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뻘] 153 열풍?.
- 작성일
- 14-01-23 13:45
모나미 153.
뭐.... 흔하디 흔한 물건이라 할 수 있겠는데 생각보다는 꽤나 잘 만든 물건이랍니다.
실용성과 기능성 모두를 잡은데다가 대량생산에 있어서의 효율성도 모두 갖춘 굿 디자인이라고 평할 수 있겠죠.
어제 댓글을 달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디자인적으로 너무나도 깔끔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인지라,
1960년대 우리 능력으로 저런 물건이 나왔겠는가? 싶을 정도의 의구가 들더군요.
호기심에 이런거 저런거 좀 찾아봤는데...... 이런게 있네요.
다소 예견하기는 했는데......... ㅎㅎ
미쓰비시 N0.460
한 술 더 뜨자면
Zebra R-33 (비율이 거의 흡사합니다.)
제브라의 경우는 앞꼭지의 비율마저도 똑같죠.
이 스레드를 번역기 돌려서 보자면
모나미 제품과 위의 미쓰비시 No.460 둘이 AUTO 326의 카피판이라고 추측하고 있네요.
미쓰비시 제품의 경우는 사실상의 "복각" 이라는 식으로 표현한듯요.
즉 AUTO 326이라는 제품이 이런류의 볼펜의 원형이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더라......... 는 이야기.
AUTO (이후 OHTO로 개명) 326의 경우는 원형이되는 사진이 안보이는데.......
암튼 이놈은 1960년에 처음 나왔다 하니따지자면 3년 터울로 한국이든 일본이든 비슷한 물건이나 카피들이 잔뜩 풀린 셈이지요.
에효........ 그럼 그렇지.... ㅡㅡ;
그럼 표절 심사엘 들어가게 되는건 당연한 수순이겠죠.
육각 대롱이랑 생김새는 뭐....... 베꼈다 어쨌다 할 수 있겠는데
어차피 육각 대롱은 당대의 아이콘이었던 BIC 크리스탈 볼펜의 육각 모양을 그대로 딴 것이고
많은 회사들이 그대로 따라하던 ..... 일종의 유행으로 볼 수도 있을것 같고,
(육각 대롱에 있어서 만큼은 모두 BIC의 영향을 받았다 해도 무방).
다소 후하게 쳐주면 그렇단 이야기. ㅡㅡ;
베꼈냐 안베꼈냐의 핵심은 노크 부분인데 (눌러서 심을 돌출시키는 메커니즘) 아시다시피 모나미는 구멍이 2개죠.
하나는 푸쉬버튼이 들어가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스토퍼인 셈이지요..
일본의 제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져있는지는 만져보지도 사진으로 찾지도 못해서, 알 수는 없는데
구멍 1개짜리로 구성돼있는듯 보이더군요.
(모르긴 해도 뒷쪽에 스토퍼 구멍이 있든가, 투피스 구성이든가 그럴듯... )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그런 메커니즘들이 아닌가 싶네요.
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노크 메커니즘쪽 만들땐 자기들만의 아이디어를 넣었길 바래봅니다. ㅠㅠ
우리 현대사 속 추억의 제품들이 다들 그렇듯......
일본 영향을 ......... "강하게" 받은 제품들이 참 많죠.
강하게 받은 정도가 아니라 뭐........ 베낀거라 봐도........ ㅡㅡ;
조금 씁쓸하지만 153도 거기서 벗어날 수는 없을 듯 싶습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성장하던 당시 유사제품들을 물리치려 썼던 광고들 관련된 이야기들이 보여주는 한국적 아이러니
(나는 남의 나라서 베껴와서 대박났지만, 넌 내거 베껴서 대박나선 안돼.)
그런 제품이, 발매 50년이 지난 뒤, 한정판에 추억팔이 제품으로 새롭게 등장한다는 현실,
것도 자기 잉크로 자기들이 직접 제작한것도 아닌, 외주제작 제품으로 나온다는 무척 씁쓸한건 사실이네요.
요약.
153이 갖는 의미에 대해......
1. 153 50주년이라고 한정판 만들어 난리 치는건....... 쪼까 껄쩍지근한 측면이 많더라.
표절의혹서 벗어나기 힘든 부분은 좀 고민해봐야하지 않을까?
볼펜이 그리고 다니는 가늘고 긴 선 처럼 우리 현대사에 나름 작은 족적을 남긴 녀석이긴 한데
동시에 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해봐야하지 않겠던가?
좀 더 나아가자면 우리 현대사의 슬픈 한 단면이라 볼 수도 있지 않겠던가?
