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도전] 입시의 기억
- 작성일
- 11-11-09 15:37
사실 좀 전에 수능 글을 올렸다가
반응이 좀 시망이라 내리긴 했습니다만...
암튼 저도 입시의 추억 좀 떠올려 봅니다.
전 솔직히 고백하자면
사교육의 도움을 좀 많이 받았습니다.
좀 많이가 아니라 좀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중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는데
항상 강남과 비교당하곤 했죠.
"강남에선 이 책을 중2때 띈단다"
"강남에서 유명한 강사한데 수업을 받아야 한단다"
저희 어머님은 저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하셔서
저를 좋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보내시겠다는 일념으로
제게 좀 많은 돈을 투자하셨어요.
게다가, 어머니의 절친한 고등학교 동기분 아드님이
중학교때부터 공부를 잘하기로 지역에서 소문났었는데
95년 겨울 수능 때 인문계 전국 1등을 하는 만행(?)을 저지른 바 있었답니다.
그것도 어느정도 영향이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사실 나중엔 어머니 친구분 아들이 다니던 학원까지 다니게 되기도 했었어요.
저희집에서 가까운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거기가 강동, 송파에선 나름 가장 유명한 학원 중 하나엿는데
거기에서도 엄청난 경쟁 속에 살았었던 기억이 나네요.
암튼 당시 제가 다니던 중학교에
과학반, 외고반이라는 것이 있었답니다.
일부 학생들을 뽑아서 과학고,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시키려고 특훈을 시키는 것이었답니다.
물론 불법이었죠.
암튼 저희 어머님은 저를 과학반에 뽑히게 하려고
아주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어요.
다행히 저는 과학반에 들게 되었는데
수 개월 후 이러한 불법행위가 걸리면서
과학반, 외고반이 해체되었죠.
그 직후 학교근처 모 학원에서 과학반, 외고반 전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여 불러들였답니다.
저도 일단 그 행렬에 동참했는데
개중 발빠른 어머님들 몇분께서 따로 그룹을 만들자 해서
학원을 그만두게 하고 소위 그룹과외를 주도하셨습니다.
저도 또다시 그 행렬에 동참했네요.
당시 함께 과학반이던 친구 3명과 함께 총 4명이서
국어, 수학, 영어는 기본에다가 과학까지 그룹과외를 받았습니다.
이게 중학교 2학년 때네요.
암튼 그런 생활을 1년 반정도 하고나니
특수고 입시 시즌이 됩디다.
근데 결국 저만 특수고 입시에 낙방하고
나머지 세 명 친구들은 다 원하는 특수고에 입학했었답니다.
저만 소위 일반고에 가게 되었는데
어린 마음에 참으로 슬퍼했던 기억이 나네요.
또 그당시가 모 특수고에서 S대 전원합격이라는
전무후무한 일을 벌이고 난 직후라서
상대적 박탈감은 더 했었네요.
그렇다고 그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아니구요
지금도 가장 친한 녀석들로 지내고 있답니다.
그룹과외가 맺어준 인연이라 할까요 ㅋㅋㅋ
암튼 첫 번째 입시를 실패로 기록하고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저는 비슷한 길을 걸었답니다.
역시 또 몇몇 어머니들께서
당시 특수고 입시에 떨어진 친구들을 모아서
특정 학원에 반을 조직해 함께 들어가게 되었죠.
그러기를 1년 여, 그 후 다시 또 소수 그룹과외가 시작되었습니다.
또 조금 있다가는 수학 개인과외도 시작했구요.
이렇게 고3까지 갔네요.
제가 치른 97년 겨울 수능은 갑자기 쉬워져서 좀 논란이 있었습니다.
전년도 수능이 매우 어려웠던 터라 충격이 좀 있었네요.
저도 평소 모의고사 보다 점수가 많이 오르긴 했는데
워낙 다들 많이 올라서 저는 상대적으로 덜 오른 편에 속하더군요.
아무튼 어찌어찌해서 저는 결국 대학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원하는 대학 원하는 과에 갈 수 있었구요.
그런 의미에서 두 번째 입시는 성공이었네요.
근데 엄밀히 말하자면 수능으로 대학에 들어가진 않았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수능은 일정 점수만 넘기면 되었어요.
그해 처음으로 생긴 제도가 있었는데
모 아니면 도 심정으로 시도했었지요.
다행히 붙긴 했지만 당시로선 정말 큰 모험이었답니다.
당시에는 조금 이상한 이름을 가진,
지금은 "수시모집"이라고 부르는 제도였어요.
암튼 저는 사석에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사교육으로 처바른 중고등학교 시절이라고 말하던 기억이 나네요.
저 때문에 부모님께서 굉장히 많은 지출을 수년동안 하셨지만
다 제가 잘 되길 바라시는 사랑이라고 여기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