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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지내다보면 고향이 어딘지 물어볼 수도 있습니다. 상대와 친해지기 위해선 상대의 정보를 묻게 되는게 당연하죠.
집사람에게 연애시절 어디 태생이냐고 당연히 묻기도 했고 공주에서 학교 다닐때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랬지요.

그런데 살면서 불쾌한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아직도 뚜렷하게 기억나는 일이 있는데,
군대에서 다리를 다쳐서 병원에 잠깐 입원치료를 받을 때였죠.

장교들은 병실이 따로 있었는데 2인1실이었습니다.
같이 있었던 분이 포병 대대장님이셨는데
다리 기브스한채로 뉴스 보시면서 정치 이야기를 많이 하더군요.

근데 테레비에 김대중 총재만 나오면 과도하게 씹는겁니다. 다리병신새끼 등등.
저는 아버지도 그렇고 외가쪽도 그렇고 골수 2번당 지지 문화에서 살았기에 많이 불편했죠.
하지만 당시에 정치이야기를 먼저 꺼내는 사람도 아니고 먼저 꺼낼 상황도 아니었기에 가만 있었습니다.

자신의 정치 멘트에 반응이 없으니까 역으로 질문을 하시더군요.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데 왜 반응이 없느냐, 김대중이가 대통령병에 걸려서 저 난리를 치는데 너는 화도 안나냐, 저런 놈은 당선될리도 없지만 당선되면 가만두면 안된다 등등.

저는 별로 싸우고 싶진 않았지만
'굳이 견해를 물으신다면, 피선거권 있는 국민이 출마하는건 문제가 안되는 것 같습니다.'
'당선되면 가만두면 안되는게 아니라 통수권자니까 뜻에 따르는게 문민통제에 부합된다고 봅니다.'
라고 짧고 차분하게 말씀드렸죠. 반박하듯 말하지도 않았고. (내용상으론 반박이겠지만서도.)

그러자 대뜸
"너 고향이 어디지?"라고 물으시더군요.
"전남 순천입니다."라고 하니까,
약간 코웃음을 치면서
"어. 그래? 그래서 그렇구나. 알았다."
라고 하시더군요.


이게 맘에 아직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는 전라도출신하고 상관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군인이면 따라야 되는겁니다.

전라도하고 반골기질하고 엮는 사람들도 몇번 만났는데
원론적/원칙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왜 "반골기질"이 되느냐고 되물으면
그게 우리나라에선 반골기질인거라고들 하더군요.

이랜드 사태때 온라인 같은 경우도 그랬죠.
이랜드 사측의 악행을 이야기하는데 뜬금없이 "너 홍어지?"라는 댓글도 달리고.
(그런식이면 박성수가 목포출신.)


군대에서 다쳤던 다리에 통증이 오니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나서 두서없이 적어봤습니다.
라면이나 끓여 먹어야겠습니다.
폭염이어지니 참 오랜기간 장사 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