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사람만 아는 고추 농사 이야기
- 작성일
- 13-11-15 12:54
농사일이 다 힘들지만 고추농사는 그 중에서도 힘들기로 둘째가라면 서럽..
제가 자란데가 고추농사 마늘농사로 먹고 사는데였는데..
고추농사는 진짜 힘들어요
근데 의외로 고추농사 짓는 과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일단 겨울에 온상(비닐하우스)를 지어요. 이거 짓는 것도 꽤 골아프죠
하우스 안에 흙은 거름 잘된 보드라운 흙..
그럼 거름들이 어찌 화학분해작용을 거치면서 열이 발생해서 따뜻하게 유지되죠
고추씨를 사와요. 고추 먹으면 안에 든 노란씨 그거.
그걸 물을 살짝 뿌려다가 아랫목에 둡니다
그럼 싹이 트려고 하죠
하우스 안에서 나무막대(눈금표시가 되어 있어요)를 대고 손가락으로 흙에다가 줄을 그으면 살짝 파이죠
거기다가 하나 하나 -_- 집어넣어요
하루종일 쭈그려 앉아서 그럽니다
그럼 고추씨앗이 싹이 텨서 모종으로 자라납니다. 하루에 몇번씩 미지근한 물을 주죠 환기도 시켜주고요
우리집은 일일이 수작업으로 물을 줬어요
다른집도 마찬가지고.
농약치듯 주면 물을 주면 좋을텐데 안그러더군요
겨우내 모종이 자랄 동안 산에서 가시나무 등을 해다가 지주대를 만들죠
요즘은 그냥 목재업체에서 갖다쓰는 경우도 많은거 같더라구요
한 사람이 하루에 2000 개씩 저걸 만들더라구요.
봄이 오면 싹이 훌쩍 자랍니다. 모종이 다 자라면 그걸 밭에다가 내다 심죠
일단 밭을 트랙터로 (트랙터가 없을땐 소 쟁기질이나 경운기로, 산위에 밭은 트랙터가 못가니 ) 갈아엎죠
거기다가 고랑을 만들고 비닐을 덮어요
그 담에 모종을 갖다가 심죠
한 사람은 모종을 일정한 간격으로 놓고 가고 뒷사람이 꽃삽으로 심어요
이게 끝나고 좀 지나면 겨우내 준비해둔 지주를 갖다 꼽죠 한 사람은 꼽고 한 사람은 모종을 지주에다가 묶고..
틈틈이 또 물을 줍니다 이땐 모터로 물을 퍼 올려서..
여름이 다가오면 이 놈들이 자라서 잎이나 줄기가 무성해지죠
고추가 달립니다.
보통 집마다 고추밭이 천 평 이천평이 넘으니 ..
일주일 내내 따면 먼저 딴 고추밭 고추는 익어버리죠
그니까 여름내내 고추만 따는거에요 ㄷㄷㄷ
고추 따서 그걸 집으러 가져와서 말리는데 예전엔 마당에 말리기도 했는데 제가 어릴때만 해도 연탄을 때는 건조장치가 있어서 그걸로 했어요
요즘은 석유 때는 건조기를 쓰죠
아침에 나가서 고추 따면 밤에 그걸 건조기에 넣어 말리고
다음날 저녁 쯤 말린 고추를 마대에 넣고 (엄청 큰 마대죠) 다시 따온 고추를 건조기에 넣고...
수집상들이 사러오면 시세 따져보고 팔기도 하고
장날 내다 팔기도 하고..
수집상들은 한 번 오면 현금으로 큰 트럭 가득 사갑니다
이래가지고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몇백키로 정도 보관하고 나머진 다 내다 판 상태.
가을에 밭에 남은 고추줄거리들은 뽑�틈鳴� 말려서 겨울에 불때는데 쓰죠
고추농사 지으면 진짜 쉴틈이 없..
농사중에 최고로 힘든 농사가 고추농사같아요
저희집도 일년에 만 근 이만근씩 고추를 땄는데 요즘은 거의 안해요
부모님도 연세드시고 농사지을 사람도 잘 없고..
시골에 산비탈의 고추밭이 요즘은 전부 사과 과수원으로 바꼈더군요
어제 햇사과 먹으면서 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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