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BALLPARK

많은 일을 하기엔 무리라고 생각 될 만큼 더운 하루였다.

이런 날씨엔 하루에 한 가지 일 정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그런 더위였다.

아침부터 조명메모리 뜨고 동선 체크하고 

사무실로 넘어가 음악 체크하고

기절할 듯 피곤한 몸을 273 버스에 싣고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열어 

피곤한 눈으로 페이스북을 대충 훑어보다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접했다.

버스는 광화문에 정차중이었고

일단 짐을 챙겨 내렸다.

시청앞 광장까지 걸어가며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저 피곤하고 빨리 집에가서 자고 싶다고 징징대는 내 몸이 느껴졌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생각하다간 도로 집에 갈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걸었다.

시청앞 잔디밭에서 어제나 내일과 별로 다르지 않은 평온한 저녁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며

그 때 생각했다.

이렇게 가까이 와서야.

여기 잔디밭에 누워 한숨 자는걸 원하는 몸뚱이보단

저 길 건너 종이박스위에 앉아 있는 걸 원하는 마음이 강하구나. 

이렇게 가까이 와서야. 라고.

한시간 남짓 구경꾼처럼 그냥 앉아서 작은소리로 아는 구절을 따라부르다, 성의없게 박수도 치다 

생각했다. 

저들은 서로를 우리 라고 부르는데 난 저들을 저들. 이라고 부르는구나.

나쁠 건 없다. 

저들을 저들. 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어쨌든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저들은 정말 다 서로를 우리. 라고 부르는 이들만 있는건가.

나같은 사람은 없나, 힘든 싸움이겠구나.

그들의 모임은 오늘밤 내로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밥차를 기다리며 쉬기로 한 시간에 자리를 빠져나왔다. 

1미터 정도밖에 안되는 바로 옆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내 모습은 10초 전 저들 사이에 앉아있던 사람이라기보단 그냥 거기를 지나가던 한 사람같았다. 사실 내 모습이라기보단 내 기분이 그랬다.

172번 버스는 7분 뒤에 도착이라 했다.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두어모금 담배연기를 들이켜도 답답함은 없어지지 않아 아까운 장초를 그냥 발로 꾹꾹 눌러 껐다.

피곤한 탓인지 머리가 아팠다. 

배가 고파서인지 속도 미식거렸다.

쭈그리고 앉아 버스정류장 옆 나무에 기댔다.

갑자기 눈물이 났다.

라섹수술을 하고나서 피곤하면 가장 먼저 눈이 반응을 하던데 그 때문이었을거다.

버스에서 가차없이 쏟아져 나오는 에어컨 바람을 들이마시니 속이 좀 후련해졌다.

바람구멍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눈이 차가워지니 뭔가 상쾌한 느낌이었다.

에어컨 정말 안좋아하는데.

오늘 정말 덥긴 더운 하루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