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금융권은 스몰마켓입니다.
- 작성일
- 13-10-17 01:13
IB, PEF, VC니 하는 것들, 한국에 비슷한 시늉만하는 수준이죠.
더 넓게 본다면 보험, 은행, 회계법인도 그렇고요.
기본적으로 마켓 규모가 협소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MBA에서 배우는 내용들은 한국의 그것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들도 많고요.
농담반 진담반으로 MBA에서 기업의 내재적 가치를 공부해서 주식 평가를 배워왔더니 한국 증권사에서는 일봉이 어쩌구하는 기술적 분석만 주구장창 다시 재교육한다는...
회계법인 다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미국의 빅4가 인더스트리별로 섹터를 구분해서 업무를 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그런 게 불가능하죠...어설프게 인더스트리 구분하지만 현실은 뭐 잘 아시겠고
미국에서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정말 한국은 뭘 해볼려고 해도 너무 협소하다는 한계에 봉착하게 되고 자괴감에 빠지기도 합니다.
제 친구들 하는 말도 그렇고요.
업무 프로세스도 주먹구구식이고, 많이 개선되고 있다지만 아직도 절차와 규정을 오버라이드하고 감에 의존하고 권력을 가진 상층부의 독단적 의사결정으로 일사천리 진행되는 일도 흔하고요.
SK 최태원 회장이라든지 동양의 김철 상무 같은 사람들이 버젓이 존재한다는 게 대한민국 기업들의 현실입니다.
뭐 저런 배임행위를 저지른다고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죠.
솔직히 가끔은 어떻게 한국의 기업들이 안 망하고 굴러가는지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저렇게 엉망인 시스템을 지탱해나가고 있다는 건 어쩌면 그 부속품인 직원들이 얼마나 착취를 당하고 있기에 가능한 구조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무능한 임원들, 멍청한 시스템, 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똑똑한 직원들...
미국에서 처음 회사를 다닐 때 이 사람들의 답답한 회의, 토론, 프로세스 문화에 한심함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결국 원칙에 따라 조금 느린 듯 하지만 똑바로 일을 하는 게 결국 가장 빠르고 정확한 길로 통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기업들, 솔직히 그 협소한 내수시장을 버텨내고 성장, 유지하는 모습은 대견하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강하지만 제조업을 도와주는 금융업은 엉망이잖습니까.
제조업에서 열심히 돈벌어서 금융업에서 다 까먹는 구조가 언제쯤 개선될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