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어제 여친님이랑 춘천에 당일치기코스로 다녀왔습니다.
길도 막힐것 같고 기름도 아껴보자해서 처음으로 경춘선을 타봤더랬죠.



망우역에서 탔는데 우선 아줌마 아저씨들의 형형색색 화려한 등산복 칼라가 눈부셔 놀랐고
그 다음 여기저기 낚시의자 꺼내놓고 출입구 앞에 앉아있어서 또 놀랐습니다.
(내리고 타는 사람은 어쩌라고 ㅎㅎ)



일단 뭐 가는 길이니 기분좋게 가긴했는데
문제는 오는 길이었습니다.



추천역에서 앉아서 출입문 바로 옆 자리에 앉아서 둘다 졸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 어수선해지면서 너무 시끄러운 소리에 깼더니
술 좀 자신듯한 아저씨 2명과 젊은 남자 한명, 그리고 젊은여자 한명 한 무리가 타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술취한 아저씨 하나가 출입문 앞에 낚시의자 꺼내서 주저앉아서 떠들기 시작
같이 온 아저씨도 떠들기 시작....
너무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짜증난 여친이 좀 목소리 좀 낮춰달라고 부탁했더니
우리 세대에게 이 경춘선과 대성리는 추억이 가득한 장소다 보니 자꾸 목소리가 커진다고하더군요...
그러더니 지들끼리 주제를 바꿔서 이번에는 자기들 젊을때 회사다니던 이야기...
자기들 세대는 맨날 야근에 선배가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했다며
옆에 있던 젊은 남자(30살쯤 되어보이는)에게 일장 연설을 하더라고요...
그 와중에 '우리세대'라는 말 한 백번은 들은듯....



그러다 이인간들이 술이 좀 취해서 그런건지 은근슬쩍 음담패설을 섞더군요.
젊은 친구가 어제 밤에 늦게 잤다고 했더니
"XX이 X냐?" 라며 스스로 위로 드립에
젊은 여자들이 주네 안주네 헛소리 시작...
젊은 남자는 회사 선배들이니 뭐라고 하지도 못하고 얼굴만 시뻘개져서 주변 눈치만 보더라고요..
(부끄러웠던것 같습니다.)



여친듣는데 그딴소리 나오니까 너무 빡쳐서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고 인상 쓰고 있었더니
음담패설은 거기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아 진짜 경춘선 타면서 낭만을 좀 즐겨보려했는데
술취한 등산인들이 낭만을 산산조각 내버리고 즐거운 여행 마무리를 X같이 만들어줬네요.




다시는 경춘선따위는 쳐다도 보지말자... 그냥 차막혀도 차타고 가자고 다짐했습니다.




늙어도 곱게 늙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