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뉴스도 '염두하다'라니, 아예 말뜻 바꿔버려?
- 작성일
- 13-12-01 11:13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6&aid=0000066590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93>-뜻 어그러진 채 유행…낱말 염두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 신문이 썼다. 제목은 <정홍원 "경복궁 근처 호텔 설립, 특정기업 염두한 것 아냐">이고 다음은 그 내용. ...정홍원 국무총리는 학교 주변에 유흥시설 없는 특급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관련, "특정 기업을 염두해 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머니투데이, 2013년 11월 21일)
민주당이 이렇게 말했단다. <국정원 수사 외압 규탄…대선불복 염두한 것 아냐> 기사에 제목을 한 줄 더 달았다. <설훈 "대선 승복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발언에 민주 "대선불복 염두 안 해" 진화>(뉴스1, 10월 22일) 그런데 정작 기사 본문에는 '염두했다'든지 '염두 안 했다' 등의 표현은 없었다.
정 총리나 민주당은 어법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중요한 사안에 이상한 논평을 하는 인사 또는 정당으로 찍히게 생겼다. '염두하다'니, '염두해 두다'니, '염두 안하다'니 따위의 말이 도대체 국무총리나 제1야당의 발언으로 가능한지, 또 공공연히 보도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살펴보니, '무식하다'는 비아냥 바가지 뒤집어썼을 국무총리나 민주당이 실은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글 쓴 취재기자나 제목 단 편집기자의 '국어실력' 때문에 애먼 사람이 억울한 눈총을 받지 않았나 하는 얘기다.
언제부터인가 TV 일기예보에 나오는 아리따운 여성들이나, '리포터'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나오는 이들 중 일부의 얘기에서 "저녁에는 춥다니 이를 염두하시기 바랍니다."하는 투의 말이 귀에 자주 거슬린다고 생각했다. 유행이나 전염병처럼 이런 '이상한' 어법 또는 말투는 갑자기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돌연 '염두하다'나 '염두해 두다'는 표현이 언론인들의 글이나 말에서 자주 관찰된다. 뉴스 등 데이터베이스 뒤지면 자못 심각하다. 일반인 글쓰기도 그렇고. 심지어는 메이저 지상파 중 하나인 엠비씨티비의 메인뉴스에서마저 그 말을 듣게 될 줄이야. 다시 들어보자.
언론인들의 미숙한 언어 구사는 시청자나 독자 등 수용자의 불신을 부를 뿐 아니라, 시민교양 언어교육 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사진은 MBC 화면 갈무리) "... 단청 훼손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점검단 다수가 이 상태라면 단청을 다 벗겨내고 새로 칠해야 할 정도다, 사실상 재복원까지 염두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요. 아무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MBC 뉴스데스크, 11월 18일)
낱말에는 쓰는 방법 즉 용례(用例)가 있다. 용례는 그 낱말의 의미나, 문장에서의 기능과 전후 관계 즉 맥락(脈絡)에 따라 결정된다. 국어사전의 새김만 봐도 그 용례 쉽게 안다.
염두(念頭)는 한자 뜻대로 생각[念]의 머리[頭] 즉 생각의 시초(始初)다. '염두에도 없다'라든지, '하도 비싸서 살 염두도 못낸다'하는 식으로 쓸 수 있다.
더 일반적인 활용의 사례는 비유적으로 쓰이는 '마음속'이라는 뜻이다. '염두에 두다'는 잊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 잘 간직하다는 뜻이다. '염두에 없다' '염두 밖의 일' 등도 마음속이라는 뜻으로 풀면 자연스럽다.
'정 총리 보도'의 경우, '염두하다'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특정 기업을 염두해 둔 것은 아니다'는 또 다른 논점을 제공한다. '염두에 두다'는 말이 흔히 쓰이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이런 것이겠지' 하며 무심코 질러버리는 이런 표현이 요즘 쌔고 쌨다. 아마, '총리가 그렇게 무식한 이는 아냐'하고 변호할 사람 여럿일 것이다.
민주당 소통라인의 국어실력이 의심스러웠던 상황, 그런데 톺아보니 '정 총리 보도'와 한 가지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사 본문에는 없는데 제목에만 이런 '비이성적인' 표현이 들어간 까닭은 또 무엇일가? 언론사 사내(社內) 문제인가?
언론인들의 이런 '언어 미숙(未熟)' 현상 또는 상황을 정부나 정치, 학교, 기업 등의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간혹 듣는다. 면밀히 관찰해온 이의 느낌으로는, 획기적인 계기 없이는 이런 모습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 토/막/새/김 >
어떤 말엔 속뜻이 있다. 토박이말 '생각'은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다. '생'과 '각'이 붙어 그 뜻 가리킨다. 이 때 '생'이나 '각'은 따로 뜻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자가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낱말 '염두'의 염(念)은 생각이라는 뜻, 두(頭)는 머리라는 뜻이 합쳐 '마음속'이라는 뜻을 이룬다. 이 念의 '생각'과 頭의 '머리'를 속뜻이라 풀 수 있다. '속뜻' 말의 원래 뜻을 응용해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가 붙인 개념이기도 하다. 속뜻까지를 파악해야 그 낱말을 자유롭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 속없이 설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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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론인들의 미숙한 언어 구사는 시청자나 독자 등 수용자의 불신을 부를 뿐 아니라, 시민교양 언어교육 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사진은 MBC 화면 갈무리) |
[강상헌의 바른말 옳은글] <93>-뜻 어그러진 채 유행…낱말 염두
국무총리가 국회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 신문이 썼다. 제목은 <정홍원 "경복궁 근처 호텔 설립, 특정기업 염두한 것 아냐">이고 다음은 그 내용. ...정홍원 국무총리는 학교 주변에 유흥시설 없는 특급호텔 건립을 허용하는 내용의 '관광진흥법 개정안'과 관련, "특정 기업을 염두해 둔 것은 아니다"라고 일축...(머니투데이, 2013년 11월 21일)
민주당이 이렇게 말했단다. <국정원 수사 외압 규탄…대선불복 염두한 것 아냐> 기사에 제목을 한 줄 더 달았다. <설훈 "대선 승복 다시 생각해야 한다" 발언에 민주 "대선불복 염두 안 해" 진화>(뉴스1, 10월 22일) 그런데 정작 기사 본문에는 '염두했다'든지 '염두 안 했다' 등의 표현은 없었다.
