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지막 글.
- 작성일
- 13-03-18 01:15
자기 전 마지막 글 적립.
페이스북에 올라왔네요.
속상할텐데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걸까요.
방법은 있을라나요.
여튼 다들 굿밤.
저는 이번 포항 산불의 피해자 김시현입니다. 이불은 중학생 3명의 불장난으로 인해 산불이 시작되었고, 그 불이 불과 20분여 만에 포항시 전체 산으로 퍼져 나갔으며, 이번 산불로 인해 전소된 주택 건물은 다수 있지만 아파트는 저희집이 유일합니다. 집 바로 뒤에 위치한 산의 나무가 타면서 그 열기나, 불덩이에 의해서 창문이 깨졌거나 창문샤시가 녹으면서 집안으로 불이 번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당 지역의 파출소, 경찰서, 지역방송국, 소방경찰서, 검찰 민원실에 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나 상황설명을 의뢰하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해 보았으나 소위 말하는 이리가라~ 저리가라~식일뿐, 네 식구의 보금자리가 완전히 타버리고 없는 저희 심정을 귀기울여 들어주는 곳은 그 어느 곳도 없었습니다. 이유는 우리의 관할이 아니다, 사건이 경중이 미약해 받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대한민국 경찰과 검찰은 언제부터 사건의 경중을 따져 사건 접수를 하였습니까?
이 사건이 그 분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저희는 저희 4가족의 생사가 걸린 일입니다. 산불이 나서 대피를 하면서 잠옷에 겉옷만 걸치고 대피한 저희 식구들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합니다. 지금 은 오늘밤엔 어디서 자야하나, 다음 끼니는 어디서 해결해야하나 걱정하고, 옷 한벌 신발 한켤레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건을 해결하고자 백방으로 뛰어다녀도 그 어느 곳 속시원한 답변을 주는 곳이 없어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아래는 사건 경위와 저희가 이상하다고 생각되고 면밀한 수사를 진행할 필요성을 느끼는 부분입니다.
2013년 3월 9일 토요일 오후 3시 3-40분경 외출을 하고 돌아오니 베란다 창문 밖으로 저 멀리서 뿌연 연기가 보였고 어디선가 불이 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연기나 냄새가 집안 내부로 들어올까 걱정되어 창문을 다 닫았습니다. 하지만 10-15분 후 우연히 거실로 나왔고, 엄청난 크기의 불꽃이 창문밖에서 활활 타고 있는 것이 눈앞에 보여 베란다 창문을 닫고, 심한 화기가 느껴져 급히 아빠를 불러서 잠옷만 입은채로 계단을 통해서 20층부터 1층까지 뛰어서 탈출했습니다. (탈출 할 당시 봤다고 언급한 불은 집안 내부의 것이 아니라 아파트 건물 바로 뒷쪽에 위치한 산에서 타고있던 풍경을 묘사한 것, 당시 집안에는 화재가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건물을 나와서는, 한치 앞도 잘 보이지 않은 상황이었으며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저희는 다른 주민분 차를 세워서 함께 타고 아파트단지 외부까지 나왔고, 외출중이시던 어머니가 특히나 항암치료 중이시기에 건강이 염려되어 집으로 돌아오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자하였으나 당시, 휴대폰조차 불통인 상태여서 그 곳으로 직접 가서 상황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한시간 가량 지나서, 현장의 상황을 살펴보기위해 돌아왔을때는 주변 산과 나무는 어느정도 진화가 된 상태였으나... 우리집이 활활타고 있었습니다.
