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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이사회가 오는 13일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4,300원 혹은 4,800원으로 올리는 인상안을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KBS이사회는 야당이사들이 내놓은 ‘6개 국장 임명동의제’를 일부 수정한 ‘5개 국장 평가제’의 세부사항을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측인 여당이사들이 국장 평가제 수용 여부와 무관하게 13일 의결을 주장하고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본관 (미디어스)

지난 6일 오후 4시 열린 이사회에서 KBS이사회 ‘6개 국장 임명동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8일 오전 7시 30분 특별위원회를 열어 논의를 재개했다. 이날 여당 추천 이사 2명(최양수·한진만), 야당 추천 이사 2명(김주언·조준상) 동수로 구성된 특별위원회에서는 당초 야당이사들이 내 놓은 ‘6개 국장 임명동의제’에서 한 발 후퇴한 ‘5개 국장 평가제’를 실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5개 국장 평가제는 보도·여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5개 국장(교양문화·기획제작·라디오1·보도·시사제작)에 대해 임명 6개월 후 평가해 인사에 반영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위는 KBS노동조합(이하 KBS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 노조), KBS 경영진에게 13일 오전까지 5개 국장 평가제에 대한 합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KBS이사회 여당 이사들은 특위의 합의사항과 무관하게 5개 국장 평가제 합의가 불발되더라도, 13일 수신료 인상안 의결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 추천 한진만 이사는 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3자 합의를 이루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13일까지 합의를 하면 소수이사(야당이사)들이 심의, 의결에 들어온다고 했으니 여야가 같이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만 이사는 “(합의가 불발돼 야당이사들이) 못 들어오는 상황은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다수이사(여당이사)들과 얘기를 해 봐야겠지만, 수신료에 대한 데드라인을 13일로 잡아놨기 때문에 들어오든 안 들어오든 의결이 돼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야당 추천 김주언 이사는 같은 날 통화에서 “여당 이사들이 (특위 합의사항과 무관하게) 6개 국장 임명동의제는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2노조(새 노조)의 입장에서는 큰 진전이 아닐 수 있지만 (평가 내용을)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기 때문에 약간의 진전이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야당이사들은 3자 합의가 불발될 경우에는 수신료 인상안 의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후퇴해온 제작자율성…'국장 평가제' 실효성 의문

지난 7월 3일 여당이사들이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를 월 4,300원 혹은 월 4,800원으로 올리는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의결한 후, 야당이사들은 KBS이사회의 공식 일정에 불참해 왔다. 야당이사들은 KBS 경영진과 여당이사들이 일정 맞추기에 급급하며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는 것을 비판하며, 수신료 인상 전 △제작자율성 확보 제도화 △국민 부담 최소화 △회계분리를 비롯한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확보 등 3가지 전제와 원칙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이사들의 이 같은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야당이사들은 수신료 인상의 최소 전제로 8개 국장 직선제 시행을 골자로 하는 정관 개정안을 제안했으나 지난 8월 14일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KBS이사회는 야당이사들이 내 놓은 6개 국장 임명 동의제를 지난달 25일 상정했지만, 이마저도 5개 국장 평가제로 후퇴한 상황이다.

또한 노사가 합의를 이룬다고 해도, ‘5개 국장 평가제’가 보도공정성 및 제작자율성을 담보하는 제도로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현재 안은 임명 6개월 후 5개 국장을 평가하고 그 내용을 “인사에 반영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평가주체, 평가기준, 인사 반영 내용 등 세부 항목이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TV쇼 진품명품> 일방 MC 교체, <역사저널 그날> 불방 사태, 노조 집행부 출신 기자 출연 배제 등 제작자율성 침해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는 현재 KBS 상황을 고려하면 사측이 해당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 제대로 지키지 않으리라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 노조 관계자는 “야당이사들은 당초 이사회 정관 개정과 3자 합의를 다 하자고 주장했던 것인데, 이사회가 정관 개정을 반대해 결국 3자 합의만 하는 것으로 축소된 것”이라며 “임명동의제건 6개월 국장 평가제건 세부 내용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실효성이 있는지가 결정되는 것인데 현재 논의된 내용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KBS이사회는 오늘(8일) 오후 4시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5개 국장 평가제’의 세부 내용을 논의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때 여야 이사들이 이견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합의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