정 총리나 민주당은 어법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중요한 사안에 이상한 논평을 하는 인사 또는 정당으로 찍히게 생겼다. '염두하다'니, '염두해 두다'니, '염두 안하다'니 따위의 말이 도대체 국무총리나 제1야당의 발언으로 가능한지, 또 공공연히 보도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살펴보니, '무식하다'는 비아냥 바가지 뒤집어썼을 국무총리나 민주당이 실은 피해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글 쓴 취재기자나 제목 단 편집기자의 '국어실력' 때문에 애먼 사람이 억울한 눈총을 받지 않았나 하는 얘기다.
언제부터인가 TV 일기예보에 나오는 아리따운 여성들이나, '리포터'라는 이름으로 방송에 나오는 이들 중 일부의 얘기에서 "저녁에는 춥다니 이를 염두하시기 바랍니다."하는 투의 말이 귀에 자주 거슬린다고 생각했다. 유행이나 전염병처럼 이런 '이상한' 어법 또는 말투는 갑자기 확산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 돌연 '염두하다'나 '염두해 두다'는 표현이 언론인들의 글이나 말에서 자주 관찰된다. 뉴스 등 데이터베이스 뒤지면 자못 심각하다. 일반인 글쓰기도 그렇고. 심지어는 메이저 지상파 중 하나인 엠비씨티비의 메인뉴스에서마저 그 말을 듣게 될 줄이야. 다시 들어보자.
언론인들의 미숙한 언어 구사는 시청자나 독자 등 수용자의 불신을 부를 뿐 아니라, 시민교양 언어교육 등의 측면에서도 문제가 크다. (사진은 MBC 화면 갈무리) "... 단청 훼손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습니다. 점검단 다수가 이 상태라면 단청을 다 벗겨내고 새로 칠해야 할 정도다, 사실상 재복원까지 염두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는데요. 아무개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MBC 뉴스데스크, 11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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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두(念頭)는 한자 뜻대로 생각[念]의 머리[頭] 즉 생각의 시초(始初)다. '염두에도 없다'라든지, '하도 비싸서 살 염두도 못낸다'하는 식으로 쓸 수 있다.
더 일반적인 활용의 사례는 비유적으로 쓰이는 '마음속'이라는 뜻이다. '염두에 두다'는 잊지 않기 위해 마음속에 잘 간직하다는 뜻이다. '염두에 없다' '염두 밖의 일' 등도 마음속이라는 뜻으로 풀면 자연스럽다.
'정 총리 보도'의 경우, '염두하다'가 이치에 닿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그런데 '특정 기업을 염두해 둔 것은 아니다'는 또 다른 논점을 제공한다. '염두에 두다'는 말이 흔히 쓰이는 것을 들은 사람들이 '이런 것이겠지' 하며 무심코 질러버리는 이런 표현이 요즘 쌔고 쌨다. 아마, '총리가 그렇게 무식한 이는 아냐'하고 변호할 사람 여럿일 것이다.
민주당 소통라인의 국어실력이 의심스러웠던 상황, 그런데 톺아보니 '정 총리 보도'와 한 가지 경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기사 본문에는 없는데 제목에만 이런 '비이성적인' 표현이 들어간 까닭은 또 무엇일가? 언론사 사내(社內) 문제인가?
언론인들의 이런 '언어 미숙(未熟)' 현상 또는 상황을 정부나 정치, 학교, 기업 등의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간혹 듣는다. 면밀히 관찰해온 이의 느낌으로는, 획기적인 계기 없이는 이런 모습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 토/막/새/김 >
어떤 말엔 속뜻이 있다. 토박이말 '생각'은 '사람이 머리를 써서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이다. '생'과 '각'이 붙어 그 뜻 가리킨다. 이 때 '생'이나 '각'은 따로 뜻을 가지지 않는다. 이에 대해 한자가 바탕이 되어 만들어진 낱말 '염두'의 염(念)은 생각이라는 뜻, 두(頭)는 머리라는 뜻이 합쳐 '마음속'이라는 뜻을 이룬다. 이 念의 '생각'과 頭의 '머리'를 속뜻이라 풀 수 있다. '속뜻' 말의 원래 뜻을 응용해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가 붙인 개념이기도 하다. 속뜻까지를 파악해야 그 낱말을 자유롭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 속없이 설 수 있는 것이 있을까?
강상헌 언론인 · (사)우리글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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