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들 대부분이 빠져나간 늦은 시각. 베팍에 슬며시 들어와 앉는다. 이 시간즈음 베팍을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그래 여기는 공원이다. 내가 미지의 누군가를 만나고자 할 때 슬리퍼 끌고 나가는 공원이다. 음악이 있고. 가면무도회가 벌어지고. 때로는 반갑고 어색한 이들과의 해후가 있는 곳이다. 나는 이 공원을 아껴왔다.
허나 갑자기 의문스럽다.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배려와 친절함으로 무장한 광장이라고 해서 나의 아집이. 나의 얄팍함이. 남들 눈에 발각되지 않을리가 없다.
이미 누군가는 알고있다. 내가 몇번인가 베팍을 가르켜 말한 '우리' 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그것은 '나'라는 것의. 또는 내가 사랑하는 대상의 무한확대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내가 박애주의자가 아닌 이상 그들은 '우리'라는 공원의 기만을 이미 눈치채고도 남음이 있다. 그것을 알면서도 그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들도 외로롭고 각박한 것이다. 나처럼. 그러나 나와 비슷한 이들 또한 나와 마찬가지로 그 외로움을 늘 견디기 힘든 복마전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때때로 숨가쁜 일상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힘든 향기처럼 생각될 때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엉거주춤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생각한다. 나는 진실로 '우리됨' 을 믿는다는 말인가. 그저 나는 나일 뿐이고. 나머지는 타인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베팍에서 던질만한 나의 메세지는 다하지 않았을까. 이제 내가 할 일은 내 몫의 외로움 속으로 잠복할 일밖에 무엇이 더 남았다는 말인가. 베팍은 내 성취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이곳은 다만 소통을 위한 곳이지 획득을 위한 곳일 수 없다는 것을 내가 먼저 시인해야 할 때가 오지 않았는가..
...
잡기에 불과한 흔적들이지만. 지나간 나의 글들을 들춰보면서.
새삼 별스러운 질문이지만. 저는 이곳에 어울리는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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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돈. 사람이 머리속에서 가득찼던 한달이었다. 심지어 지하철을 걸어가면서. 차를 운전하면서. 몇 천 만원. 몇 억이라 중얼거리는 자신을 깨닫고 히쭉 웃었다. 이렇게 각박해지는건가. 곤궁과 바쁨이 반복되면 사람을 이렇게 피폐하게 하겠구나. 를 실감한다. 이제 3일간 휴식 속으로 들어왔고. 쉬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잘 쉬는 건지 잊어버렸다. 말을 듣지 않은 몸을 핑계로 낮잠에 들고 종일 자책하다가 또 잠들었다가 그랬다. 깨어있는 밤. 그저 음악을 걸었다 뗐다 하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중이다. 이럴때 아쉽다. 그만 몸도 마음도 삭막해져버린 워커홀릭의 손을 끌며. 꽃동산에 오르자 하는 쾌활한 여자친구가. 씨익.
머리를 감다가 문득. 아주 오래 전에 사랑한 그녀가. 그 때 내게 거짓말을 했음을 알아차렸다.
별달리 중요한 일은 아니었고. 이제는 그녀가 사용한 특유의 어휘도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의 나에겐. 제법 중요한 일이었고, 나는 그녀의 해명을 믿었다. 아마 믿고 싶어서였겠지만 곧 정말로 믿게 되었다. 그럴 수도 있으려니 생각했다. 따져 물어서 얻는 진실보다 거짓을 들키지 않고 안도하는 그녀의 미소가 더 소중했다. 지금 그런 종류의 거짓말을 듣게 된다면 또 믿지는 않을 것이다. 아니. 믿는 척을. 그리고 결국. 또 다시 진실로 믿어버리는 나를 목격할지도.
그 지적을 받는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너의 지적은 무척이나 상대방을 찌르는 예리함이 있단다.
라고. 어머니가 메시지를 보내오셨다.
무척이나. 가 없었다면 칭찬으로 착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추궁하고 나무라고 그걸로 끝이면 되는건가.
싸움의 목적은 설득과 이해.
나무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옛날에는 그걸 자꾸 잊어서
동료. 친구. 그녀. 가 그렇게 울었고. 내 마음 역시 괴로움으로 가득했다.
반성하고 반성한다.
극단적인 표현은 극단적인 대응을 불러오고.
서로에게 그만한 상처를 입힌다.
사는동안. 이기는것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애쓰는 것이다.
불쑥불쑥 고개를 들이미는 버릇 앞에서.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
내 안에 누군가를 담기 위해선 내가 먼저 부드러워져야 하는 것임을. 내가 넉넉해지지 않고는 어느 누구도 내 안에 들일 수 없음을
이젠 조금씩 유쾌하게 져주는 일을 하고 싶다. 진짜 고수처럼.
나름의 약간의 설렘과 불안 속에 시작한 봄을 거치고.
어느덧 완전한 여름을 맞이했습니다.
3월말을 맞이할적에 저는 조금 착잡한 기분이었습니다.
1년의 4분의 1이 지나가는 시점이 되고 올해(그해)에 할 수 있는 일이 양적으로 대충 윤곽이 잡힐수록 더욱.
6월초가 되고나서는 착잡함이 더 해졌습니다.
1년의 절반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올해 할 수 있는 일은 '지금까지 한 일 x 2'일 테고. 지금까지 한 일의 보잘것없음에서. 결국 올해도 별 볼 일 없이 보내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에 말입니다
앞서 세 배의 기간 동안 별볼일 없었던 판에. 남은 4분의 1을 가지고 뭘 호전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분명해질거란 예감.
이대로라면 9월말에는 다소 많은 부분을 포기하는 상태에 이르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일 년과 일 년. 한 달과 한 달. 한 주와 한 주. 하루와 하루...결국
우리가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단위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의 총합이다. 라고 한다면. 양적인 사고가 지나치다. 하겠죠.
하지만 찰나에 충실하지 않은. 순간을 즐기지 않은 이에게 영원은 약속되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또 그러면서도. 시간에는 양적인 분절만으론 설명될 수 없는 뭔가가 있는거라고. 전체는 부분의 총합이 아니듯 시간에는 하루와 하루. 1년과 1년만 있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잇는 흐름. 물론 '쇠락'도 흐름에서 나오는 거겠지만. 또 한번의 여름과 가을 겨울안에서. 이 흐름(연속성)이 숙성이나 성숙을 가져다 주리라는 다소는 막연한 믿음을 부여잡고 뜨거운 여름을 견뎌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