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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에 비하면 KBS 보도는 격조 있다”.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실 직원의 ‘폭행사건’을 다룬 MBC와 KBS 메인뉴스 심의과정에서 나온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의 발언이다.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방송심의소위(위원장 권혁부)는 강 의원 ‘폭행사건’을 다룬 MBC와 KBS 메인뉴스에 대한 심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날 심의위에서는 MBC 뉴스의 편향 논란이 벌어졌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18일 박근혜 대통령의 시정연설 직후 청와대 경호실과의 폭행이 벌어지면서 시작됐다.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실의 폭행을 둘러싼 의견은 크게 갈려 ‘진실공방’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MBC <뉴스데스크>와 KBS <뉴스9>가 ‘청와대’에 편향되게 보도됐다고 판단, 심의를 요청한다.

야당 추천 심의위원, “MBC에 비하면 KBS는 격조 있게 보도”

민주당 요청에 의해 진행된 이날 심의는 KBS보다는 MBC <뉴스데스크>에 초점이 맞춰졌다. MBC <뉴스데스크>의 경우, 지난달 18일 ‘몸싸움 피 흘린 경찰’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사안을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야당추천 심의위원들은 제목부터가 “불공정했다”고 주장했다. 균형을 맞추려면 ‘피 흘리는 경찰-목덜미 잡힌 강기정 의원’ 이렇게 가는 게 옳았다는 얘기다.

▲ 11월 18일 MBC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장낙인 심의위원은 “KBS에서는 강기정 의원이 뒷덜미가 잡힌 화면이 나온다”며 “그런데 MBC는 제목도 그렇고 청와대 경호직원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아 피를 흘렸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강 의원의 과거 폭행사진 역시 배경 설명 없이 때리는 장면만 배치했다. 의도적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장 심의위원은 “19일 강창희 국회의장이 청와대에 유감을 표시한 것은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장낙인 심의위원은 “11월 26일 민주당이 국회CCTV를 열람 한 이후 제출한 자료를 보면, 청와대 경호직원이 버스에서 내린지 불과 1~2초 만에 강기정 의원의 뒷목을 잡는 장면이 나온다. MBC 뉴스는 (청와대의 주장만을 받아) 항의를 했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MBC 뉴스에서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 MBC 뉴스의 ‘발로 문을 걷어찼다’는 멘트에 대해서도 장 심의위원은 “<한겨레> 신문에 의하면 ‘툭하고 친’ 정도이지 ‘걷어찼다’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덧붙였다.

장낙인 심의위원은 또한 MBC 뉴스 말미 강기정 의원의 폭행전력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때린 놈이 또 때린 것’이라는 의미로 넣었다”고 주장했다.

김택곤 상임위원 역시 “권의주위 ‘청와대 경호실의 대통령 과잉보호 과정에서 나오는 월권’으로 볼 수도 있는 사건”이라며 그러나 MBC는 이에 대한 판단은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상임위원은 “또, 결정적으로 풀기자단 영상인데 MBC는 강기정 의원이 멱살 잡힌 부분에 대해서는 영상처리 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았다.

이렇듯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MBC <뉴스데스크>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와 제20조(명예훼손 금지) 위반해 청와대에 편향된 보도를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날 심의 과정에서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관련해 MBC 뉴스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도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MBC는 그동안 △민주당 당선자들의 MBC '난입'보도, △문재인 의원의 횡령범 실루엣 사진, △새누리당 선거법 위반에 김근태 상임고문 사진 사용, △문재인 의원의 변호사 겸직 오보, △신경민 의원의 막말 보도 등으로 끊임없이 민주당과 부딪혀왔다.  

“균등히 다뤘다”는 MBC…“문제없다”는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

이 같은 지적에 의견진술 차 출석한 MBC 이주훈 정치부 차장은 시종일관 “양쪽 입장을 균등히 다뤘다”, “민주당의 주장도 충분히 보도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민주당이 CCTV 공개 이후 보도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주훈 차장은 “CCTV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민주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CCTV를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었지 새로운 사실을 보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팔로우한 모든 결과물을 기사화 할 순 없다”고 답했다. 특히, MBC 뉴스의 ‘항의했다’는 청와대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던 게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 역시 ‘문제없음’, 낮은 행정지도 의견을 밝혔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MBC 뉴스에는 팩트가 다 들어있다”며 “또, 강기정 의원이 목덜미가 잡힌 영상을 MBC가 의도적으로 뺐다는 것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권혁부 소위원장은 ‘명예훼손 금지’ 위반에 대해서도 “강기정 의원이 폭행을 가해서 경호직원이 입술이 터진 것은 팩트로 확인된다”며 “또, 강 의원이 폭행전력을 얘기하는 것은 기자들의 선택의 문제이다. 제작 취재권의 자유라는 점에서 우리가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박성희 심의위원 역시 강기정 의원의 ‘공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뉴스 제목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론사의 가치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심의위원은 다만 강기정 의원의 폭행전력 언급에 대해서 “굳이 과거 영상을 내보냈어야 했느냐는 의문은 있다”며 행정지도 중 가장 낮은 ‘의견제시’ 입장을 밝혔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는 법정제재 ‘주의’(김택곤·장낙인), 행정지도 ‘의견제시’(박성희), ‘문제없음’(권혁부) 의견이 갈려 전체회의에 회부됐다.

한편, 같은 건으로 올라온 KBS <뉴스9>와 관련해 야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리포트 제목이 ‘국회는 품격을 지켜야’라는 제목은 균형을 잃었다”면서도 “MBC에 비하면 격조 있는 보도”라며 행정지도 ‘의견제시’ 의견을 냈다. 하지만 KBS 뉴스 역시 정부여당 추천 심의위원들은 ‘문제없음’을 주장해 의견이 갈려 차기 방송심의소위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