2. 근데 추억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겠고, 우리 현대사를 아우르던 물건이라는 상징성도 무시 못하겠고........
(생각해보라! 얼마나 많은 엄마들이 이 볼펜으로 쓰여진 아들들의 편지를 받았겠으며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이 펜으로 시험도 치고 경찰서 끌려가 조서도 쓰고 했겠는가?)
3. 반세기를 풍미하고도 여전히 변치 않는 그 실용적 디자인의 아름다움도 무시 못하겠더라........
일본 어딘가서 이걸 개발하신 분이 아직 있을지 모르겠으나.........
감히 동방의 BIC 크리스탈이라고 평해도 부족함이 없을거란 생각이 듦.
4. 그래서 이번 한정판이 나름 나쁘지 않은 소장품이 될거란 생각이들기는 하더라.
다만, 153 한정판 자체에 대한 품평.
5. 애초 153의 스탠스가 실용성과 단순함으로,
60년대 들어서 부터 광범하고 대담하게 활용되기 시작하던 "플라스틱"의 활용이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텐데
황동에 니켈 크롬 도금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사담 후세인의 황금도금 AK-47 같은 병맛 컨셉이 돼버린게 아닌가 다소 찜찜한 느낌이 드는건 사실임.
맘에 안드는 부분은.
왜 황동에 니켈도금이냐?
보통 펜 만들때 황동 쓰는게, 깍기 좋으면서도 꽤나 단단하고 거기다 적당한 무게감도 주기 때문입죠
거기다가 황동을 드러내게 만들 경우 광휘가 꽤나 아름답지요.
그래서 고급 펜들의 경우 황동제일 경우가 많습니다.
근데 문제는 부식 부분이죠. 황동을 그대로 노출시키면 때가 엄청 잘탑죠.
그래서 도금을 하거나 페인트칠을 하거나 하는데
도금의 경우는 ......... 특히나 니켈 크롬 도금들은 땀에 의한 부식에 꽤나 약합죠.
물론 실사용기라 생각 안하고 만들다보니 저렇게 된것일런지도 모르겠는데
왜 저런 애매한 짓을 했을까.......... ?
거기다가, 저런 가볍고 간편한 펜에 금속을 덕지 덕지 갖다대면,
153 고유의 필기감과 무게감은 어디로 간다는건지?
애초 가공하는데 좀 힘들고 괴롭긴 하더라도 스테인레스로 가는게 맞지 않았겠는가......... 생각합니다.
(일본 애들이 이런거 했음 스테인레스 대롱에 젤잉크써서 완전 새롭게 해서 만들었을것 같은데....)
6. 50주년 기념 한정판을 만드는 .......볼펜 팔아먹고 성장한 회사가
어떻게 특히나 자기 잉크도 아니고, 남의 잉크에 남이 만든 대롱까지.... 전부다 외주줘서 만든 물건을
어떻게 그리 당당하게 내다 파는가? 라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부분......
뭔가 말이 안되는 상황이죠.
개인적인 고민들
7. 나도 보고서는 당장에 하나 구해봐야겠다 기웃거리긴 했는데
(원체 펜을 좋아하고 153의 경우는 나름 우리나라서는 상징적인 모델이어서...... ㅡㅡ;)
구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불티나게 팔렸다는 점.
비록 만이천원이면 사는 ....... 한정판 치고는 저렴한 가격이었지만 (물론 "오리지날"에 비하면 수십배의 가격이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제적 성장 이후의 공허함을 "추억"과 "Prestige"로 채우려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지 않았는가 싶네요.
독일산 잉크에 일본산 바디라는 광고 문구들에서 이미 느껴지는 것이지만,
"우리의 것" "우리가 만든 것" 에 대한 자부심은 온데 간데 없고
일본과 독일이란 명칭으로 고급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있는게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고 슬프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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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이라는 말이 참 흔하죠. 흔하다 못해 명품이란 말이 쓰여지면 이미 명품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싸구려스러운 말이 되고 말았죠.
뭐든 명품인데 일반품이랑 명품이 무슨 차이던가요? ㅎㅎ
물건 속 철학이 물건을 명품으로 만드는 것이지, 물건을 좋은 재료로 만들었다고 고급물건인건 아닌데......
결국 그 선을 넘어서면 사담 후세인의 허영스러운 황금 AK-47 꼴이 되고 마는것을....
153은 153 다운게 진정 명품이 아니었을런지?............
이솝 우화의 여우가 신포도를 보는 심정으로.......... 글을 써봅니다. ㅋㅋ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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