실거야, 문재인님이 다 해주실거야. 또는 그 누가 다 해주실거야~~

지난 2007년 대선에서 "MB님이 다 해주실거야!"라는 동영상이 유통되면서 네티즌들의 비웃음의

대상이 된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개혁적 보수진영에 이것과 비슷한 흐름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구요?

현재 웹상에 유통되는 정치적 담론의 대부분은 4월 총선과 12월 총선을 누구를 앞세우면 이길수

있을것인가? 입니다. 그들의 정치적 주장이, 정치적 비젼이, 개혁의 내용이 무엇인지 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오로지 누가 이길수 있을것인지에만 관심을 갖습니다.

정치인들 역시 여기에 조응합니다.

그들은 정권이 교체되면 어떤 내용의 비젼을 보여줄 것인지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오직 한가지만 이야기합니다. MB정권의 실정을 심판하겠다고.

그런데 이건 굳이 그들이 이야기 해야할 문제는 아닙니다.

전 정권은 문제는 법에 따라 절차에 따라 심판하면 되는겁니다.

그들이 해야할건 갈수록 왜곡되어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보완하고

손 볼것인가에 대해서 입니다.

그러나 다수의 대중들이 이것에 대해 큰 관심이 없습니다.

그저 안철수님이 문재인님이 또는 그 어떤님이 당선되면 이것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듯합니다. 과연 이들이 "MB님이 다 해줄실거야"라고 읊조리던 그분들과 어떻게 다를까요.

6. 다시 한번, 나꼼수는 한국사회 개혁적 담론의 가장 보수적 축입니다.

그러나 나꼼수 자체가 문제가 아닙니다.

개혁적 담론을 나꼼수 수준에 묶어두려는 시도들이 문제입니다.

개혁적 담론을 MB정권의 실패라는 황폐화된 토대 위에서 세우려는 시도들이 문제입니다.

노무현정권의 실패를 인정하고 그것을 넘어서 어떻게 개혁을 이루어낼것인지를 논의하고

그것을 정치인들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려는 것을 진영의 승리라는 정치공학적 이유로

막으려는  시도들이 문제입니다.

그들이 절대로 들어줄수 없는것을 요구해야합니다.

그러면 그들이 들어 줄수 있는 최대치를 내놓을 것입니다.

이건 정치인의 몫이 아니라 개혁적/진보적 담론을 이끌고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의 몫입니다.

안철수나 문재인이 아닌 정치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이 말입니다.

2012년 한국사회의 개혁적 담론이 겨우 MB정권의 실패 따위에서 출발하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그들이 절대로 들어줄수 없는 것을 요구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