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마트 사례로 보는 건물의 진동문제
- 작성일
- 11-07-08 13:10
며칠전 테크노마트 건물이 흔들려서
입주자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적이 있었죠.
그 일 관련해서 건물이 무너질 지도 모른다,
아니다 건물 성능엔 이상이 없다 등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러 기사에 따르면 진동 발생의 원인으로
영화관, 휘트니스 센터의 러닝머신,
냉난방 설비 및 공조 시스템 등을 꼽고 있긴 합니다.
다만 누구도 수긍할 수 있는 직접적인 원인을 찾지 못해
일부 기사에선 '미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더군요.
이 사건을 보면서 그냥 예전 일들이 생각이 납디다.
회사에 몸담던 시절 관여했던 일 중 하나가
바로 건축물의 진동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구조물의 진동을 다루는
구조전문가도 아니고 기계전문가도 아닌데
어찌하다 보니 각종 건축물의 바닥진동을 측정하는 일에
무거운 계측장비 들고 과/차장님들 따라다니곤 했었죠.
덕분에 반도체 공장 클린룸, 기업 최고위층 개인 사무실 등
신기한 곳도 많이 가보곤 했습니다.
모든 건물은 흔들립니다.
여러분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에도
앉아 계신 건물은 흔들리고 있습니다.
건축물 자체의 고유진동수가 있고
다만 사람이 느낄 수 없는 매우 작은 진동입니다.
진동에 가장 민감한 건축물은
반도체, LCD 공장과 같은 시설입니다.
이들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에는
나노 단위의 정밀성이 요구되는지라
사람이 느낄 수 없는 건축물의 진동도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건물이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불량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민감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죠.
반도체, LCD 공장만큼은 아니지만
주거시설인 아파트도 진동에 나름 민감한 건축물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아파트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이기 때문에
재료 특성상 아파트 내부에서 진동이 발생하더라도
철근콘크리트가 진동을 흡수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납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초고층 주상복합이 인기를 끌면서
보다 넓은 내부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철골구조가 많이 보급되었죠.
다만 철근콘크리트 구조에 비해 진동 제어 능력이 떨어져서
실제로 초고층 아파트의 진동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가지 진동제어 장치가 고안되었는데
부산의 한 초고층 아파트 꼭대기에는
굉장히 큰 통에 물을 담아두어 특히 횡진동을 제어하고 있습니다.
사무실이나 쇼핑공간이 있는 상업용 건축물은
그나마 좀 진동에 너그러운(?) 편입니다.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집 보다는
비교적 활발한 활동이 일어나는 편이고
매우 많은 수의 사람이 동시에 생활하는 공간이다보니
건축 기준도 그러하고 이용자들도 심리적으로
어느정도 진동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최근 초고층 건물들이 늘어나면서
특히 바람에 의한 횡진동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위에서 말한 방식과 같이 물을 사용하기도 하고
한때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던 대만의 Taipei 101에서는
꼭대기에 큰 추를 매달아 놓아 이를 진동제어 장치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도 있습니다.
암튼 테크노마트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일단 언론에 보도된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은
공진에 가장 큰 가능성을 두고 있습니다.
즉, 건물 내 한 부분에서 또는 외부에서 진동이 발생되었는데
이것이 건축물 자체의 고유진동수와 일치하여
건물이 더욱 크게 흔들렸다는 의미입니다.
영화관 때문일 수도 있고
휘트니스 센터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우연히도 발을 맞춰 뛰었을 수도 있고
건물 여기저기에 설치된 각종 기계류들의 진동이
건물에 전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예전에 일 할 때 한 번은
연구소 건물에서 진동이 느껴진다고 해서 가봤더니
진동 발생의 이유가 옥상에서 경호원들이 오전에
단체로 팔벌려뛰기를 해서 그랬던 적이 있었죠.
딱히 구조물 보강이라고 할 것도 없이
옥상에서 단체운동 금지로 문제는 해결되었습니다.
또 한 번은, 아니 매우 여러 번은
건물의 기계실에서 나오는 진동이
건물 구조체에 전달된 것이 원인이었더랩니다.
원래 냉각기나 공조시스템 등을 설치할 때에는
바닥과 만나는 부분에 진동을 흡수하는 제진장치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 제진장치가 불량이거나 설치를 잘못해서 생긴 경우가 정말 많았습니다.
이것 역시 간단한 작업이면 끝납니다.
다만 건물 내에 있는 수많은 기계 중 어느것이 문제인지
찾아내는 것이 좀 많이 힘든 일이겠죠.
테크노마트 껀은 쉽게 해결될지 잘 모르겠네요.
순간적으로 발생한 흔들림을 다시 재현할 수도 없고
혹시 냉각기, 공조 시스템 등 기계류가 문제라면
각 층마다 다 조사를 해야한다는 건데
누군가는 정말 힘들게 고생하고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불안한 상황은 아닌 것 같고
원인은 정말 간단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진동이라는 것이 참 어렵습니다.
물론 동역학을 공부하신 분들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분야 자체가 워낙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겠죠.
아울러 진동을 느낀다는 것은 사용자와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어떻게 규정하고 판단내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라는 어려움도 있습니다.
즉, 자동차를 타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어느정도 진동을 예상합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들기 위해 침대에 누웠을 때
조금의 진동이 있기만 해도 소스라치게 놀라곤 하죠.
각기 처한 상황과 공간에 따라 진동에 대한 심리적 민감도가 달라집니다.
또한, 개중엔 진동에 민감한 사람도 있고 둔감한 사람도 있습니다.
특히나 아랫사람들은 진동에 별 관심이 없는데
예민한 윗사람이 있는 경우 사안은 커지겠죠.
그리고 만약 그 윗분이 사장님이다~ 그러면 정말 신경 쓰이겠죠.
아울러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서도
일부분에서는 진동이 많이 발생하는 반면 다른 한켠은 조용하기도 합니다.
사무실 건물 복도에서 여러명이 우연히 동시에 발맞춰 걸어가면
복도 옆 책상은 조금 흔들립니다.
때맞춰 거기 앉아 있던 막내직원은 불안해서 주변을 둘러보지만
창가쪽에 앉은 부장님은 아무것도 못느낍니다.
옥상에서 단체로 팔벌려뛰기가 원인이었던
건물에 출장 갔을 때 한 상무님이 했던 말을 적어봅니다.
그 상무님은 단체로 팔벌려뛰기를 해도 건물이 안 흔들리도록
설계를 하고 시공을 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고 살짝 윽박을 지르더라구요.
뭐 사실 상대방이 갑이고 저희가 을이었기 때문에 가만 있기는 했습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발주처를 상대로 시공사인 저희가
일종의 AS를 잘 해줘야 하는 상황이었던 게죠.
근데 생각해보면 이게 그렇게 단순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건물을 지을 때 사무실의 성능에 맞게 지으면 될 것이지
사무동/연구동 건물을 사람들이 단체로 운동할 것에 맞춰서 짓지는 않죠.
오히려 더욱 진동이 많이 발생할 운동시설 기준으로 지을 경우
건물을 더 튼튼하게 지어야 하기 때문에
건물 주인의 입장에선 돈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운동시설은 별도로 짓거나
한 건물로 짓는다 하더라도 별도의 구조설계를 사전에 해줘야하죠.
그런데도 건물 똑바로 못짓는다고 하는 그분을 보며
속으로 살짝 비웃었습니다 ㅋㅋㅋㅋ
암튼...
그냥 생각나서 좀 끄적여 봤습니다.
회사 시절 어깨 넘어로 들은 건물의 진동이야기였습니다~
테크노마트 건은....부디 잘 해결되길 빕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