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민족주의
- 작성일
- 12-04-06 06:00
밑에 앙겔님 글 보고 적는 겁니다. 반말로 가겠습니다.
나는 민족주의를 경계한다. 잠깐 작년 여름에 일어난 노르웨이 사건을 보면,
처음에 기사를 접했을 때는 이슬람 근본주의자라는 얘기가 있었다. 최근 추방된 이슬람 교인이 그런 협박을 한 적이 있다고. 알카에다라던지 테러 단체들이 있으니 이상하지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 수법이 극히 잔인했고, 정치 지도자를 노린 것이라기보단 사실 상의 무차별 살인이었다라는 것이 충격이었다.
알고 보니 기독교 근본주의자에 보수적인(반 사회주의적인) 평범한(?) 농촌 총각이었다. 정말 충격적인 것은 계획된 살인이었고 신념에 의한 살인이었다라는 것이다. 작은 사회든, 큰 사회든 한 사람의 과격한 행동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망상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사건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적으로 퍼진 갈등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무서운 일 아닌가? 과대망상이겠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1, 2차 세계 대전 같은 큰 사건이 일어나는 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적인 타격은 사람들을 미치게 할 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들을 선동하는 무리가 있다. 종교가 대표적이고 때로는 국가적인 규모로 일어나는데, 종교의 경우 인간들이 쉽게 가질 수 있는 심연의 두려움을 이용하고, 그보다 더 큰 규모일 경우, 즉 국가의 경우, 집단의 이기심을 선동하기 위해 가장 잘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로 민족주의다. 나 역시 한국에서 중국인에 대한 분노를 느껴본 적이 있다. 나와 공통의 생활공간에서 행해진 그들의 이기심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한 것이었지만, 그 분노 밑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국을 잠식해가는 중국의 자본과 아직 선진화되지 못한 그들을 깔보는 마음이 있었다..
노르웨이 같은 경우는 꽤나 복지국가로 알고 있었는데, 저런 일이 일어난 것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거나 더 심각할 것 같다. 유럽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는 터키 이하 이슬람의 값싼 노동자들,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중국의 자본 등등에 대해 팽배한 백인들의 불만이 폭발할 계기가 마련된다면, 전쟁까지는 아닐지라도 꽤 큰 사건이 일어날 것 같아서 두렵다. 여기에 유럽이나 미국에 공황같은 커다란 경제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희망적인 것은 이미 인류는 똑같은 문제를 경험한 적이 여러번 있다는 것이겠지.
진중권은 호불호가 큰 사람이지만, 그 중에서도 그나마 가장 공감을 일으키는 부분이 바로 이 지나친 민족주의에 대한 경계심이다. 한민족은 이 삐뚫어지기 쉬운 민족주의에서 자유로운 민족이 아니다.
그럼 나는 반민족주의자냐? 그건 또 그렇지가 않다. 지난 봄에 한국에서 동료이자 친구가 방문했었다. 둘이 서로 현재 정치상황을 조롱할 때까지만 해도 둘의 의견은 비슷해보였다. 그러나 제3자를 끼고 대화가 시작되었을 때 나와 그의 생각은 크게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언제라도 기회만 있다면 한국국적을 버릴 준비가 되어있었고, 나는 아니었다는 것.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 참 의미심장한 문장이 아닐 수 없다. 떠돌이 개들도 수가 쌓이면 조직을 만든다지. 그리고 어느 조직에도 합류하지 못한 개는 즉시 그 사회에서 도퇴될 것이다.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전 미국에서 있었던 한인교포의 총기살인사건 역시 그 연장선 상에 있다. 온오프라인에서 사람들이 종종 토로하는 외로움이라는 것 역시 크건 작건 공동체를 만들라는 유전자 속 각인의 발현일 수도 있겠지. 내가 결국 한국에서 한국인으로써의 삶을 원하는 것 역시, 친구와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비슷한 사람들 속에서 동질감과 편안함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하기 때문이고 이것은 적어도 내게는 한국의 좋지 못한 기후와 왜곡된 사회를 충분히 견딜 수 있을만한 이유가 된다.
삶에 있어서 언제나 균형감각이라는 것은 중요하고, 개인의 권리와 자신의 테두리가 되어주는 공동체에서의 작용을 잘 이해하고, 균형을 맞추는 것이 이미 글로벌화되어있는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