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1)
- 작성일
- 15-09-23 19:29
둥지 -
발단은 내 피아노 소립니다.
그래도 조심한다고 아침 아홉시 이전, 저녁 여섯시 이후엔 해드폰 끼고 연습했었는데
그래도 건반 달그락 거리는 소리는 막을수 없었나봅니다.
그래서 이 비좁고 조용해야만 하는 삭을세방을 탈출하기로 맘 먹었습니다.
물론 탈출해봐야 또 다른 삭을세방이겠지만
맘대로 피아노 칠수 있고 그리고 당구대 하나쯤 놓을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공간이 허용이 된다면 런닝머신까지도 말이죠.
그리고 지역사회 정보지를 호시탐탐 노려본 결과 보통 시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싸고 넓은 60평짜리 지하 빈점포가
나왔습니다.
잽싸게 전화를 하고 방문을 해보니 참 넓기도 넓습니다.
당구대 놓을 공간이 아니라 아예 당구장을 차려도 될 만큼의 넓이네요.
앞전 임차인이 계약 만료인데 짐을 빼지 않아 짐을 뺀후 정식 입주하기로 하고 계약금을 오십만원 걸었습니다.
그리고 몇일 더 기다려도 짐을 다 뺐다는 전화는 오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전화를 드리고 방문을 했지요.
그리고 넌즈시 여쭈어보았습니다.
구석에 자리가 넓은 공간이 있으니 정식 입주 전이라도 그냥 놀이삼아 당구나 칠수 있게 당구대 하나 놔도 될까하구요.
별 무리 없이 승락을 해주더군요.
일반적인 당구대와 국제규격의 당구대가 가격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그래서 어쩔수 없이 그냥 일반적인 당구대 한대 놨습니다.
뭐 내가 당구를 엄청 잘 칠거란 생각은 접어주시기 바랍니다.
삼구 15개 놓고 치는데 맨날 물립니다.
지는것도 싫고 겜비 맨날 독박쓰는것도 싫고
덤으로 당구장 담배 냄새도 싫고....
그래서 이렇게 지하실에 당구대 하나 급한대로 놓고 꼴깝 떠는겁니다.
혼자서 쳐대도 그냥 서너시간은 재미나게 칠수 있습니다.
지하실에 습기를 잡지 않으면 여기 둥지를 틀기 힘듭니다.
사면중 두면의 벽은 습기흔적 없이 뽀송뽀송하길래 대강 머릿속으로 설계를 하고 부지런히 자질(측량)을 해봅니다.
그리고 집 근처 설비집에 가서 대충 상황 얘기를 하고 견적 의뢰를 해봤더니 그런 공간에 사람하나 둥지 틀만큼의 자릴 만드려면
최하 6-700 은 예상해야 한답니다.
보증금 200에 월세 15만원짜리 지하실에 나중에 건지지도 못할 설비비를 6-700 을 더 투자해야 하려니
엄두가 안나네요.
뭐 별수 없습니다.
할수 있는 만큼 하나 하나 DIY 하는 수밖에 없지요.
제대로 된 둥지가 완성될 날이 언제가 될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제대로 완성이나 할수 있을런지 모르지요.
당구대도 놨겠다, 내일은 공구 쇼핑하러 갑니다.
콤프레샤, 그라인더, 타카, 사다리. 몰탈, 방수액, 각기목........
......
이 씨리즈가 완성이 되면 난 당구대와 런닝머신이 딸린 맘대로 쒼나게 떠들고 퍄노 치며 시끄럽게 살수 있는
둥지에서 살게 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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