늦게나마 오신소방관분들도 계셨지만 진화를 포기한 상태였고 우리집이 완전히 다 타기만을 기다리는듯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아무것도 할 수없는 상태로 4시간가량 우리집이 타들어가는 것을 그냥 서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방관분들이 설명해주시길, 도착한 소방차는 20층까지 닿는 고가차가 아니고, 아파트 내 설치되어있는 소화호스나 스프링쿨러 등의 소화시설들이 제 기능을 하지 않아 진화작업이 힘들다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가 문제를 제시하고 싶은 부분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소방법상, 16층 이상의 가구에는 스프링쿨러가 설치되어있고, 우리집 역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왜 초기 진화가 불가능했을까. 정황으로 봐서는 스프링쿨러가 화재진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것으로 판단되어지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 전문가적 소견을 통해 속시원히 검증해주실 분이 안계십니다. 저희가 민원을 드려 소방경찰서 민원실에서 현장에 와주셨지만 , 현재 상태로서는 판단이 힘들다는 말씀 뿐이셨습니다. 스프링쿨러는 문제가 없어보이나 물은 나오지 않았다 라는 애매한 말씀뿐이십니다. 그럼 도대체 어떤 기관에 의뢰를 해야하냐 라고 물었을때 국립과학연구원 정도의 수준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말씀뿐이십니다.
2. 아파트측의 주장은, 스프링쿨러나 소방호스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1층부터 20층 까지 복도에 설치된 소방호스가 모두 젖어있으므로, 모든 주민들이 화재진화를 위해 사용했기에 소방용수가 부족했을 것이다라고 주장합니다. 주민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당일 소화전 호스를 꺼내어 진화작업을 하신 분은 단 한분도 없었으며, 이는 소방시설 시스템상 말도 안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저희 아파트관리소장이 한 동에서만 불을 끈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CCTV 영상을 통해 주민들이 호스를 이용해서 진화 작업한 영상을 본인이 확보해두겠다고 말했으나, 며칠 전 저희 측에서 요구하여 CCTV를 확인해보고자 했을 때, 이상하게도 사건 당일날만 해당 지역에 CCTV 영상이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3. 한편, 사건 당일 화재경보 음이나 아파트내 대피안내방송이 전혀 없었습니다. 제가 집에서 자고 있었다면, 그 시간이 낮시간이 아니라 밤시간이었다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침대위에서 그대로 질식사하지 않았을까 생각을 하면 정말 아찔하기만 합니다. 이게 살인미수가 아니고 뭐겠습니다.
4.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는 당일 화재 발생 후 아파트 내에 설치된 CCTV 내용물이 삭제되고 존재하지 않습니다. (증거인멸) 이 부분은 경찰 입회하에 조사의 필요성을 느낍니다. 현재 사건 당일 날 내용만 삭제된 상태입니다. 도대체 무엇을 숨기고자하는지 반드시 밝혀내야한다고 믿습니다.
5. 분명, 당일 아빠와 내가 집안에 있었고, 창문을 닫고 피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창문을 열어놓고 외출을 해서 불이 난 것이라고 아파트측에서 주장하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고,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져있습니다. 이정도 규모의 불이라면 창문의 개폐여부와 전혀 무관함에도 불구하고, 저희들이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조작된 증거를 핑계 삼아 우리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관리소 측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화재전, 외출에서 돌아오던 아빠와 나의 엘리베이터 속 CCTV 화면을 관리소장이 개인적으로 편집해,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해두었으며, 그것을 다른 주민분들에게 보여주며 이 분들이 이렇게 유유히 화재전에 외출했다, 화재당시 집안에 있었다고 말하는것은 거짓이다, 라고 말했다는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공공시설물의 CCTV 녹화분을 개인적인 용도를 위해 자신의 핸드폰에 카피를 해 저장해뒀다는것은 사생활 침해이며, 도대체 어떤 의도였으며 무슨 용도를 위해서인지 궁금합니다.
너무나 극단적인 상황에서 경황이 없이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나열하였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은 진실입니다.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이게 묻고싶습니다. 본인의 집이 이렇게 흔적도 없이 다 타버렸다면 어떤 심정이실까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왜 창문을 열어놓고 외출해서 다른 아파트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느냐고 원망을 한다면 억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부주의나 과실에 의해서 더 큰 사고로 확대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묻고, 앞으로 우리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확실한 인식과 그에 대한 대책이 요구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시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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