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어제 전 직장에서 같이 근무했던 여직원과 카톡을 나눴어요..

뭐 기분이 별로다, 우울하다, 외롭다를 연발하길래

왜 그러냐고 했더니...(이 친구가 저랑 좀 많이 친했거든요 고민도 많이 털어놓기도 하고)





얼마전에 회식이 있었는데,

부서회식이 아니라 여러사람 모이는 회식이었답니다.(참고로 이 여자분도 이미 다른 직장으로 이직완료)

그 회식에서 어쩌다보니 같은 부서는 아닌데 연관부서 남자상사와 둘이 남게 됐다나봐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지는 말을 안하는데 성희롱을 당했다고....

뭐 술 쳐마시면 개가 되는 남정네가 비단 저 뿐이 아닌건 다 아는 사실이고;

대충 어떤 행동을 했는지 짐작이 가더라구요, 단순 성희롱 수준은 아니었을거 같고

아마도 추행이 동반되지 않았을까 짐작이 되는 정도...



암튼 물리치고 집에 와서 겁나고 무섭고 화나는 마음에

남편한테 이야기했더니 남편이 되려 이 친구에게 화를 낸 모양이더라구요;

왜 술자리에 끝까지 혼자 남아있었냐며;;

어쩌다보니 남게 되었는데 둘 뿐이라 혼자 못가서 그랬다고 해도 화를 내더라네요..

일단 이 부분도 무지 서러워하고 맘 상해했죠(아마 이게 더 큰거 같기도 하고)



회사에 와서

어찌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일단 가해자가 사과메일은 보내왔다고 합니다만 그게 사과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직속상관에게는 말을 못하겠고(가해자 남직원에게 잘보여야 하는 상황이래나;)

정식으로 절차(인사부서나 고충처리 등등)를 밟자니 일이 커질거 같아 고민이고..

여직원들에게 물어보거나 얘기를 하고 싶어도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는 여직원도 없고

있어도 낮은 직급이라 별반 도움이 안된다고(몇몇 여직원과는 얘기해 봤다고 함)

그러더라구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피해자 입장에서는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뭐 말을 하라곤 하지만 정말 조용하고 신속하고 만족스럽게 처리가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학교 다닐때도 보면 교수색히가 성추행하고서는 더 뻔뻔스럽던 모습도 떠올랐구요;

어제 잠깐 화두가 됐던 "여성"이라는 주제가 새삼스레

아직 대한민국에서 쉽게 짓밟히고 그런만큼 쉽게 회복되지 못하는 여성인권의 문제를 절감했어요..



남편의 반응도 이해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있고,

뭐 진짜 100% 와이프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죠. 본인이 해결하지 못하는 답답함도 있을 것이고;;



뭐가 가장 현명할까요?

이 친구는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적인 압박과 긴장도 상당한데,

걱정하는게 괜히 문제를 키웠다가 찍히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거거든요..



제가 생각해봐도 100% 만족할 수 있는 해답은 참 없는거 같아요...

쩝; 여자가 직장생활하기 너무 드러운 대한민국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